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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이며, 무엇이고, 무엇이 되어갈까

by Wooin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물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자기 확인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와 마주하고, 타자와 연결되며, 신성과의 관계를 맺는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이 물음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의 시작이다.


종교적 사유에서 ‘나’는 고립된 주체가 아니라, 신과 세계, 타자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존재이다. ‘나’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신이나 세계도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와 구조를 해명하는 것이 종교와 신학의 핵심 과제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자아의 확고한 기초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자아는 고정된 실체인가, 아니면 언어와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것인가?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계의 한계를 정의한다고 말하며, 자아 또한 언어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즉, 자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어와 관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구성된다.



나는 무엇인가? : 언어와 상상 속의 자아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실체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와 상상, 관계와 시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흩어지는지를 묻는 것이다. 나는 언어 속에서 만들어지고, 타인의 시선과 이름짓기, 사회적 규칙들 속에서 나를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말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또 다시 나를 조각낸다.


‘나’는 실체가 아니라, 언어의 흔들림 속에서 만들어지고, 상상과 관계의 틈 사이에서 엮이는 존재이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이다. 내가 말하는 말들이, 내가 속한 관계들이, 나를 어떻게 구성하고, 또 해체시키는가. 이러한 존재는 타자와 분리될 수 없다. 내가 ‘나’라는 말에 머무르려 할수록, 그 말은 타인의 언어에 의해 흔들리고, 결국 나를 밖으로 열어젖힌다.



나는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 : 되기의 존재론


“나는 지금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존재의 본질을 묻는 것이다. 나는 실체가 아니라, 과정이다. 되기를 살아가는 존재이다.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 시간과 관계의 결에서 조응하며 나타나는 음표다. 이 되기의 사유는 오래된 동양의 통찰과도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형상 없는 형상, 실체 없는 흐름이다. ‘나’는 실체가 아닌 궤적이다. 흩어진 조각들이 잠시 하나로 응집된 채, 관계들 속에서 잠정적으로 의미를 띤다.



신의 형상으로서의 인간


‘신의 형상’(imago Dei)은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무형상의 형상’, 곧 응답하고 관계하는 가능성 그 자체로 열려 있다. 신의 형상은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의미를 향해 계속해서 열려 있는 ‘됨’의 운동이다. 신은 관계 속에 계시되며, 그 부름에 응답하는 인간은 응답 자체의 형태로서 신의 형상을 지닌다.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나, 그 ‘나’가 곧, 말할 수 있는 세계의 가장 안쪽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응답하는 존재, 바로 주체(subject)이다. 그 주체는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흩어진 감각, 기억, 위의 흐름 속에서, 무형의 형상을 따라 응답과 관계의 반복 속에서 생성된다. 그렇게 ‘나는’—무상함 속에서 깨어지고 다시 엮이며, 되기와 응답을 반복하는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시詩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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