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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Feb 08. 2016

고개를 들어, 별들을 보라

#20 아주 특별한 스무번째 취미이야기_천체관측 & 천문학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고(故)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마치는 마지막 구절은 광대한 밤하늘에 뿌려진 을 올려다 보며 고뇌하는 한 시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8090 세대의 영원한 전설, “은하철도 999” 에서 철이는 메텔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은하를 떠돌며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남겼고, ET, 스타워즈, 스타트렉등 시대를 망라하고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작품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광대한 서사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너무나도 가깝지만, 너무나도 먼, 광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밤하늘은 늘 인류의 로망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밤하늘을 탐구하는 취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눈에 담다, 천체관측  


밤하늘을 탐구하는 취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중화되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 취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행성과 별들의 아름다움을 관측하는 천체 관측과,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천문학이 바로 그것입니다. 흔히들 천문학과 천체관측을 함께 묶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천체관측도, 천문학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지만 천체 관측의 매력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과 행성들을 관측하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있다면, 천문학의 매력은 학술적으로 우주에 대해 탐구하고,우리가 살고 있는 광대한 우주에 대한 사실을 하나 둘씩 알아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어떤 취미보다도 접하기는 쉽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 다가가기는 막상 어려운 이번 취미를 파헤치기 위해, 천문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밤하늘과 우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잡지 출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중인 NGO, “우쥬라이크”의 회장 지영배 씨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먼저 다룰 천체 관측은 천문학에 대한 큰 지식이 없더라도 망원경이 있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취미입니다. 하지만 천체 관측을 제대로 즐기려면, 의외로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답니다. 우선 몇 억 광년 떨어져있는 행성들과 별을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이 필요한데요, 이 망원경의 경우 굉장히 고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용으로 구비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최소 1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하네요. 비싼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망원경에 사용되는 유리의 경우, 곡률을 정확하게 맞춰 깎아야 하기 때문에 연마하는 과정에 매우 공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한 망원경을 회전시킬 수 있는 목 부분을 가대라고 하는데, 이 가대가 얼마나 정확한 지에 따라 밤하늘의 별을 계속 따라가며 추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돌아가는 가대도 나왔는데, 이런 경우 망원경 하나에 가격이 3~400만원까지도 치솟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측동아리나 동호회의 경우, 하나의 망원경을 공동구매하거나, 천체관측소에 관측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점이 있는데, 많은 경우 망원경으로 저 멀리 있는 별을 보면 마치 생텍쥐베리의 소설,<어린 왕자> 에 나온  같은 둥그런 별을 한 눈에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별을 망원경으로 보아도 점처럼 작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은 우리의 상상보다도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망원경의 역할은 멀리 있는 것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흩어져 있는 희미한 빛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밤이 되어도, 주위에 빛이 번쩍번쩍한 도시에서는 가급적 천체 관측 하는 것을 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달, 토성, 목성과 같은 행성들은 별들에 비해 비교적 지구에 가까이 있다 보니 망원경으로 그 표면도 볼 수 있답니다. 천체 관측에 푹 빠지신 분들 중에는 어렸을 적 우연히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를 보고 빠지게 되신 분들도 상당수라고 하네요.


천체관측을 할 때 필수로 준비해야 하는 앱 중의 하나는 바로 무료로 시중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앱, 스테라리움입니다. 스테라리움을 이용한다면, 본인이 천체 관측을 하려는 날에 밤하늘에 어떤 별이 있는지, 언제 뜨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정보로 언제 어떤 별을 볼지 일정을 짜면,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먼저 하늘에 뜨는 순서대로 관측하는 것입니다. 이후, 관측하기에 좋은 장소를 물색한 후 가서 망원경을 세팅하고 관측을 하면 됩니다.


천체 관측을 즐기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즐기시는 또 다른 취미는 바로 천체 사진인데요, 천체 사진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일주 사진으로, 별의 궤도를 담은 사진입니다. 일주 사진을 보시면 빛이 둥그런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지구가 자전하며 별이 하늘을 스쳐간 흔적입니다. 일주 사진의 경우 계절과 상관없이 날씨만 좋으면 비교적 간편하게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노하 한 가지! 빛을 오래 모아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셔터 릴리즈를 오래 열어두어야 합니다. 근처에 잡아둔 숙소에 가서 잠깐 쪽잠을 자고 오면 딱 시간이 맞다고 하네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상을 배경으로 찍은 일주사진

두 번째는 멀리 있는 행성이나 가스덩어리 등을 촬영하는 심우주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추적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 망원경이 가만히 있으면, 자전하는 지구를 따라 점차 처음 고정해둔 별의 위치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로는 지구의 움직임이죠) 망원경이 쫓을 수 있게 하면 정지한 별이나 행성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천체 관측 사진을 찍을 때에는 보통의 사물을 촬영할 때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늘 손에 잡힐 듯이 크게 목성, 토성, 달 등을 촬영한 사진이 너무나도 신기했는데요, 아무리 카메라로 줌을 당겨도 달의 표면을 찍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결은 바로 DSLR 카메라의 렌즈를 뺀 후, 렌즈를 끼는 부분을 망원경 뒷구멍에 부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와 망원경을 연결하는 관이 따로 있는데, 이 관이 있으면 바로 부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망원경이 바로 카메라의 렌즈가 되는 거지요. 특히 달은 밝기가 매우 밝은 편이기에 이 방법으로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별들을 찍을 때는 초점거리를 최대한 무한대로 돌려놓고 찍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인 별은 아주 멀리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두 가지로부터 도망을 가야지 멋진 사진을 건질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두 가지는 바로 구름과 도시불빛입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밝은 별이라도, 그 사이에 구름이 끼어들어 버리면 사진엔 거무튀튀한 구름이 별빛을 가려 버립니다. 특히 일주사진의 경우는 구름의 궤적마저 찍혀 버려, 별 사진이 아닌구름 사진이 되어버린다고 하네요. 연구용 망원경이 구름 보다 높이 위치한 산에 주로 위치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합니다. 또 다른 방해자, 도시불빛 또한 천체 관측 사진을 촬영하는 데에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여기 저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도시 불빛은 도심의 먼지에 반사 되어 먼지 구름을 밝게 해, 스크린 현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노출을 오래 해서 빛을 많이 모아도 주위가 온통 밝아져 버리니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시골로, 사막으로, 보다 어둡고 맑은 곳을 찾아 관측자들은 헤매게 됩니다. 멋진 별 사진 하나 건지려고 남극이나 사막을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천체 사진가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은 사진은 불빛 가득한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천체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진은 합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천체 사진 촬영에 익숙해졌다면 나만의 테마를 만들어 천체를 촬영하는 것도 운치 있는 방법입니다. 천문 사진 마니아들 중에는 오직 오로라만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은하수를 촬영하는 분도 계시다고 하네요. 그 중에서도 특히 신기했던 건 국제우주정거장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분들입니다. 예전에 한 번 국제우주정거장이 마침 태양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 때 태양도 찍을 수 있는 필터를 장착하고 그 실루엣을 촬영하시곤 크게 기뻐하셨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밤하늘을 관측하며 사진을 촬영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별의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내는 하늘 스케치도 낭만적인 취미입니다.


우주 덕질, 의외로 쉽고 재밌어요 


천문학은 요즘 마션, 인터스텔라, 스타트렉, 스타워즈 등 우주와 관련된 영화와 소설 등 컨텐츠가 큰인기를 얻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학문입니다. 특히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과학계에선 특이한 학문이기도 하지요. 지웅배씨는 천문학이 대중이 취미로 즐기는 얼마 안 되는 과학 중 하나라고 표현합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란 말은 있지만, 아마추어 화학자나 아마추어 물리학자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천문학은 그 깊이가 깊고 비전문가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과학인데도 불구하고 취미화 되어버린 거의 유일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웅배 씨는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말합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아마추어 천문가들과 전문가들 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고 합니다.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환영하고, 지식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천문학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벽을 조금 더 낮추기 위해 지웅배 씨가 시작한 활동이 바로 “우쥬라이크”입니다. 벌써 8개의 잡지를 출간했고, 우주복을 빌려 거리 한복판에서 잡지를 나누어주는 퍼포먼스를 펄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기도했습니다. 나사에서 제공하는 천체 사진도 번역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천문학의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고,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우쥬 라이크" 에 실린 기사 예시

“천문학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실험을 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점이지요. 연구하는 대상이 우주와 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저는 이 점이 오히려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하면 복잡한 절차나 실험 준비 없이도, 상상만으로도 쉽게즐길 수 있는 학문이라는 말이니까요. 천문학에 대한 논의는 정말 다양해요. ‘외계인이 있다고 믿니?’ 와 같은 주제도 바로 천문학적인 논의주제가 될 수 있어요. 천문학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 있는 학문이에요. ‘고개만 들어도 지구 밖’ 이라는 시구처럼요.” 지웅배씨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했습니다.


지웅배 씨는 천문학을 깊게 파고 들어가 학문으로 공부하는것도 좋지만, 보다 가볍게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추천하는데요,천체 관측을 하며 소행성이나 소천체를 발견하는 것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소행성이나 소천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천체 사진을 찍어서 분기별로 비교를 해야 합니다. 무언가 작은 점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국제 천문학 위원회에 이를 보고 한 후, 기존에 등록되었는지를 검증 받고 이전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 직접 이름도 지어줄 수 있다고 해요! 최근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당한 명왕성도 처음엔 이런 방법으로 발견되었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발견 사례가 꽤있는데요, 공식적인 일련번호는 따로 있지만 부르는 명칭은 내가 직접 지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세종, 장영실 등 우리 역사상 위인의 이름에서부터 본인의 약혼자이름,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본인 이름 등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붙여준 이름을 단 채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행성이라니, 로맨틱해요.


Zoouniverse 라는 어플을 통해서는 은하 데이터 수집에 참여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모든 하늘을 다 찍을 수 있는 전천탐사 망원경이 개발되었는데, 무려 100~200만 개가 넘는 은하 데이터가 수집되었지만, 이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분석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떠올린 생각이 바로 Zoouniverse!이 어플로 들어가면 랜덤으로 은하 사진을 볼 수 있고, 각 사진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최종적으로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다고 하니, 잉여 시간이 남을 때 가끔씩 해보는 것도 시간 때우기에는 좋다고 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책,프로그램, 채널 등을 통해 천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천문학 관련 저서 중 하나로는 칼 세이건의 저서가 있고요, 이 저서를 바탕으로 한 BBC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시즌 2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로는 In a nutshell 을 추천합니다. 우주에 관한 인포그래픽 영화인데, 굉장히 퀄리티가 좋고 쉽게 설명되어 있답니다.




불과 2~30년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릴 적 본 아름다운 은하수를 평생 추억거리로 이야기 하고는 했습니다. 당시 세대는 일산에서도 정밀한 관찰이 가능할 정도라, 아이들은 직접 밤하늘의 신비를 눈에 담고 자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스타워즈나 우주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 우주에 대해 다룬 컨텐츠 등 간접적인 매체 외에, 우리가 직접 우주의 신비를 체험해보기란 어려운 일이 된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밤하늘을 머리 위에 인 채,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법에만 익숙해져 가는 듯 해요. 하지만 어느 피곤한 밤, 고개를 되려 뻣뻣이 세우고 머리 위에 하늘을 보세요. 바로 위에 우리의 모든 고민이 사소하게 보이는, 광대한 세계가 맞닿아 반짝이고 있습니다. 겁먹지 말고, 별들의 바다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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