친한 친구와 종종 빵집이나 맛집을 찾아가서 맛보는 걸 좋아한다. 그때마다 그 친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어 이게 맛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어." 그때마다 나는 기가 차다는 식으로 대꾸한다. "넌 뭐 이제 갓 이유식 뗀 아기냐? 니가 그동안 먹은 음식이 몇 갠데 맛을 모르겠다는겨?"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친구 말이 맞기에 나는 결국 입을 다문다.
언젠가 북한산 밑에서 닭한마리를 먹었다. 한 친구가 엄청 맛있다며 아주 그냥 솥째 들고 국물을 들이켜는 것이다. 솔직히 그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별로 맛이 없다는 평이었기에 그 친구의 반응이 신기했다. 물어보니 닭한마리를 태어나 처음 먹어봤다는 거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 이해됐다. 다음에 이 녀석을 데리고 동대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회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친구와 방어회를 먹으러 간 상황. 방어회를 한 점 먹은 친구에게 물어보자. "맛있니?" 친구는 회가 처음이라며 맛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이때 내가 "회는 처음이어도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는 먹어봤을 거 아냐? 그거랑 비교하면 어때?" 이렇게 되면 정당한 평가는 불가능해진다. 삼겹살이랑 방어회 맛을 비교한다? 가능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디테일은 상당 부분 제거되어 버리고, 돼지고기 일반과 회 일반의 맛 비교로 넘어가게 된다. 더 나아가 고기를 처음 먹어본 사람에게 고기맛을 케익이나 초콜릿과 비교해보라 한다면? 역시 가능은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는 상당히 어긋나게 된다.
인간은 비교대상이 있어야 해당 대상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이 자명한 진실을 나는 친구와의 맛집 탐방에서 종종 깨닫곤 한다.
(위 글은 제 책 [문해력을 문해하다]의 일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