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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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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벨라 Aug 06. 2019

시즌제가 절실한 MBC 예능들

돌아와요, MBC 예능! 시즌제로.

예능이 시즌제가 된다

제 시청자들에게 시즌제 예능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러니 예능이 시즌제가 된다는 표현보다 예능은 시즌제가 되고 있다예능은 시즌제가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상파에서 시즌제 예능은 낯선 것 같다. 낯가림이 심한 편. 갑자기 <해피투게더>가 스쳤다면 생각해보자. 이름만 시즌제로 붙였을 뿐 목요일이면 날마다 해가 바뀌어도 찾아오는 프로그램을 시즌제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예능이 시즌제가 된다는 말 자체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작년 초 최승호 MBC 사장은 예능에 시즌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잘 나가던 프로그램 역시 적절한 시점에 시즌 오프를 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진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MBC 예능에는 시즌제가 잘 안착하고 있다. 그 사이 <진짜 사나이>는 300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V2로 돌아왔고 <선을 넘는 녀석들>은 리턴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끝난 걸까.



이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조금 더 많은 예능이 시즌제로 방향을 틀어도 되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MBC의 참신한 예능이 소모적인 방향으로 소비되기만 하는 실상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내가 제작진이라 하더라도 매주 반복되는 마감의 굴레 속에 창의적인 제작이 가능할까 싶은 회의감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잊히고 있는 MBC 예능이 꽤 많다. 이들을 시즌제로 다시 불러올 수만 있어도 좋겠다는 소소한 나의 바람. 그러다 문득 MBC 예능 연간 편성표에 가득 채워진 시즌제 예능을 상상해 보았다. 2월의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 3월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8월의 <선을 넘는 녀석들>, 9월의 <진짜 사나이>… 그 옛날 여름에만 돌아왔던 가수 쿨처럼, 시즌별로 돌아오는 MBC 예능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불가능일까?



시즌별 MBC 예능 톺아보기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들 <가시나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올해 6월 9일, 파일럿 4부작이 종료되던 그 시점에 내 감정이다. 좋은 걸 보면 계속 보고 싶듯 자연스레 <가시나들>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졌다. 그러나 <가시나들>과 만난 지 딱 4주 만에 이별 도래. 나는 또 보고 싶다. 할머니와 대화하며 느낀 의외의 귀여움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마음 몽글몽글해지는 행동까지.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최대한 있는 그대로 더하지 않고 담아내서 좋았던 무공해 예능. 무위(無爲)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예능 <가시나들>은 매해 겨울에 촬영하고 봄에 돌아오는 MBC의 따스한 봄맞이 예능으로 어떨까.




대국민 버라이어티 음악 쇼 <듀엣가요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같은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를 부를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저마다의 이유로 한 가수를 사랑하는 팬들과, 저마다의 이유로 팬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되돌아보는 가수들. 아직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들이 만들어낼 무대가 기대된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내 원픽 가수와 나와의 콜라보 <듀엣가요제>는 음악 페스티벌이 성행하는 한여름, 우리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MBC의 청량한 여름 예능으로 어떨까.




독특하고 수상한 공방 <독수공방>

사각사각. 스으윽. 오독오독. 아직도 그들이 부지런히 그리고 골똘히 무언가를 만들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별이라니. 자극적인 웃음보다 건강한 감정들을 다루는 듯해 더 마음이 갔던 예능 <독수공방>. 개인적으로는 투 머치 토커 캐릭터를 앞세운 분위기보다 ASMR 잔뜩 끼얹어 청정 예능 콘셉트로 겨울을 간질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큰 대화가 없어도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그림,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소리, 마지막에 가지게 될 나만의 손때 묻은 물건까지. 쌓인 눈을 보드득 밟는 소리가 나면 떠오르는 <독수공방>은 어떠신지.




집돌이들의 공동 휴가 리얼리티 <이불 밖은 위험해>

사랑하는 배우 이이경, 애정을 금할 길이 없는 가수 강다니엘, 귀여움에 몸서리치게 되는 가수 시우민. 그 외에도 많은 연예인과 때로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이불 밖은 위험해>를 거쳐 갔다. 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들의 휴식, 그들의 행복이 곧 나의 휴식, 나의 행복이거늘. 순간 <SS501의 깨워줘서 고마워>가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끼며 지나간 세월에 아찔-. 옛것의 아련함과 새것의 세련됨이 교차하며 팬들의 마음에 횃불을 던진 <이불 밖은 위험해>는 늦가을이 잘 어울린다. 눈을 떴을 때 몸을 일으키기보다 이불을 끌어안게 되는 그런 시즌, <이불 밖은 위험해>가 찾아온다면! 난 행복할 텐데!




국내 최고 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

언젠가 돌아올 줄로 믿습니다! 명실상부 국민 예능으로 여전히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는 그들을, 난 작년 봄과 똑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이 기다린다. 물론 다시 돌아올 <무한도전>은 내가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그것과 다를 수 있지만 아무렴.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앞으로도. 떠나간 사람은 붙잡는 게 아니고 오는 사람 역시 막지 않아야 하는데, 떠나간 <무한도전>은 자꾸만 붙잡고 싶네요. 다시 돌아올 <무한도전>은 ‘새로운 시작’과 잘 어울리는 꽃 피는 봄날이 어떨까.



제작진의 번아웃은 누가 위로해주지? 예능 시즌제

번아웃 증후군에 너도, 나도 K.O. 패를 당하고 있는 요즘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이들이 자기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일이 허다했다. 물론 나도. 이쯤에서 누군가의 어떤 말이 떠오른다. “방송에는 휴가가 없어요.” 사시사철 아침부터 밤까지 TV 방송은 쉬지를 않는다. 공휴일,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적 큰일, 재난 상황에도 쉴 수 없는 일이 바로 방송이다.


제작진의 번아웃은 누가 위로해주지? 돌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송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번아웃은 어쩌면 걸리면 안 되는, 걸려도 모른 척해야 하는 병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MBC의 ‘예능 시즌제’ 결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휴식은 그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되고 또 다른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다.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 역시 마음 놓고 한 철 쉬다 온 그의 자유분방함이 많이 느껴져 좋았다. 한 시즌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배려와 애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적당한 업무 후 적당한 휴식이 답이라는 사실쯤 모두가 안다. 다만 행하지 못할 뿐이다. 언제까지 MBC가 예능 제작진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겨줄 것인지 여부에 향후 몇 년간의 예능 실적이 달려있다고 믿는다. 실패해도 된다는 말을 앞으로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더 많은 실패할 기회’를, ‘더 신선한 즐거움’을 위해 예능 시즌제라는 카드를 꺼내 든 MBC의 선택에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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