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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연성 Jun 07. 2020

성공한 프로듀서의 슬럼프 극복 노하우

나와 A는 스무 살 즈음 학교의 새내기 MT에서 만났다. 봄이 시작되기 전에 만나 봄이 끝날 때 즈음 사귀게 됐는데, 사귄 지 고작 두어 달 됐을 때인가, 음악을 해야 한다며 헤어지자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성공한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고,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완성한 삶의 철학-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과 근성론-은 생각보다 무척 재밌었다. 그 옛날 나를 찼던 것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진행


이 글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 직업으로서 프로듀서
Part 2. 존버 & 슬럼프 극복 방법
Part 3. A의 근성론




Part1.
직업으로서 프로듀서



자기소개를 해달라.


프로듀서 A다. 대학교에 늦깎이로 복학해서 내년 졸업 예정이다. 무엇을 만들거나, 귀여운 걸 모으거나 하면서 살고 있다.



프로듀서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프로듀서의 의미는 광의로도, 협의로도 볼 수 있다. 넓게 보자면 ‘프로듀스(produce)’의 생산한다는 뜻 그대로 뭔가를 창작한다. 프로듀스의 대상은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다.


보통 구상하는 이미지에 맞는 곡을 관련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세상 밖에 내보내는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맡는다. 아이디어의 단계, 창작의 단계, 전략을 세워 릴리즈하거나 마케팅하는 단계 등이 있다.


A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듀서로 꼽은 The Stereotypes



작곡가와 같은 것인가?


비슷하다. 프로듀서 또한 작곡도 하고, 편곡도 한다. 다른 사람의 곡을 편곡할 수도 있고, 작편곡 모두를 할 수도 있다.



음악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중고등학교 때 농구를 너무 좋아했는데, 농구를 좋아하다 보니 농구화를 좋아하게 되고, 농구화를 좋아하다 보니 패션을 좋아하게 되고, 패션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왜 패션에서 음악으로?) 농구 영상에 나오는 힙합 음악이 나온다. 그 음악들을 들으면서 비교적 깊게 음악을 파게 되었다.


그러다가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때 인생이 한 번 꺾였다. 일본어과다 보니 일본문화에 친숙해졌고, 당시 일본이 서브컬처의 전성기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 내내 각종 서브컬처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온갖 음악을 다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고2 겨울방학에 심심해서 작곡 프로그램을 깔았는데 그걸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꿈이 생겼지만 대학에 와서까지 직업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직업을 갖고 음악은 취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흑인음악 동아리를 들어갔다. 그런데 동아리를 하면서 내가 음악을 업으로 삼을 만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마음에 종이 울릴 때가 있다. ‘업으로 안 삼으면 억울해서 죽겠다’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 나는 대학교 1학년 2학기 즈음에 느꼈다. 그걸 느끼고 바로 휴학하고 음악을 시작했다.



종이 울린 사건이 있었나?


재수하고 대학교에 남들보다 일 년 늦게 왔다. 그렇다보니 현타가 일찍 왔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웃음). 첫 학기를 다니고 미래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무난하게 학점 받고 군대 갔다 와서 취준 하거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내 미래가 그려졌다. 그렇게 살기엔 너무 슬프기도 하고, 무슨 선택을 하던지-음악 안 하는 선택을 하더라도- 내 성격에 워낙 반동분자의 기질이 있어서 30살 이전에 때려칠 것 같았다. 내 몸이 그렇게 느꼈다. 그것을 알았던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몰랐다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남들처럼 살았을 테니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태였지만 이것은 명확했다. ‘음악을 안 하면 뭘 하든 30살 이전에 때려칠거다.’ 그럴 바에 일찍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대학 진학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결국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21살까지는 공부를 위주로 살던 인생이었다. 음악에 대해선 한 번도 정규 교육과정을 밟은 것도 없는데 단지 좋아한다는 깡다구로,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업으로 삼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쉽지만은 않다.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하는 게 겁도 났다.


하지만 결국 원리는 단순하다. 겁이 나는 역치 값을 이겨낼 만큼 좋아하면 하는 것이고, 역치 값을 넘지 못하면 안 하는 것이다. 나는 그 갭이 엄청 컸다. 한 학기 정도 고민하다가 하기로 해버렸다. 대신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인생을 걸고 시험하기로. 과연 음악을 하면 굶어 죽을 것인지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는 생각이었다. 호기심 반, 깡다구 반. 겁이 나지. 겁이 난 만큼 호기심도 비대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분명 누군가는 했을 것이다. 만약 아무도 안 하면 우리 과에서 내가 처음으로 하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안 하네, 내가 하지 뭐. 죽이 되든 밥이 됐든.’ 파이오니어(pioneer)처럼.



그 선택에 대해서 만족하는가.


내 인생 중 가장 잘한 선택 1위다.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어쨌든 굶어 죽진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Part2.
존버 & 슬럼프 극복 방법



‘존버’라는 말이 최근 몇 년간 트렌드다. A도 ‘존버’ 했나?


난 사실 ‘존버’와 ‘노오력'처럼 노력을 폄하하는 말들이 나올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러면 다 떨어져 나간다. 노력을 했는지 아닌지는 사실 알 바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은 어차피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내가 보고 운 영화가 하나 있다. 영화 <위플래시>다. 그렇게 해야 된다.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된다.


누구나 꽃 피는 시간이 다르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가을에 피는 꽃이 있다. 봄에 피는 꽃을 가을에 피는 꽃이 질투하는 건 찌질하다. 내가 행정학과인데 지난 학기 전공 수업에서 하루는 교수님께서 “고시 준비하는 사람 손들어보라”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셨는데 그 말이 “될 때까지 하면 돼"였다. 이건 고수들이 쓰는 문장이다. 이 짧은 말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본인은  어떤 목표를 될 때까지 해서 이뤄봤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래서 너 해봤냐”다.


인디언 기우제는 확률이 100%다. 비가 올 때까지 하니까. 존버도 똑같다. 거기에 내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면 20대는 시간과 비용이 변수다. 비용이 없어서 알바를 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은 비용으로 수렴한다. 존버도 영리하게 하는 게 좋다. 돈이 없으면 존버를 못 하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다.


비가 올 때까지 하는 인디언 기우제



정말 버티기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포기할 뻔한 적 두 번이 있었다. 나름 음악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기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통장에 8천 원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짜로 고민했다. 이 돈을 가지고 밥 먹을까? 담배 살까? 결국 담배를 샀다. 옥탑에서 비를 피해서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겠나.


음악적으로 잘 안 풀려.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은데 8천 원밖에 없어.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찌질한 마음?


“이거 나중에 썰로 써먹어야겠다. 나 엄청 잘될 거니까"라고 생각했다. (웃음) “너무 힘들다. 잘 될까? 미래 깜깜한데.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이런 생각은 안 들었다.


나는 마음속에 이미 될 놈이라는 생각을 최대한 품고 사려고 한다. 나중에 어디 강연이라도 나갔는데 고난을 겪은 스토리가 없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시나리오가 안 서는데, 지금 하나 건졌다. 바닥부터 올라왔다는 스토리가.



아니, 그건 포기가 아니잖아.


진짜 여기까진가, 인생을 건 실험은 배드 엔딩이 되는 건가, 군대나 갈까 생각했던 두 번째 순간이 있다. 그때도 힘들었는데, 나중에 특유의 마인드로 극복했다.


여기서 내가 개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마인드가 회복탄력성이다. 26, 27이 x같은 나이다. 불안정하고, 소속도 없고. 그런 시기를 누구나 겪는데, 사실 슬럼프보다 위험한 것은 슬럼프의 습관화다. 슬럼프가 2-3년 가면 몸에 배어서 디톡스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나도 가끔 심연의 깊은 곳에 갈 때가 있다. ‘터널'이라고 부른다. 그 터널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예전에는 2주 정도였다면, 이젠 길면 하루다. 터널에서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요령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기 객관화가 되면 솔루션이 나오고, 터널이 짧아진다.


자기 계발 서적 베스트셀러만 보는 것은 나의 솔루션을 찾지 않고 남들의 자기객관화 버전을 나에게 대입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만 하면 안 된다.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은 과감하게 떨쳐내야 한다. 원피스도 입어보고, 한복도 입어보고, 교복도 입어보고 해야 한다.



그래서 본인을 자기객관화했더니 어땠나?


슬럼프처럼 이 나이 때 대부분이 겪는 문제들은 의외로 원인이 개인에게 있을 확률이 높다. 개인의 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나는 스스로의 심리적 그래프를 철저하게 일원화했다. 내 일상을 시간대별로 분류하고, 어떨 때 사고가 긍정적이 되는지 시간대별로 파악했다. 그리고 내가 해왔던 결과가 현재니까 인풋 값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풋을 바꿔버렸다.


예를 들어 채식을 6개월 정도 했다. 어떤 신념 때문이라기보다는 순전히 내 몸에 안 하던 것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가 채식이었다. 그밖에 운동을 하거나, 스케줄표를 쓰거나, 방 구조를 바꾸거나, 방 조명을 바꾸거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해야 한다. 인풋 값을 0.1이라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이 옷도 입어보고 저 옷도 입어본 것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기존의 것이 고였는데 그걸 모르는 상태다. ‘하나만 걸려라’라는 마음으로 난타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터널이 점점 더 깊어진다. 나도 내 나름대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거린 것이다.




슬럼프를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이 무엇이었나?


하나밖에 없다. 나의 마인드. 통장 잔고 8천 원밖에 없을 때 느낀 게 있다. 사람이 바닥 찍기가 힘든데, 막상 바닥을 찍으면 내려갈 때가 없으니까 위로 올라갈 수 있구나. 한 번 바닥을 찍어봤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죽는구나’라는 깡이 생겼다. 그 이후에는 ‘어차피 안 죽던데'라는 생각으로, 버틴 것도 아니고, 그냥 지냈다.


물론 정말 힘들 때는 잠을 자거나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도 패턴화 했다. 나 같은 경우 보통 저녁에 갑자기 우울감이 온다. 그럴 때 잔다. 만약 잠이 안 오면 술을 먹고 뻗는다. 만약 우울감이 오후에 찾아온다, 그러면 고난이다. 그러면 나가서 책을 읽거나 한다. 말이 쉽지 실천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 순간에도 컴퓨터 앞에서 뭔가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그 방법이 베스트였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다. 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들이 항상 주변에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털어놓는 것만으로 마음이 많이 나아진다. 어떤 솔루션을 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다 보면 내가 답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느낄 때가 많았다.





Part3.
A의 근성론



본인만의 근성론이 있다고 들었다. 하나씩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근성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사는 것에 취해 있다 보면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느껴진다. 산술적으로 결과가 나오길 원하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금전이든 명예든 이만큼의 결과가 나오겠지 하고. 내가 투자한 만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노력이 몸에 밴다. 뭔가 가져다주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생각하면 원하는 결과를 가진 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쉽게 말해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은 꾸준한 것이다. 꾸준한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 운이 좋아 반짝 뜨는 사람도 있지만, 운만 좋은 사람은 절대 꾸준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꾸준한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이 닦는 것처럼’ 계속한다. 앞서 설명했듯 결과를 기대하는 마인드로 동기유발이 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태도로는 노력이 몸에 밸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근성도 올바른 실행법을 따라야 의미가 있다.


정말 뻔한 이야기다. 물론 근성도 중요하다. 근성이 한자어이기도 하고 주로 어른들이 쓰는 단어니까 올드패션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시대를 꿰뚫는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수학의 정석의 1 챕터인 집합만 공부해 가장 잘 풀게 되는 것은 올바른 공부법이 아니다.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방향성, 전략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면 좋겠다.



전략을 어떻게 세우나?


살다 보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피드백의 역할이다. 근성도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또 분명 나는 놈이 있는데, 그놈을 보면서 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판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유혹을 억제하기가 어려운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할 때, 매일 운동을 가는 게 버겁게 느껴진다거나. 어떨 때는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자기 절제와 근성을 기르는 본인만의 팁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심플하다. 너는 그게 힘들지만 남들은 그게 할만하니까 하는 거다.



그게 뭐야. 노하우를 알려달라.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한다. 김연아, 마이클 펠프스처럼. 무슨 생각을 하는 순간 뇌는 이미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왜 꾸준하게 못 하는지에 대해 뇌 과학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테드 영상이 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을 간다고 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수영을 가는 장면을 이미지화하는 순간 뇌는 가지 말아야 할 핑계를 찾아낸다. 요즘 애들은 학교에 하루 정도 안 가도 괜찮지만, 우리 때는 정말 아프지 않은 이상 학교에 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8살부터 19살까지, 12년 동안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 학교에 있었다. 그리고 그걸 문제 삼기보다는 나름 재밌게 다녔다. ‘가지 않겠다’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대학교 수업에는 많이 빠지느냐? 대학교엔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 그런 것이다. 이미지화하는 순간 안 할 방법을 찾게 된다.



습관화해야 하는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지화하지 않아야 하고.


이미지화가 유독 잘 되는 날이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두 시간 해야 하는데, 왠지 그 두 시간 동안 작업하면 곡 하나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해버린 순간 내리막길이다. 운동에 가기 싫어진다.


그럴 때는 반대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작업을 한다고 하고 막상 두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유튜브를 보는 나를 상상한다. 운동 안 간다 쳐봐, 그래서 네가 생각대로 잘 한적 있나. 없었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고.


비슷하게 밤샘 작업을 할까 생각하다가도, 그 시간에 게임 결국 유튜브나 볼 것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작업할 때 철칙이 있는데, 절대 밤을 안 새운다는 거다. 밤을 새우면 마치 열심히 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게 없다.



A가 정의하는 ‘성공’은.


정의하고 싶지 않다. (웃으면서) 왠지 함정이 있는 질문 같다. 왜 이런 질문을 했나?



별 의도는 없다. 아티스트가 정의하는 성공이 일반인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성공 대신 행복을 정의하겠다. 선택과 결과를 내리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가장 적은 게 행복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순물이 돈, 인간관계다.


개인적으로 문유석 판사님의 저서를 좋아하는데, 그의 책 <개인주의자 선언>에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순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너무 정답인 것 같다. 그렇지 않아? 커피 먹고, 친구들 만나고. 이런 사소한 행복으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거다. 빈도와 가장 가까운 게 우리 삶이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을 매일 하나하나 즐겨주는 게 빈도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겠지. 예를 들어 내가 서핑을 좋아하면, 양양에 간다. 인테리어를 좋아하면, 인테리어 소품을 모은다. 어려운 게 아니면서 어떤 것보다 가성비가 좋다.


귀여운 것 모으기를 좋아하는 A



앞으로의 계획은.


원래 크리에이티브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할 것이다. 글쓰기일 수도 있고, 커피 브루잉일 수도 있고, 대학원 진학일 수도 있고. 내 개인 앨범도 내고 싶다. 아직은 멀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꾸준한 것이다. 꾸준한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 운이 좋아 반짝 뜨는 사람도 있지만, 운만 좋은 사람은 절대 꾸준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꾸준한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이 닦는 것처럼’ 계속한다.


선택과 결과를 내리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가장 적은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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