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배우고 싶은 2019 유튜브 유저들의 댓글 사용법
요즘 유튜브는 사실상 영상보다 영상을 함께 본 이들이 남긴 댓글 보는 맛에 본다. 단순히 웃긴 댓글부터 너무 독창적이라 말을 잇지 못하게 하는 댓글 그리고 영상 속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댓글까지. 댓글 종류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속 댓글을 모아봤다. (웃긴 댓글 위주인 건, 내 마음)
엠빅뉴스 채널에는 <엠빅 에디션> 탭이 존재한다. <엠빅 에디션 – 나 때는 말이야>는 각계각층의 유명한 어르신(이라 쓰고 어른이라 읽는다)을 인터뷰하는 콘텐츠다. 할아버지 패션모델로 유명하신 모델 김칠두 님이 첫 인터뷰이였다. 김칠두 할아버지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썸네일이 있었으니, 바로 <아줌마에서 세계 상위 1% 쉬운 줄 알아?>다.
비정규직에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상위 1% 연구자가 된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박은정 교수님에 대한 인터뷰였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댓글도 많았는데 그중 몇 개를 가져와 보았다. ‘엠빅 에디션 – 나 때는 말이야’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 인터뷰였음을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졸업 논문 하나도 벅찬데, SCI급 논문 75개라니. 가능한가...?
이제 홍준표 X 유시민 <100분 토론>을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워낙 방송 전부터 바이럴이 많이 되었고 방송 후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되어 유명해진 100분 + α. 유튜브로 영상 볼 때 영상만 보는 사람들은 없겠죠? 나도 당연히 영상을 켜자마자 스크롤을 내렸고 그리하여 당시에는 읽지 못했던 댓글 몇 개를 주울 수 있었다. (뿌듯)
배 잡고 웃었던 토론처럼 댓글에도 웃긴 비유가 넘쳐났는데 그중에 몇 개 GET. 이경규 X 김국진 토론 같다는 댓글도 재미있긴 한데 올리브유 X 발사믹 식초 비유는 대체 어떻게 떠올리신 건지? 캡처해둔 유시민 님의 표정 = 내 표정이다. 역시 영상은 댓글 보는 맛에 보는 법이다. 댓글 달아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활짝 웃으며 좋아요 누를게요.
댓글창을 향해 스크롤을 내리며 내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조어 감각으로 내 뒤통수를 때려주실 분. 물론 ‘엠빅뉴스’ 댓글창에도 조어 감각 뛰어난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역시 압도적인 좋아요 수가 이를 방증했다. 영상은 숲세권을 내세웠던 아파트가 입주해보니 묘세권이었다는 기사였다. 베란다 문 뒤로 보이는 공동묘지에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오싹함과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여기 달린 댓글 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한 자 바꾼 조상복합 아파트. 역시. 이런 댓글을 하나 찾고 나면 남모를 뿌듯함에 ‘오늘 하루 잘 살았다’며 두 다리 뻗고 누워 잘 수 있게 된다. 대단한 분들과 함께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나게 되어 감사합니다.
댓글을 찾아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댓글을 이대로 두어도 되나. 댓글로 대표할 수 있는 시청자 참여 활동을 그저 내버려 두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시사교양·보도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참신했다고 생각했던 시도는 <그것이 알고 싶다(이후 ‘그알’)>의 페이스북 댓글 활용법이었다. 1190회 그 날의 흔적 – 부산 농수로 살인사건 편에서 <그알>은 사체의 훼손 모양을 미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 다양한 사람들의 제보와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려 노력한 모습은 방송을 통해서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도가 좋았다. 시사교양·보도 프로그램은 적극적인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이후 프로그램에 이를 녹여내기가 힘들다는 편견을 깬 시도였다. 댓글 덕분에 몇 가지 선택지를 만들 수 있었고 실험해봤더니 그중 하나가 유독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내었다는 방식의 서술은, 시청자나 댓글을 단 사람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에 효과적이었다.
<엠빅뉴스>는 어떤가. 혹은 그 외 다수의 프로그램은 SNS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단순히 TV 영상을 잘라내어 유튜브에 게시하고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는 데에서 멈춰있진 않나 고민해볼 때이다. ‘저건 나도 할 수 있지.’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결국 그걸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첫 시도는 어려운 법이다. ‘페이스북에 먼저 올리고 의견 받아서 TV에 내보내는 건 나도 할 수 있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그걸 하는 건 <그알>뿐인 듯하다.
물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먼저 SNS를 통해 제보를 받고 소식을 전한 후에 댓글 등의 반응을 TV에 싣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TV로 나간 후 유튜브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어떤 방법이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가 하는 부분은 고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SNS를 단순히 보도의 부수적 역학을 해내는 플랫폼으로 여긴다면 변화는 없을 것이다. 노력하고 있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