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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Jun 09. 2018

임팩트 뉴스 #7:
2018년 임팩트 투자시장의 현재

GIIN Anual Impact Investor Survey, 2018

 GIIN(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의 2018년 Annual Impact Investor Survey(연례임팩트투자자설문)의 결과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하는 보고서로, 명실상부 임팩트 투자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참고하게 되는 보고서다. 이런 지위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그 꾸준함에 있다. 한 해어치의 보고서를 봐서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 이런 작업이 5년 이상 꾸준히 쌓이면 생겨나는 깊이와 폭이 있기 마련이다.)


https://thegiin.org/research/publication/annualsurvey2018?platform=hootsuite




2018년 GIIN의 연례임팩트투자자설문에는 총 226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들 226개 기관이 운용하는 총 임팩트 투자 자산은 2281억 달러, 한화로 약 250조원에 달한다. 해마다 발표되는 이 수치는 현재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자산의 규모의 추정치로 흔히 쓰이곤 하는데,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자산 규모의 최소값"인 셈이다. 실제 임팩트 투자기관이면서도 GIIN의 설문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들의 수치는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은 추정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임팩트 투자 자산의 규모로 GIIN이 발표하는 이 수치를 사용한다. 2017년의 이 수치는 1140억 달러였다. 1년 사이에 거의 2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GIIN의 2018년 연례임팩트투자자설문에 응답한 226개 기관이 운용하는 임팩트투자 자산은 총 250조원에 달한다.


총 250조원가량을 운용하는 22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의 결과가 담긴 70여 페이지 보고서는 아래 다섯 가지 메시지로 요약된다.


아래에서 다섯 가지 메시지 각각에 대해 특별히 눈에 들어왔던 주요 사항들을 요약해 보았다. 


첫째, 시장의 다양성


'임팩트 투자'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한두 가지의 스테레오타입을 떠올린다. 아마도 떠올리는 스테레오타입은 어느 국가/지역에 있는지, 어떤 업계의 사람들을 주로 접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실제로, 임팩트 투자 역시 다른 '일반적인' 투자 행위가 일어나는 다양한 방식들 전부를 활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러하다.


임팩트 투자 기관의 형태를 보자면, 일반 투자에서 가장 흔히 활용되는 '펀드 운용사'가 역시 가장 다수를 차지한다(59%). 그 다음으로 재단이 13%, 은행이 6%, 패밀리오피스가 4%, 연기금 및 보험회사가 4%다. 임팩트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고 주류 금융시장으로 편입될수록 '펀드 운용사'의 형태는 점점 늘어나고 재단이나 패밀리 오피스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임팩트 투자기관들의 목표 수익률을 보자면, 약 3분의 2(64%)가 시장수익률(risk-adjusted, market-rate returns)을 추구하며, 20%는 시장 수익률 이하를, 16%는 원금 보전을 목표로 한다. 임팩트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 투자가 "재무적 수익률을 희생하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 재무적 수익률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 언제나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모든 임팩트 투자가 낮은 재무적 수익률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설문에 응답한 226개 임팩트 투자 기관의 3분의 2는 임팩트 투자에만 특화된 기관이고, 나머지 1/3은 일반적인 투자도 함께 집행하는 기관이었다. '일반적' 투자와 임팩트 투자를 병행하는 투자기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임팩트 투자가 주류 금융 시장으로 섞여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임팩트 투자의 대상 자산군을 살펴보면, 여전히 대부분 private market에 투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응답기관들의 운용자산 중 41%가 private debt에, 18%가 private equity에 투자된다. public equity에 투자되는 자산은 아직 1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의 대상이 되는 산업군을 살펴보자. 과거에 비해 그 산업군 역시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비롯한 금융업, 에너지, 식품산업 및 농업, 헬스케어, 주택, 기간시설, 교육업, 수자원 및 위생, 제조업, ICT, 문화 예술업 등이 주요 산업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팩트 투자기관들의 섹터별 투자 분포


임팩트 투자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컨셉이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 시장 내의 분화, 다양한 주체와 다양한 투자 전략 사이의 차이점들이 간과되기 쉽다. 실제로 "임팩트 투자 펀드에 돈을 넣으면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임팩트 투자는 저소득계층, 취약계층이나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같은 류의 질문들을 여전히 많이 받는데, 대답은 대개 "경우에 따라 다르다"이다. 올해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다양성이 확보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임팩트 투자 산업의 성장


거듭 말했듯이, 임팩트 투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글의 맨 처음 언급했듯이, 총 운용 자산이 늘어나고 있음은 물론이고, 실제 임팩트 투자 분야에 진입하는 기관의 수, 매해 집행되고 있는 투자액, 투자 건수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GIIN의 연례설문에 참여한 응답기관 중 절반 이상이 지난 10년 사이에 첫 투자를 집행했다고 답했다는 데서, 임팩트 투자가 얼마나 '젊은' 산업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응답기관이 2017년 한해 동안 실제 집행한 투자는 총 255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 건수로는 11,136건이다. 이들은 2018년에는 투자 활동을 투자액 기준으로는 평균 8%, 건수 기준으로는 평균 5%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서 GIIN의 연례설문에 참여했던 기관만을 떼놓고 보면, 이들은 지난 5년 사이 투자 집행액을 27%, 건수를 32% 늘려왔다고 답했다.


위에서 임팩트 투자와 일반 투자를 모두 집행한다고 답했던 기관들의 이야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이들 중 84%가 임팩트 투자 자산의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고 답했으며, 내부에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저항이 있다고 답한 기관은 6%에 불과했다.  


일반 투자와 임팩트 투자를 병행하는 투자기관들이 지난 3년간 조직 내에서 목격한 변화들



셋째, 임팩트의 측정 및 관리에 대한 의지


응답기관 절반 이상이 사회적 목표와 환경적 목표를 전부 추구한다고 답했고, 40%는 사회적 목표를 우선으로, 6%는 환경적 목표를 우선으로 추구한다고 답했다. 임팩트 타깃을 설정한다고 답한 기관이 무려 76%에 달했으며, 임팩트 관리를 위해, 정보에 입각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피투자기관이 책임성을 갖추게 하기 위해, 운용팀의 임팩트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등을 임팩트 타깃 설정의 이유로 꼽았다. 


응답기관 대부분이 사회적, 환경적 성과 측정을 위해 여러 도구 및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대답했다. 각 기관만의 지표나 프레임워크가 있다고 답한 곳이 69%로 가장 많았고, 정량적 정보를 추적하는 곳도 66%, IRIS와 연결된 지표들을 활용하는 곳도 59%에 달했다. 이에 더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비준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4분의 3에 해당하는 투자기관이 자신들의 투자 성과를 SDG에 대비해 추적하고 있거나, 또는 그럴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임팩트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 또는 프레임워크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넷째,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수익률 및 임팩트 성과


응답기관 절대 다수가 이제까지의 투자에서 재무적으로나(76%) 임팩트 측면에서나(82%)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답했으며, 15%는 양 측면 모두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답했다. 이런 숫자는 인상적이지만, 각 기관이 스스로 설정한 기대 수준에 대비한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 객관적인 성과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각 기관이 실제로 몇 퍼센트의 투자 수익률을 거두었는지를 보면, 그 결과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아래는 각 기관이 설립 이래 거두어온 총 연간 수익률(gross returns)의 분포를 보여준다. DM은 개발국가/선진국시장을, EM은 저개발국가/신흥시장을 일컫는다. 시장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곳만을 보자면, 개발/선진국가 equity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기관의 평균 수익률은 17.6%, 저개발/신흥국가 equity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기관의 평균 슈익률은 17.0%다. 모두 일반적인 VC나 PE사들이 올리는 평균적 수익률에 대비했을 때 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임팩트 투자기관들이 설립 이래 거둔 총 연간 수익률(gross returns since inception)



다섯 째, 임팩트 투자자가 여전히 부딪히고 있는 도전들


응답기관 대부분이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여러 측면에서의 진전을 목격하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들이 남아 있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적절한 스킬들을 갖춘 전문인력의 확보'(90%), '임팩트 측정의 고도화'(88%), '양질의 투자기회'(86%), '리서치 및 데이터'(85%) 등의 측면에서 특히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응답기관들은 입을 모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도전 과제로 꼽힌 문제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리스크/수익률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더욱 너른 분포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 이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수위로 꼽히고 있는 문제다. 임팩트 투자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임팩트 투자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양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특정한 세그먼트의 자산군이나 특정한 리스크/수익률 프로파일의 대상들에만 자본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임팩트 투자 시장이 더 두터워지고 고도화되려면, 더 다양한 성격의 자본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임팩트 투자 시장의 정의, 그리고 세그멘테이션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 앞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임팩트 투자를 한두 가지의 스테레오타입으로 단순화해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이런 이해의 한계가 임팩트 투자의 폭넓은 확산,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임팩트 투자는 투자 목적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지, 투자 방법론이나 투자 대상의 자산군을 기준으로 정의된 개념이 아니다. '(1) 자본을 회수하고 나아가 수익을 올리면서, (2)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라고 정의할 때, 이 정의는 임팩트 투자의 목적을 말해줄 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도, 심지어는 (1)과 (2) 사이의 우선순위도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는 아주 느슨하고 넓게 테두리를 칠 수 있는 개념이 된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를 말할 때, 누군가는 저소득 지역의 임대주택 건설에 저리 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시드(seed) 자금을 투자하는 일을 떠올릴 수도 있다. 저개발 국가의 여성 가장들에게 소액 자금 대출(microfinancing)을 제공하는 일도 임팩트 투자의 일종일 수 있으며, 선진국의 상장 기업들 중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회사들의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도 임팩트 투자의 범위에 들어간다. 이런 다양한 임팩트 투자의 상을 묶어내면서도, 그 내부의 고도화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언어들이 필요하다. 임팩트 투자가 점차 성장하고 주류 시장에 편입되어갈수록 그 필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번째 도전 과제는, 적절한 회수(exit)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 임팩트 투자도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어느 시점에서는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회수와 재투자의 싸이클이 완성되지 않으면, 투자로서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임팩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한 이후에 피투자기관이 재무적으로나 임팩트의 차원에서나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임팩트 투자자들이 보편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이며,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성장을 위해 남아 있는 도전과제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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