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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Mar 15. 2021

세상으로 나온 사회학자의, 니은서점

세상으로 나온 사회학자의니은서점     

서울 은평구 연서로26길 35

수-토요일 14:00-20:00, 일요일 14:00-18:00, 월/화요일 휴무


니은서점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예술 분야 책을 주로 다루는 독립서점이자 전문서점입니다. 10평도 채 되지 않고 전시할 수 있는 책이 공간의 한계상 1천 종 미만이어야 하기에 불가피하게 많은 책이 아니라 한정된 분야에서 선별한 책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전문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니은서점은 독립서점이라 생각하는데요, 대형 체인서점과 달리 판매가능성이라는 마케팅적 관점을 우선시하여 책을 고르고 전시하기 보다는 발굴하고 소개할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독립서점이라 자기규정하고 있습니다. 

니은서점의 또 다른 특징을 말씀드리자면 책만 파는 서점이라는 점입니다. 책 판매로 기대할 수 있는 이윤이 적기 때문에 부가적인 상품을 판매하거나 숍인숍 형태로 서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니은서점은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책만 파는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니은서점은 책만 파는 서점으로 책을 돋보이게 하고 책을 소개하는 북마스터와 북텐더가 있습니다이들은 책방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요?

북텐더는 책을 선별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일 년에 수 만종의 책이 출간되는데, 독자는 그 수많은 책을 일일이 검토하고 구입할 책을 선정할 수 없습니다. 대형서점에서 많은 사람이 책 구매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온라인서점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어 책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 특화된 서비스를 하기에는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제격이라는 생각입니다. 

북텐더는 단지 구매하는 책을 계산하고 판매를 하는 seller가 아니라 책을 구매하는 분도 소속되어 있고 책을 추천하는 북텐더도 소속되어 있는 책의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님과 북텐더가 만나는 경우, 북텐더가 손님에게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경우 단순히 상거래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책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사람끼리의 ‘대단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죠.   

   

니은서점의 마스터 북텐더는 책도 여러 권 낸 작가이고방송도 출연하는 인지도 있는 사회학자입니다이전에도 아나운서나 방송인 등이 서점을 개점하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개인의 인지도가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요.

서점 운영 초반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하지만 서점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지도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서점을 운영하면서 절실히 느낍니다. 책의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적인 인지도나 유명함 등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특히 진지한 독자일 경우 외부적인 인지도보다는 그 서점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죠. 이런 점에서 니은서점의 초창기에는 개인의 인지도가 자리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인지도가 아니라 서점의 진실성과 성실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점의 진실성과 성실성이 중요하다는 건 매우 공감합니다독자도 결국은 책방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책방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될 테니까요

책의 생태계는 시장 경쟁력이라는 원리만큼이나 문화적 예외에 대한 존중이 균형을 이룰 때 파괴되지 않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라고 말했습니다동네책방이 많이 사라졌다지만 계속 개성 있는 책방이 늘어나고 있고많은 이가 창업을 꿈꾸고 있고요그 이유가 문화적 예외성 때문이라 생각하나요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크게 보자면 가치관의 다변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를 추구하는 것이 유일한 가치관 이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부 이외의 다른 가치 예를 들면 자율성, 자기 결정성, 자기만족 이런 것들이겠지요. 이런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동네책방의 창업 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예외성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경제의 가치와 돈의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개념이니까, 질문하신 대로 제가 주목하는 새로운 가치는 문화적 예외성을 내재화한 가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구입하면 가장 좋은 이유를 책을 사는 것이 독서의 첫걸음이자 책을 쓰는 사람을 후원한다고 했습니다그렇다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아닌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책을 사면 좋은 이유가 뭘까요.

한국어 출판시장은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인구가 5천만 명 정도뿐이 되지 않고, 인구 중에서 독서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1억 이상의 배후 인구를 가지고 있는 언어권의 출판시장과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지요. 한 민족 그리고 국가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고유 언어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입니다. 한국어의 고유성이 유지 발전되는 데 출판은 그 어떤 분야보다 큰 기여를 하고 있지요. 게다가 한국어 출판시장의 또 다른 특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바로 쓰이는 언어로써의 한국의 짧은 역사입니다. 한국어의 역사와 훈민정음의 역사가 다르고,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다고 해도 현재처럼 한국어로 훈민정음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어가 한글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쓰여진 것은 1945년 이후라고 봐야겠지요. 이런 점에서 한국어는 앞으로 더 발전되어야 하는 언어입니다. 

한국어가 더 발전되려면 더 많은 좋은 작가가 출현해야 하고, 그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 출판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책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는 한국에서 몇 명이나 될까요? 인세는 정가의 10퍼센트입니다. 한 작가가 정가 1만 원짜리 책을 쓰고 자그마치 1만권이나 판매했다고 해도, 그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1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동네 작은 책방이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 다른 역할과 기능이 있을까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은 판매 가능성을 우선시 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작가의 책이 주로 팔릴까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위주 판매 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유명세에 의존합니다. 작가가 유명하면 책이 더 잘 팔리고 작가가 유명하지 않으면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에서는 힘을 못 쓰는 거죠. 

작은 서점이나 독립 서점의 역할은 저는 좋은 책이지만 작가가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출판사가 마케팅을 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 체인 서점과 온라인서점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단지 그 이유로 독자와 만나지 못하는 좋은 책을 독자와 연결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서점에서 독자들은 오히려 대형서점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온라인서점에서 주목하지 못했던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독립서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은 오프라인 공간 운영자들에게 전례 없는 어려움이 생긴 한해였습니다니은서점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네요. 오로지 빨리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저희 서점도 분명 변했습니다. 그리고 서점도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작은 서점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던 독자와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SNS를 통한 우회적이고 대안적인 교류 방법이 그 만큼 중요해졌습니다. 

매주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바로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오프라인 서점에서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라이브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부가적인 기쁨도 누리고 있는 중입니다.      


몇몇 뉴스는 코로나로 인해 도서 매출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실제 코로나로 도서 소비 혹은 책읽기가 증가한 것을 느끼나요코로나가 지금보다 장기화되면 혹시 도서 소비나 책읽기가 증가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좋겠습니다만, 본래 책의 독자인 분들은 코로나로 인해 책을 더 많이 읽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래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서 읽지 않았던 책을 읽게 될 가능성은 그 다지 높지 않다고 봅니다. 넷플릭스와 와차에 있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는 우리가 심한 경우 코로나로 인해 자가 격리를 10년을 해야 한다 하더라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니까요.      


얼마 전까지 도서정가제가 이슈였습니다다행히 현행법대로 유지한다고 결정이 났죠당시 관련 인터뷰에서 도서정가제는 작가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작가로서 책방 운영자로서 또 사회학자로서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이유가 다를까요.

도서정가제는 책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존중함을 제도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둘 수 없는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는 판단이 도서정가제를 만들어낸 것이죠. 만약 어떤 사람이 도서정가제를 반대한다면 책은 그 어떤 문화적 가치가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저는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책은 미디어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책은 여러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특정 기간 동안 유용한 정보를 담은 실용서가 있을 수 있고요. 예를 들면 ‘기출문제 2020’이런 책이겠지요. 모든 책이 실용서는 아닙니다. 이른바 인문서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 책의 가치가 손상되지는 않습니다. 책은 종류에 따라서 책을 상품으로 보았을 경우 그 상품의 가치가 감가상각이 이뤄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실용서와 인문서는 그 성격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실용서에는 보다 탄력적으로, 인문서에는 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소규모출판사는 물론 대형출판사중형출판사도 동네서점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점점 그 수도 많아지고 있고요작은 책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요출판사 혹은 지자체기관에서 책방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제일 부담스러운 마케팅이 동네서점 에디션 등입니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네서점의 행정업무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지요. 동네서점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동네서점은 1인 운영이고 적자를 메꾸기 위해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동네서점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것은 고맙지만, 마케팅을 하실 때 동네서점의 입장을 청취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자체나 기관이 동네서점을 지원하고 자신의 관할 구역에 독립서점이 생기고 생존하기를 기대한다면, 공공 방식의 저렴한 장기 임대 계약이 가징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은 비율이 임대료니까요

얼마 전 독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 타깃이 되는 쿠팡도 온라인서점 시장에 진출했습니다현재보다 더 빠른 배송싼 가격에 책을 살 수 있게 된 거죠작은 동네책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요?

참고서나 학습서를 주로 판매하는 서점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쿠팡의 새벽배송이 본격화된다면, 거기 맞춰서 서점도 다시 한 번 변신해야 겠지요.      


온라인서점이 확장되도 어쩌면 지금과 같은 독립서점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니은서점은 10년 망하지 않고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니은서점은 자본이 없습니다. 니은서점의 유일한 경쟁력은 책을 마케팅 차원에서만 대하는 관점이 아닌 책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책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입니다. 10년 이상 망하지 않고 버티는 서점이 되기 위해 니은서점은 단 두 가지에만 집중 합니다. 책에 대한 진실한 마음 그리고 좋은 책을 알아보는 전문성 단 두 가지만이 자본의 힘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사진 ⓒ구선아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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