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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Mar 05. 2021

서문 | 팬데믹 시대,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어린 시절, 동네 작은 책방에서 만화책과 로맨스 소설을 골랐다. 가끔 어른들이 읽는 베스트셀러도 구경하고 야한 장면이 있다는 인기 소설도 훔쳐보며 자랐다. 하지만 요즘 동네에는 작은 책방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쇼핑몰과 높은 건물에 입점한 대형서점이거나 하루 만에 집 앞까지 총알 배송해 오는 온라인서점 이용이 대부분이다.      


2017년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동네 책방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지역 곳곳에 자리했던 이전의 전통적인 지역서점은 감소하고 있으며, 책방 운영자의 성향과 책방 콘셉트에 따라 운영하는 독립서점이 증가하고 있다.      


독립서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은 서점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민과 함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운영되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별점은 지역서점이 학습지교재를 포함한 모든 서적 분야를 갖춘 종합서점이라면독립서점은 학습지와 교재를 판매하지 않고운영자에 의해 소량의 책이 선별되어 판매된다또한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을 다룬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여기서 독립된 출판물은 독립된 자본과 독립된 출판 시스템으로 만든 출판물로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기획부터 유통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출판물을 말한다. 따라서 독립서점이란 오프라인 서점에서 중소규모 매장을 갖추고 개인 운영자가 개인 자본으로 독립된 출판물 또는 소규모 출판물과 큐레이션 한 일부 도서를 다루는 서점이라 정의(구선아, 장원호, 2018)” 한다. 동네 책방은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을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본 글에서 동네서점이 아닌 동네 책방으로 명명하는 것은 책방은 서점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인 ‘책이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절임에도 독립서점이 계속 개점이 는다지만 실제 독립서점을 포함한 동네책방의 지속적인 운영은 녹록지 않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일단 국내 독서량 자체가 줄고 있다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면, 조사 결과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에 비해 각각 7.8%포인트, 2.2권 줄어들었고, 학생의 경우 종이책 독서율은 90.7%, 독서량은 32.4권으로 2017년에 비해 독서율은 1.0%포인트 감소했으나 독서량은 3.8권 늘어났다. 현대는 책 말고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당연히 독서가 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도 성인은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 이용 29.1%,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27.7%, 독서 싫고 습관이 안 들어서 13.6%, 다른 여가활동 때문에 11.9%,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5.4%, 학생은 학교나 학원 때문에 27.6%, 독서 싫고 습관이 안 들어서 22%, 휴대전화, 인터넷, 게임 하느라 21.2%,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 8.1%,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서 7.9%다. 학생의 종이책 독서율 증가는 자율적이라 보기 어렵다. 학업과 성적을 위한 독서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책은 읽는 사람만 많이 읽고 사는 사람만 계속 산다. 이렇듯 책 문화의 양극화는 최근 일이 아니다.    

  

이처럼 평균 독서율이 낮으니 책 판매율이 높을 리 없다그나마도 독립서점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과 경쟁한다온라인서점은 10% 할인에 5% 적립, 거기다가 예쁜 굿즈와 당일 배송까지. 작은 책방은 도저히 이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거기다가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도 온라인서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독자가 아닌 소비자를 찾는 것이다. 소비자는 책을 발견하고 다양하게 읽기보단 익숙한 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대형서점에서 본 책, 온라인서점 배너광고에 붙은 책, 드라마에 등장한 책, 영화로 각색된 책 등. 물론 어떤 책이라도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는 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책이 다양하게 소비되어야만 지속해서 다양한 책이 출간될 수 있다. 건강한 책 문화는 독자가 책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책은 다른 판매 상품보다 마진율이 낮다책방은 두 가지 방법으로 책을 들여온다. 한 가지는 도매상을 이용하여 여러 출판사의 책을 거래한다. 도매상 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출판사의 책을 다양하게 소량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각각의 출판사와 연락하여 직거래로 책을 받는다. 이의 장점은 최대 도서 정가의 60%까지 거래하는 출판사가 있고, 출판사에서 제작한 굿즈나 이벤트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도서 정가의 평균 70%로 책을 가져온다. (높게는 80%, 90% 공급률의 책도 있다) 그렇다면 책방은 10,000원 정가의 책을 판매했을 때, 3,000원이 남는다. 그러나 3,000원이 순이익이 아니다. 평균 3,000원에 카드 수수료, 전기세, 월세, 인건비 하물며 책 포장비와 세금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를 다 제외하고 단순히 3,000원이 이익이라고 해도 백만 원 월세를 내려면 10,000원짜리 책을 몇 권 팔아야 할까? 한 달에 333권,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1권,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면 매일 13~14권을 팔아야 한다. 작은 책방에서 매일 10권 이상을 파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하루에 한 권도 못 파는 독립서점이 수두룩하니까. 


물론 최근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동네서점 에디션이나 사인본을 팔며 독자를 끈다또한 북토크글쓰기 클래스 등 다양한 책 문화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모임으로 독자를 만들고 있고책 정기 구독 서비스와 시크릿북 판매 등 책의 우연한 발견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하지만 독립서점은 이미 레드오션이 아니다. 경제 논리로 보면 소비보다 생산이 빠르게 증가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독립서점도 부익부 빈익빈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도 경쟁이 만만치 않아졌다.      


더군다나 예상치 못한 사태도 발생했다. 코로나19로 팬데믹 시대가 되면서 더 힘들어졌다.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굳건히 버티던 지역서점과 독립서점도 폐점하거나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책방은 책만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소비하기 위해 찾는 독자나 손님이 많다. 물론 방문자가 소수이고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형서점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 대면하는 업종이다 보니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문자도 마찬가지 이유로 오프라인 공간 방문을 꺼린다. 평소 작은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던 독자도 온라인서점을 이용하거나 전자책을 찾는 이유이다. 이에 여러 책방이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다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영상오디오 콘텐츠를 기획제작도 한다궁여지책일지 몰라도 어쩌면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가 될지 모르는 시작이다     


책방은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공간이다.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 “좋은 일 하시네요.” “책 좋아하시나 봐요.”로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책방으로 많은 돈을 벌수는 없지만, 책방을 운영하고 생활을 영위해야 책방이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에서는 8곳의 서울 책방과 2곳의 출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책과 책방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이를 통해 동시대의 책과 책방은 물론 앞으로의 책과 책방을 살펴보았다.


*사진 ⓒ책방연희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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