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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Dec 28. 2019

무턱대고 외우는 영어의 위험

영어 공부 독학러들을 위한, 시행착오에서 우러난 조언


피터캣 클럽 1기를 모집할 때는, 많은 업데이트를 거친 지금과는 모습이 굉장히 많이 달랐습니다.


작년 2019년, 한창 서늘한 바람이 옆구리를 파고들던 9월, 반복되는 지옥의 번역 작업에 저는 많이 지쳐 있었고, 매일 죽어 있는 글자만 쳐다보기 보단,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많이 언급했듯, "허울 뿐인 영어능력자가 아닌 진짜 영어능력자가 되고자 하는 영고자(영어고급자)들을 돕겠어!" 가 그 방향이었고요.


그래서 "영어책외우기 스터디를 함께 해요!" 라는 제목의 공고로 스터디 멤버를 모집했고, 총 24 분의 멤버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억지로 원어민들과 같은 방에 밀어넣고, "자 즐겁게 말해보세요 빵긋빵긋"이 얼마나 숨막히고 의미없는 시간이 될 수 있는지, 익히 (치떨리게) 경험해 봤기에, 저는 무조건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면 영어가 알아서 다 잘 될 거라는 무책임한 로직에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조각나고 이가 빠진 영어로 계속 얘기하면, 오히려 그 틀이 굳어지기도 쉽고요.


중요한 건,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된 표현을 배우고, 끊임 없이 변주하고 반복해서 내 걸로 익히는 거였고, 그건 원어민이랑 많이 대화한다고 익혀지는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서 정리가 되는 게 먼저입니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괜찮은 표현을 외우고 활용하여 내 걸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여기까진 매우 좋았어요. 요건 2기 "영어책외우기" 클럽에서도 근간이 되는 로직임에 변함없어용.


그러나 실전에서 1기 멤버 분들과 구체적으로 이 방법을 활용할 때 겪은 착오가 있었으니...

독학을 하시는 분들이 혹시 제가 겪은 착오에 빠져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시행착오를 공유합니다.

그거슨 바로 "무턱대고 통째로 외우기"는 절대 즈.얼.대. 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첫 모임 때 나타난 1기 멤버 분들의 눈은 하나같이 초롱초롱하며 열정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영어 점수만 높지, 진짜 영어를 쓰는 건 못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쓰앵님의 글 보고 가슴에 너무 와닿았어요!"

그 말씀에 너무 뿌듯하고 어떻게든 빡세게 실력을 향상시켜드려야 한다는 열정에 휩싸인 저는, 한 분당 한 페이지 반에 해당하는 영어책 분량을 통째로 외워오는 미션을 드리고 말았고, 같이 열정에 휩싸인 1기 멤버 분들도 투지를 불태우며 신나게 그날 모임을 파했습니다.

"하루에 4-5문장 정도 외우면 되니 문제 없을거야!" 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망하는 레파토리를 읊조리면서요...


불길한 징조는 늘 무시받는다.


쨌튼 뭐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외워오기엔 양이 생각보다 벅차다는 피드백이 스터디 2-3회차 쯤 되니 슬슬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꾸준히 다 외워오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에요. 대다내....!


그런데 이렇게 외워오시는 분들을 유심히 보다가 "앗 이건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하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고등학교 내신, 대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시험을 앞두고 허공을 쳐다 보며 중얼중얼 외우던 우리의 모습... 기억나시나요. 통째로 외워오신 분들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ㅠㅠ

뇌 속에 우겨 넣은 한구절한구절을 풀어내며, 눈은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시며 입은 기계처럼 외운 내용을 영혼 없이 읊는...

시험 암기와 다를 바가 없이 그저 외우는 데에만 치중하면, 그 끝은 우리가 잘 알듯, 일주일만 지나도 "다 까먹는다"는 새드 엔딩입니다.

외워서 내 걸로 만들어야 하는데, 통째로 외우면, 외우는 데 뇌의 대부분을 써 버리고, 결국 외운 표현을 활용하기 위한 뇌의 용량이 없어져 버린...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그 이후로 바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첫번째. Active Reading, 즉, 능동적 리딩을 해올 것.

두번째. 통째로 외우기 보다, 특히 활용하고 싶은 표현이나 단어가 있는 문장을 6개 골라 외워올 것.

내가 아는 단어라도, 혼자서 이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다" 가 답이면, 그 단어의 쓰임새를 체크해 보며 활용하기 위한 공부에 초점을 두었고, 그렇게 공부한 표현 중 "써보고 싶다" 하는 표현을 6개 골라 외워오도록 했습니다.


외워야 할 양이 대폭 준 대신, 내가 무엇을, 왜 외우는지 확실히 뇌리에 새기는 방향으로 전환하니, 오히려 결과가 훨씬 좋았습니다.


참고로, Active Reading 을 할때, 아래의 3요소에 특히 주의해가며 공부하면 좋습니다.


 1) 처음 보거나 모르는 표현
 2) 의미는 알지만, 혼자서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표현
 3) 내용이 좋은 표현


2기 때도 영어책 외우기 및 영상 외우기 클럽이 있지만, 여기서 또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외우고 싶은 표현을 직접 6개 골라오는 것도 좋았지만, 그렇게 외워온 표현을 복습하고 여러 번 활용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복습은 각자의 자율학습에 맡겨야 했는데, 이번 2기 때는 이 점을 보완해서 외워올 표현을 지정해 드리고, 대신 오프라인 클럽 모임에서 활용하는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생각입니다.


천권의 책을 읽어도 하나도 머리에 남지 않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그 모두가 머리에 남아 있는게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





https://brunch.co.kr/@micamica19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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