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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y 17. 2017

청정마을 체르마트

스위스에서 2주 살기

1.체르마트편


드디어 꾹꿍부부의 스위스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시작!


오랜만에 장거리 비행기를 타니 힘들다. 몸을 이리구기고 저리구기고 삭신이 쑤신다.

여행 시작부터 이런 생각이 든다.


여행이란,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그것도 스스로, 자발적으로~!

이상향을 향해 떠나지만, 사실은 일상의 편리함을 저버리고 떠나는 것이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

결핍을 느껴보는 것, 그래서 돌아왔을 때 내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것.

어쩌면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거창했지만 결론은 돈 많이 벌어서 꼭 비행기 비지니스 타야지! (^^;)


우리는 러시아 항공을 이용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이 무척 쌌다. 이제까지 타본 타 외국사 항공에 비해 비교적 밥이 입에 안 맞았다는 것만 빼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러시아 승무원 언니들의 한국어 실력도 미소를 짓게 했다.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제네바에서는 잠만 자고, 첫번째 여행지인 체르마트로 이동했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남쪽에 위치한다. 제네바에서 체르마트를 이동하는 열차의 바깥 풍경 또한 기가 막혔다. 나중에서야 느낀 거지만 체르마트를 가는 열차는 다른 열차에 비해 가장 예뻤다.창도 훨씬 크고, 위에까지 뚫려있고 ~ (지금 남편에게 물어보니 골든패스 열차는 아니라고 한다)


체르마트로 가는 열차안, 창이 크게 나있고 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스위스에서는 기차를 타고 또 타고 오래타도 지겹지가 않았다. 왜냐면 밖에 경치를 보면서 가는 그 과정 또한 이동시간이 아니라 관광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열차의 창은 액자틀 같았다. 그리고 그 액자틀 안의 그림은 수시로 바꿔며 아름다운 장면을 필름처럼 보여주었다.

말도안되는 풍경은 산 위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다. 기차노선이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 만든건지, 아니면 스위스 어딜 봐도 그림인건지, 우리는 스위스 패스를 들고 기차를 얼마나 많이 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마저도 모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체르마트로 돌아와서,

체르마트에는 그 유명한 마테호른이 있다. 영화사 로고, 타블론초콜릿에 새겨진 마테호른~


여행을다 마치고 남편에게 물어봤을 때 남편은 마테호른이를 가장 좋아했다.

다른산들에 비해 마테호른은 그 모양이 참 이쁘다.


체르마트역에 도착하고 캐리어를 끙끙대며 끌고 가는데 남편이 외쳤다.

" 뒤를 봐봐 "

" 오 마이 갓!"


체르마트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마테호른


새파란하늘에 구름 한 점 걸쳐지지 않은 우리의 호른이가 내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게 아닌가. 마테호른은 산위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산 위에서 더 가까이 마테호른을 보는 것보다 마을에서 바라보는 마테호른이 훨씬 예뻤다.


우리 숙소는 마테호른 전망이였고, 정말 지겹도록 (하지만 봐도봐도지겹지 않았다) 호른이를 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던 모습은 새벽에 보았던, 시리도록 아름다워 어둠 속에서 별과 함께 빛나던 모습과, 아침에 해가 뜰 때 빨갛게 물든 모습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던 마테호른


해가 뜰 때 붉게 물든 마테호른


너무도 아름다워 남편과 아무 말도 없이 얼마나 오래 보았는지 모른다. 사실은 별을 보려고 4시에 일어나 밖은 보았는데 쏟아지는 별은 물론이거니와 깜깜해서 안보일 줄 알았던 호른이가 얼마나 예쁘게 보였는지. 사진으로는 1/100도 표현이 되지 않았다.


마테호른을 가깝게 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네가, 그리고 고르너그라트~!

수네가는 올라가서 보통 트레킹을 하며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지 못했다. 수네가에 올라가니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걸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이래서 스위스의 성수기는 여름이라는 게 몸소 느껴졌다. 앞으로도 계속 여름에 와야됬는데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하필 우리가 간 기간에 여러 지역의 케이블 점검 기간이었고,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어 트래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4~5월의 스위스는 아직도 여전히 춥.....다.... 캐리어에 넣었다뺐다 했던 솜잠바를 안가지고 갔으면 어쨌을까.. 생각하기도 싫다. 그정도로 추웠다. 바지는 항상 2개씩 겹쳐 입었고 옷은 여러개 겹쳐입고, 스카프도 2개씩 하고 다녔다. (사실 난 추위를 많이 탄다.) 남편도 가져간 것 중에 가장 두꺼웠던 잠바만 2주 내내 입었으니 들고만 갔다가 그대로 들고 온 얇은 옷들은 정말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핑계로 다음엔 여름에 스위스를 꼭 갈 거다. !


수네가는 트래킹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쉽게 내려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우린 하루에 2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고르너그랏을 올라가는 산악열차의 첫차를 타기로했다. 첫차가 몇시였는지 지금 생각이 가물하다. 7시였는지 7시반이였는지.

이때는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둘다 9시 경에 잠들고 4~5시면 일어났기 때문에 빨리 준비하고 나가기로 했다.


근데 그 산악열차 첫차에 같이 탄 몇안되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전부 스키를 들고 있었다.

내리고 보니, 정상 위에 있는 건물 (레스토랑 등이 있는)은 9시반에 오픈을 하고 우리를 제외한 모두 스키를 타러 갔고 전망대에 오르니 딱 우리 둘만 있는게 아닌가.

레스토랑오픈 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었다. 다시 내려가는 열차도 2시간 뒤이다.  


그리고 정상은 너~~~~~~ 무 추웠다. 세상에.. 말도 안되는 경치를 앞에 두고 2시간동안 밖에서 떨 생각을 하니 보온병을 가져와 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 수십번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보니, 전망대를 우리가 전세 낸게 아닌가.

게다가 마테호른을 이렇게 고요하게 우리 둘이 즐길 수 있는 시간.

우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고, 동영상 찍고, 난간을 삼각대 삼아 별의별 생쇼를 하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게다가 하늘은 얼마나 새파랗게 맑은지.


고르너그라트 전세 낸 날~ 우리 둘 밖에 없었던 첫차의 추억


고르너그랏전망대 꼭 첫차타고 올라가세요! 라고 추천하고 싶다.

보온병에뜨거운 커피와 간식거리는 꼭 들고요~!

옷도많이많이 따뜻하게 입고 삼각대도 가지고요~!


1시간을 놀다가 더이상 너무 추워 실내를 찾았다.

전망대건물 옆에 쪼끄만한 교회가 있었다. 사람은 없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쪼끄만 교회에서 몸을 녹이기, 우측은 아직 오픈전의 전망대 건물


여기에들어가 몸을 녹이며 가방에 있는 쪼초렛과 과자를 먹었다. 그냥 그 상황이 재밌어서 남편과 둘이 눈이 마주치자 까르르 웃었다. 그런 상황은 썸 타는(?) 그런 남자여자 사이에서 나오는 드라마속 장면인데ㅋ


9시반이 되자 내려가는 열차가 올라왔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자, 우리 둘만 즐겼던 고르너그라트가 다시금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느꼈다.

고르너그라트 올라오는 산악열차와 마테호른 (저걸 타고 정상까지 올라옵니다.)


* 체르마트 한줄 평 : 마테호른을 온 몸으로 느끼러 가세요. 고르너그라트는 첫 차타고~ with 보온병   


다음편은 '로이커바트 온천'편입니다. 스위스의 온천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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