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꾹꿍 Aug 14. 2017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이 책은 제목이 참 재미가 있다. 책 내용이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추측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보게 된 건 이동진 ,김중혁 님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이라는 책에서 소개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대략적 줄거리를 본 순간, 이 책을 일단 덮고 하루키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의 그 대략적 줄거리는 이렇다. (스포는 제외한 채 써보자면)


주인공 '쓰쿠루'는 학창시절 다른 4명의 친구와 매우 친하게 지낸다. 이 5명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친구들이였고 한 명도 빠져서는 안되는 조화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이들의 우정은 여전했다.

그러나 어느날 쓰쿠루는 고향에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4명의 친구들이 동시에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쓰쿠루는 몹시 괴로워한다. 너무 괴로워해서 죽고싶을 만큼.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쓰쿠루의 여자친구는 과거 친구들을 만나 그 이유를 묻는게 어떤지 제안한다. 그리고 쓰쿠루는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 그 이유를 듣게 되는데......



호기심이 일어나지 않는가?

너무도 궁금해서 결과를 보지 않은 채 당장 하루키 책을 읽어 나갔다.

역시나 그 이유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번 읽어보세요.)

 

고등학교 때 절친이였던 친구여도 대학생 때 그 친구들과 멀어졌다고 해서 그렇게 괴로운 일일까?

쓰쿠루는 절망한다. 무척 괴로워한다. 36살이 되어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그것이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안 여자친구는 과거의 친구들을 만나 이유를 듣고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길 바랬다.


이 책을 소개한 이동진, 김중혁 님은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하루키의 주인공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명확히 하고 그의미를 되짚어야만 현재를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


그 글을 쓴 하루키는 아마도 과거의 일이 현재를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저는 하루키 소설에서 더 중요한 것이 시간적인 개념보다 공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서른여섯, 서른일곱 살의 사람이 스무살의기억을 돌아보는 것이 얼핏 16년의 시간을 뒤돌아 점프하는 것으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무살의 세계가 있고 서른여석 살의 세계가 엄연히 따로 있다는 거예요. 공간적인 개념인 거죠. " (이동진, 김중혁)


지금의 나, 그리고 학창시절의 나는 동일 인물이긴 하지만, 많이 다르다. 많이 변했다. 지금의 상태로 다시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다면 그 때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학창시절의 친구란, 그 당시엔 전부라고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사회이다.

학교라는 틀 안에 묶여있는 우리는 정해진 친구들 무리와 어울리고, 그 사이에 생긴 갈등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까지 겪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친구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가져 잠시 소원해졌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다.

대학생이 되고나서야 인간관계의 강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고, 공동체에서 이탈 하는 것은 그토록 무시무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공동체 안에서 인간 관계란 어떠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친구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지금의 나를 괴롭힌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일까?


마음에 드는 대답을 임경선님의 책에서 찾았다.


" 다른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유독 오래가는 인간관계를 높이 평가한다. 학창 시절 친구가 점점 불편해지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의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고통스러운 만남을 이어간다.
과거에 아무리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나눴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내게 현재 기쁨을 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과거에 친분을 맺은 기간이 아무리 길었어도 지금 점차 멀어져가는 사람들에 대해 무리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내 인생 속으로들어왔다가 또 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라고는 나와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는 것 정도다. (자유로울 것, 임경선)


과거가 현재를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래도 분명한 것은 있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우리는 그 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딸 콤플렉스는 이제 그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