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재정의하고 의료 서비스를 혁신하여 우리 삶을 재구상하다
기념비적인 책이다.
노화의 속도와 보폭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중년에서 노인으로 넘어가는 기준.
막연히 심신이 쇠하기 전까지 노인 호칭을 극구 부인하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게다.
그렇다면 나이에 따라 정해져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한 책이다.
한국의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739만 명이다. 노인 인구는 2025년 1000만 명을 넘고, 2035년에는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두렵다는 치매환자를 살펴보면 추정 치매 환자 수는 75만 명이며 2025년에는 치매환자 백만 명 시대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며 늙고 있다.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늙음과 노화 잘 늙을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없을까? 이곳저곳을 기울이며 이 책 저 책을 봐왔지만 유독 이 책이 시선을 끌었다.
책은 최적의 간접 경험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살면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이미 죽은 사람, 너무 멀리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공들여 쓴 사유의 결과물을 한두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조화로 살아간다.
오른발과 왼발을 교차하며 걷듯이,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을 조화시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읽은 만큼 말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수반될 때 값어치가 생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담담히 한 줄로 평가한다면
’ 60세에 읽어야 하는 생존 매뉴얼’이다.
이렇게 높게 평가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 의료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이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왜 과잉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의료인의 입장에서 지겨울 정도로 많은 사례를 가지고 설명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체내에 들어온 약물을 처리하는 해독 장기(주로 신장과 간)의 기능은 쇠퇴해 간다. 그런 까닭에 고령 환자는 약물 부작용에 특히 취약하다. 사람의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신체 장기들, 혹은 기분도 따라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런 감정적인 부분은 배제한 체로 자신들의 매뉴얼에 맞추어서 진료를 한다. 이럴 경우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장에 문장에 있는 사람이 류머티즘염과 갑상선 호르몬에 문제가 발생하여 다양한 전문의로부터 약을 처방받게 된다. 한국이나 미국의 의료시스템 역시 의사가 기존 의사가 처방한 내역을 전혀 알 수 없다. 반드시 환자가 직접 어떤 약을 언제 어떻게 처방했는지 들고 가야만 해당 의사는 자신의 처방전을 순간 판단하여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방문을 하였는데 약 처방을 하지 않으면, 의사를 돌팔이로 보는 환자들이 있다. 그러면 신장전문의가 정형외과 전문의나 또는 갑상선 전문의랑 환자의 문제를 상의를 하는가? 대부분 그렇친 않다. 또한 의사 입장에서는 자신이 돌팔이 의사라는 오명을 듣기 싫어서라도 약 처방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다면 두 전문의가 자신의 약을 먹고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를 알고 있을까?
둘째, 미래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다.
‘노인이 되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근원적 질문. 오랜 기간 노인의료에만 매진한 의사이자 작가인 그녀의 지혜로운 해답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육체적인 어려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외로움일 테다. 가족이건 누구이건 그들에 의해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인용한 하버드에서 진행한 종단 연구는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정신과 전문의 로버트 윌딩어는 TED 강연에서 1,100만 건이 넘는 조회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인간의 행복에 관한 최장 기간 연구의 자료를 근거로 들어 답한다. 하버드에서 이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38년이었다. 이 해부터 무려 80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윌딩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바로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 열쇠는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아무 인간관계나 다 되는 건 아니고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며, 절친한 지인이 많을수록 그리고 결혼생활이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울수록 행복이 배가된다는 것.
세상을 살아볼 만큼 살아본 어른에게 일단 의식주와 같은 기본 생존 욕구를 해결한 뒤 삶의 만족도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하나는 사회참여(즉 인간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의미(즉, 삶의 목적)다.
진정한 인간관계를 가족과 친구와 잘 만들지 않으면 당신의 3막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인간관계는 미리미리 인생 전반에 걸쳐서 노력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60세에 진정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가?
이 시기의 경험이 일종의 중년의 위기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뇌하다가 노년기에 들어서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발전하고는 깨달음의 환희를 즐기는 것이다. _page 883
늙어가는 과정은 다 제각각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늙는 것만은 분명하다. 늙었다는 것 자체는 괴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으니까. 사회가 반기지 않는 인물이라는 낙인과도 같은 삶의 목적 상실. 빈곤, 괄시. 소외 등등 역시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가 절대로 아니다. 인간은 더 나은 노년기를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으며 그 열쇠는 데이터와 가치관 사이에 감춰져 있다. 이것은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_page 925
중년의 나이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았기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정신적 내공은 쌓인다. 일상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며, 자기만족 또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세간의 평가를 그렇게 많이 신경 쓰지 않기에 그 크기만큼 자유의 보폭 또한 넓다. 또렷해진 삶의 우선순위가 더 삶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분명한 건 노화에 대한 가치관은 자기 최면과도 같다. 노년기의 삶의 질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각자 상상해온 그대로 그 모습대로 실현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 후반부로 접어들었음에도 사실 노인에 대한 화석회된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었고 어떻게 늙음을 준비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늘 안개처럼 자욱한 질문이었다. 허나 책 후반부에 나온 내용은 나의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나 스스로 노인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변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없다.
‘일흔다섯에 죽고 싶은 이유’라는 기고문인데 아래의 내용을 첨부한다.
저자는 말한다. 심신이 미약한 초고령환자들 위주로 수십 년을 이 바닥에 있으면서 노인들과 마주친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몇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몸뚱이가 좀 닳고 망가지면 인생의 의미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가 정해놓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차라리 죽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직접적인 질문 또한 던지고 답을 한다.
이책을 읽고 함께 토론해봐야할 가치가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① 나이가 들어서 시절인연을 넘어 새로운 친구나 좋은관계를 맺을수 있는가?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② 건강보조식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사에게만 자신의 몸을 맏기지 않고 과잉진료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가?
③ 노인자살율이 OECD국가 중 1위가 한국이다. 노인자살이 빈곤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왜 그런가? 해결책은 없는가?
이것외에도 몇가지 독서토론도 할수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주제이기에 기록해 본다.
끝으로 아마존 독서 평가단의 호흥도 가 높은 댓글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