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레이블의, 라이너노트
서울 마포구 양화로15안길 6
월-금요일 12:00-19:00, 토요일 12:00-20:00, 일요일 휴무
라이너노트는 2016년 5월 문을 연 음악 서점입니다. 음악에 관한 책을 다루는 서점이지만 공연, 강연, 독서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오선지부터 악보, 뮤지션의 평전, 노래가 소재가 되는 소설, 혹은 음악을 들으며 읽기에 좋은 에세이 등 다양한 책들과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이너노트'란 음반에 들어가는 해설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음악을 알리는 방법이 공연이나 음반 판매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글을 통해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음악가가 음악으로 다 설명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때로는 음악으로, 책으로, 강연이나 공연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려 합니다.
라이너노트는 음악 레이블에서 운영하는 서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연장이나 기타 다른 공간이 아닌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운영하면서 얻는 시너지가 있는 지 궁금합니다.
라이너노트는 페이지터너에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연남동에서 낡은 집을 고쳐 사무실을 열게 되었고, 같은 건물 차고였던 공간이 오랫동안 창고로 쓰이는 게 아까워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터너가 하는 일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 구성원들이 책을 좋아해 음악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공연장도 생각했었는데 음악을 사람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책이 아주 좋은 매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점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시너지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책을 큐레이션하고 읽으면서 음악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요.
라이너노트를 운영하는 페이지터너에 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페이지터너는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을 만드는 기획사입니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책과 휴식이 있는 하룻밤 동안의 음악회 – 라운드 미드나잇, 서울재즈위크 등 다양한 음악공연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라이너노트에서도 연남동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남동에서는 15명 정도, 지금은 3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공연 소식은 라이너노트와 문악HOM(라이너노트가 있는 공간의 이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방이지만 음반을 판매하고, 작은 공연도 열고, 다른 서점 혹은 브랜드와 콜라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요.
책 판매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서점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만들어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연 외에도 독서 모임, 음감회(위로하는 음악 감상실), 라이너노트에서 라이너노트 쓰기, 음악 글쓰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남동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서교동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전한 이유가 있는지요. 그리고 홍대일원(연남동-서교동-합정동)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독립서점이 위치한 동네입니다. 이 동네에 계속 머무는 이유가 있을까요?
서점이 이전했다기 보다는 사무실 전체가 함께 움직인 건데요, 연남동 시절의 공간이 많이 작기도 했고, 그에 비해 꾸준히 임대료가 올라서 좀더 큰 공간을 찾으면서 서교동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공연기획사다 보니까 홍대를 크게 벗어나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서점만 생각해서 홍대 근방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홍대는 문화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은 동네라 사람들이 책방에 왔다가 다른 것도 즐길 수 있으니 지역적 이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음악 서점이라, ‘음악’과 ‘책’ 혹은 ‘동네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홍대 근방에 많이 거주하거나 혹은 직장이 있거나 하는 것 같아서 이 점도 유의미한 효과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전문화 된 콘셉트의 서점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라이너노트도 음악 전문 서점입니다. 특정 분야의 책을 중점적으로 팔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건 차별화 되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현재 서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작은 서점의 역할은 대형서점에서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책들을 꺼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또 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러 오는 공간이라기보다 서점 주인과 손님이 책을 매개로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로고를 보시면 음악과 서점 사이에 가운뎃점이 찍혀있는데요, 음악 전문 서점이라기보다는 음악과 책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도 음악과 문학의 비중을 6:4 정도로 구성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악보나 뮤지션 평전 등도 판매하고 있고요. 음악에 대해 좀 깊이 알 수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클래식이나 재즈, 대중음악의 역사, 음반 소개, 장르 소개 등 생각보다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고 있거든요.
서가의 섹션을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등 음악에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한 음악 입문서, 음악가가 직접 쓴 책, 음악가 평전, 소설가나 비평가들의 음악 이야기를 담은 책 등으로 세분화해서 구성하고 있어요. 각 섹션마다 ‘음악사유’, ‘음악가 탐독하기’ 등 큐레이션 제목과 설명이 붙어 있어요.
코로나로 많은 오프라인 문화공간이 매출 하락은 물론 활동 제약이 많습니다. 공연 기획 및 운영을 하는 페이지터너는 물론 라이너노트도 코로나로 영향을 받았나요. 그 영향으로 인해 변화한 것이 있나요.
저희는 아무래도 음악이 테마인 공간이다 보니까, 프로그램 매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올해(2020년)는 정말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아요. 많은 서점이 힘들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취소되었고, 3월 이후로 손님의 수도 반 이상 줄었어요.
독립서점에서 책을 사는건 충동적인 이유가 많다고 합니다.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면 매출도 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올해(2020년)도 그렇고 여러 서점 지원사업에 라이너노트도 지원하여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이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이, 혹시 부족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나요.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어떤 사업의 경우 프로그램 입장료를 무료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장 프로그램 운영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느냐에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방이 작은 공간이라고 해도 그곳에서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프로그램)를 사람들이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즐겨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콘텐츠를 제공하는 강사나 책방이 합당한 비용을 벌어 지치지 않고, 결국에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책방 오픈 초기에는 공연을 5천원 내면 음료를 한 잔 드리는 등 거의 무료로 진행을 했는데요, 이렇게 하다보면 당장에는 손님들이 쉽게 올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는 프로그램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위에 설명드렸듯 작은 서점들이 단순히 책만 파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책을 매개로 하는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려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합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국고로 운영되는 지원사업 중에 프로그램료를 받으면 안 된다고 제약을 걸어두는 사업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 국고로 운영하면서 양질의 콘텐츠는 만들었지만 추후 같은 프로그램을 유료화했을 때 손님들이 돈을 지불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허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은 생각입니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하는 게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 독자들의 인식이 책문화 프로그램은 무료다, 라고 인지되면 안되겠지요.
물론 이제는 이런 것들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으로 책방은 더욱 다양화되고 전문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책방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몇 년 전에 도쿄로 책방투어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책방이 있다는 것도 인상 깊었지만,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책방이 더 다양화되고 전문화 된다기 보다 한때 유행처럼 생기기 시작했던 책방 중에 정말 그 지역의 문화가 되는 서점들이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라이너노트의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해요. 내년에는 올해 다 하지 못했던 프로그램들로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앞으로 라이너노트를 지켜봐 주세요.
*사진 ⓒ라이너노트
<코로나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