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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Mar 26. 2021

모빌리티형 책방, 북다마스

모빌리티형 책방, 북다마스     

서울 또는 어딘가로 출점


북다마스는 자동차 다마스로 이동하며 독립출판물 위주의 책을 판매하는 이동책방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이사항은 ‘이동성’이며, 지금까지 일주일에 3~4회 정도의 출점(북다마스가 나가서 영업을 하는 행위를 이렇게 부르고 있음)을 진행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재정비가 필요해 출점은 당분간 주 2~3회 정도로 축소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고, 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은 작가와 일대일 거래를 통해 입고하고 있습니다. 매출 형태 부분은 일반 독립서점과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최근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독립책방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중 독특한 형태를 가진 책방이 북다마스인데요. 어떻게 보면 노마드형 모빌리티 책방인데 이런 형태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노마드형 모빌리티 책방’이라는 말은 조금 거창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저 어릴 때 이동도서관이 너무 멋져 보였고, 이동식 식당도 있고 카페도 있는데 왜 책방은 없을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자동차’라는 게, 주택이나 상가 같은 ‘건물’보다는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나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상가를 매매하는 건 너무 큰 꿈이고, 임대를 하자니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자동차를 떠올렸습니다.

또 한 가지, 독립책방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 숨어 있어, 결국 ‘아는 사람만 간다’라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좋지만 이런 문화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독립책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경제적인 이유로든 사회문화적인 변화로든 북다마스처럼 변형 된 책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숍인숍이나 콜라보 형태는 많아졌고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 어떤 새로운 유형이 나타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책방’을 꾸리는 건 다른 업종 창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지만, ‘책’이라는 물건 자체는 소비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책방의 입장에선 책이라는 물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으로, 기존 공간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숍인숍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북다마스를 하면서 알게 된 단적인 예로 카페에서 손님에게 제공할만한 콘텐츠를 고민하는 카페 대표님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보다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과 협업하는 게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윈-윈이 될 것이라 판단하는 경우들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다른 창작자들과 콜라보 하는 경우는 뻔한 말이지만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진입장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얘기인데, 책은 다른 창작 행위에 비해 덜 직관적이고 덜 대중적이라, 그걸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영역과 콜라보를 시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행위(대충 예술이라고 부르는)’에 조금씩은 다 관심이 있어서, 그게 더 재미있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책방 운영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책만 팔아서 책방 사장의 생계유지는 불가능하니까요. 최저시급으로 따진 월급이 180만 원 정도라고 했을 때, 그 정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600권의 책을 꾸준히 팔아야 하는데 혼자 운영하는 책방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임대료와 관리비 등 가만히 있어도 나가는 돈을 감안하면 숍인숍 형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인 듯 합니다.     


생업으로 독립서점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업으로만 책방 창업이나 운영에 접근해야 할까요? 왜 그런데도 많은 이가 창업에 관심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부업으로만 책방 창업 운영에 접근해야한다는 이야긴 아니고, 책을 굳이 ‘구매해서’ 읽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즉 시장이 작기 때문에 책‘만’ 팔아서는 볼륨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물론 이건 ‘책방’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책방의 형태-서가에 책을 꽂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며, 손님이 알아서 책을 골라가는 모습-일 때 얘기고, 그렇게 했을 때 구매율이 낮은 문제를 타개할 어떤 방법을 찾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책‘만’ 판매하더라도, 독자들이 그 책방에 가면 확실한 큐레이팅을 경험할 수 있다든지, 온라인 배송 구독 서비스를 통해 쉽게 책을 제공받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책이 도서관에서 공공재로 제공되고, 이북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차별화를 꾀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가 책방 창업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글쎄, 그런데 과연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 중 다른 업종에 비해 책방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은가? 아니면 단지 ‘창업’이라는 걸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 것인가? 그렇다면 질문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창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텐데, 그 중 독서인구들은 책방 창업을 생각하고, 바리스타들은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책방 운영 외 다른 일을 하는가요.

북다마스를 처음 열었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피크타임에만 잠시 하는 카페 아르바이트였어요. 그런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예정된 출점이 모두 취소되는 등 사정이 어려워지기만 해서 아르바이트를 점심타임에도 했다가, 그러다보니 또 시간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도 그만뒀습니다. 결국 지금은 책방 일만 하고 있습니다. 생계유지가 가능하냐 묻는다면 ‘아니다’입니다. 예상했던 일이고, 지금은 직장생활로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북다마스 출점을 하는 것 외에 다양한 일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는데, 조금 힘에 부치는 상황입니다. 예전부터 모임, 커뮤니티 등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도 잘 해내고 싶은데 아직 마음에 비해서 결과는 부끄러운 편입니다.     


이동형 책방인 북다마스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가장 큰 장점은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단점은 ‘어디에나’ 이동할 수는 없다는 점이죠. 혹시 차박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텐데, 예상 외로 차를 놓고 뭔가를 꾸민다는 건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공원이나 캠핑장 등은 상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는 인적이 드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많으면 규제가 있고, 사람이 적으면 규제가 없지만 북다마스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출점을 하는 시간만큼이나 출점지 섭외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쉬기 위해 출점이 없는 날도 있지만, 보통 출점이 없는 날엔 출점지를 찾으며, 섭외를 하며 지냅니다. 이동성이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북다마스는 푸드트럭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심이나 관광지 대부분은 상행위 금지 구역입니다. 북다마스 운영 준비 시 행정적인 문제나 법적인 문제는 없었나요.

시작할 때 법률 검토를 거의 첫 번째로 한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서판매자동차에 대한 법률이 아직 없습니다. 불법 주정차 구역에서 정차를 하거나, 상행위가 금지된 곳에서 영업해서는 안 되겠지만, 서점은 꼭 공간을 임대해야 한다거나 위생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거나 하는 법이 없어서 제한적이지만 가능은 합니다. 실제 법률 의견서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업장소 이동과 관련하여, 유사 업종인 음식판매자동차(푸드트럭)의 경우와 달리 도서판매자동차에 대하여는 영업장소 이동시의 신고 및 등록에 대한 규정이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사업장소 이동시 관할 행정청에 신고 및 등록은 중복하여 하지 않아도 영업 자체에 문제는 없어 보이나 안전하게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면 관련 행정청에 질의하여 회신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귀하께서 예정하시는 영업장소 중 대학 캠퍼스, 공원, 광장, 야시장, 문화행사 장소 등은 해당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민간 업체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한강시민공원, 서울밤도깨비야시장 등은 서울시의 허가가 있어야만 이동식 점포의 영업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사업자 모집공고를 낼 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다마스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잘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늘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책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는 마음입니다. 간혹 손님 중에 독립출판물을 처음 보는 분들이 ‘이게 책인가’ 평가하거나, 공간의 한계로 책 입고를 고민할 때 나도 모르게 책의 우열에 관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봤을 때 더 기발하거나 만듦새가 꼼꼼하거나 들인 시간이 많아 보이는 책을 분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을 다룬다는 건 책을 어떤 잣대로 평가하고 분석하기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고 누군가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며 공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다마스 개점 장소는 매일 변합니다. 장소를 정하는 가장 큰 이유, 조건 등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았던 장소가 있을까요?

초반에는 ‘갈 수 있다면 어디든’ 갔습니다. 검색창에 ‘주차가능 카페’ 등을 검색하며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식으로. 그렇게 다니다보니 고려할만한 요소가 무엇이 있을지도 차차 알아갔습니다. 우선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공간을 운영하는 대표님이 책이나 문화 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봅니다. 그게 더 좋다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승낙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랄까요. 보통은 내가 출점 섭외 요청을 드리지만, 공간에서 먼저 출점 제안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거리가 너무 멀거나 다른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면 대부분 가고 있습니다.

어디가 ‘가장’ 좋았다고 하기 어려운 게, 각각의 장소가 다른 방식으로 좋았습니다. 어떤 곳은 만났던 사람들이, 어떤 곳은 자연 환경이, 어떤 곳은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좋았고요. 예를 들어, 광주 출점 때는 우연히 들른 손님보다 주로 단골손님들이 와 주셔서 흡사 명절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사장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 코로나 때문에 오시려던 분들도 잘 못 오시고 계셨는데, 이번 기회로 오랜만에 들러주신 반가운 손님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오래 있진 못해도 테이크아웃하며 인사하는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사장님 틈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죠. 제주도 출점은 워낙 날씨랑 자연이 좋았고, 여행자 손님이 많아서 또 색다른 느낌이었고요. 안성에서는 대학생들을 주로 만나서 젊은 기운이랄까, 그런 걸 느꼈고, 부산에서는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대학 캠퍼스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대학시절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살고 놀고 생각도 많고 뭐든 과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북다마스 같은 걸 만나면 어떨까 궁금합니다.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책들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 전국 개점 이벤트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국 개점 후에는 혹은 추후에는 한 장소에 머물 계획이 있나요.

현재 전국 출점을 마치고 돌아와 전처럼 서울 근교 출점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갔을 때 제주도와 북다마스가 꽤 잘 어울려서 잠시 제주도에 머물러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건상 계속 전국 출점을 할 수는 없는데, 서울에만 머무르기가 아쉽기도 해서 아직 정해진 건 없고 고민만 하는 단계입니다.

덧붙여 어디서든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습니다. 시작할 때는 ‘다마스로 시작해서 큰 차로 성장해야지’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 북다마스의 발전된 형태가 무엇이겠냐 묻는다면 ‘큰 차’가 아니라 ‘공간+다마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책 종수와 재고는 점점 많아지는데, 재고를 꺼내기 쉽게 자동차 안에 정리하기가 참 손이 많이 갑니다. 또, 다른 책방들처럼 워크숍이나 모임을 꾸릴 공간이 있으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어떤 계획도 어렴풋해서 뭐라 딱 짚어 말하기 어렵지만 말입니다.


북다마스도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나요.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점은?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했으니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3월 초로 오픈을 목표로 준비했고, 몇몇 북페어에 나가는 것으로 얘기가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가 심각 단계로 오르면서 축제 등이 모두 취소 되서 북다마스 오픈을 잠정 연기했습니다. 본래 북다마스를 기획할 때 카페보다 축제나 캠퍼스 등 이벤트나 넓은 야외 공간을 떠올렸었는데 코로나로 그 모든 게 불가능하게 돼서 초반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카페 등의 작은 공간들에 협업 제안을 드리기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사정이 다들 어렵다보니 거절도 많이 당했습니다. 이런 시국에 뭔가 행사를 한다고 사람들에게 오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게 주 거절 요인이었습니다. 모두가 조심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저도 좀 갈팡질팡했습니다. 전국 출점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4월 말 예정이었던 제주 북페어에 맞춰 상반기에 진행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고요. 하반기에는 괜찮겠지 했지만 또 심각해졌고, 하반기 전국 출점도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주변의 격려로 진행하긴 했지만 어쨌든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무증상 감염자도 많다는데 내가 폐라도 끼치면 어떡하나 하고요.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체온계도 사서 매일 나의 체온을 재며 다녔습니다. 다행히 아직 전 건강합니다.


그야말로 팬데믹 시대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독립책방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북다마스 운영에도 변화 요인이 생길까요?

코로나19 이전을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독립책방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혹자는 언택트 시대에서 살아남는 대책을 빠르게 세워야한다고 하는데, 저는 다음 대책을 잘 세우기보다 절망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많이 기다렸고요. 그나마 제가 시도한 게 온라인 스토어 오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많은 독립서점이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지만, 온라인 스토어 운영이 녹록치 않습니다. 운영이 힘든 이유는 무언가요. 그리고 코로나19와 별개로 온라인 모임은 준비하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온라인 스토어가 간편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고용할 만큼의 수익이 나는 건 아니어서 혼자 하는데 그래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합니다. 상품 등록과 재고관리, 발주 확인과 택배 발송 등등 일이 많습니다.

잠시 직장을 다니면서 온라인과 나는 정말 맞지 않는 구나를 경험해서, 오프라인 중심의 무언가를 꾸려보려고 북다마스를 시작한 건데, 트렌드도 그렇고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운영이 불가피해져서 참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책방에서 필사 모임을 온라인으로 해본 적은 있지만 현재로선 온라인 모임을 계획한 것은 없습니다.        

       

현재의 도서정가제가 생기며 많은 작은 책방이 생겼습니다. 독립출판물 위주로 운영하는 북다마스지만, 도서정가제가 북다마스 운영에 영향을 주나요?

도서정가제 전후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독립출판물이라고 해서 도서정가제에 벗어나는 가격을 매긴 적은 없어요. 독자 분들도 책이 마음에만 든다면 정가에 선뜻 구매해주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에 관해 배경지식이 짧아 똑똑하게 대답하지 못할까 두렵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도서정가제 논의가 ‘책도 상품인데 왜’라는 시장논리로만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왜 잘 팔리는 책만 팔리고, 만들게 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선행되고, 그걸 사람들(소비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더 잘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데, 그런 건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삶에 필수적이라는 걸 말이죠. 그리고 그런 역할을 책이, 책방이 해 주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저는 IT 관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때 아무리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아주 다양한 형태로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져도 사람들은 마음 한편에 누군가와 ‘직접’ 만나고 소통하기를 갈망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느낀 계기는 독서모임 때였어요. ‘모임을 왜 돈 주고 할까?’하는 마음이 막상 모임을 해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만남을 주선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대표적인 공간이 책방인데, 안타깝게도 그 가치는 시장논리로만 담기에는 어렵지 않나요. 그래서 도서정가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작은 책방이 지자체나 정부기관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북다마스는 고정된 공간이 없어 지원사업 등을 받기 힘든 조건으로 보입니다.

책방을 지원하는 지원사업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답변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지원사업에 한 곳 정도 지원했는데 예상하셨다시피 떨어졌습니다. 책방과 무관하게 예전에 지원사업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지원 사업의 특성상 어떤 결과물을 내야한다거나, 절차가 복잡한 게 힘들었습니다. 지원하는 상황이니 검증과 확인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어떤 영역에 대한 이해나 유연함 없이 진행되는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의 꿈은 비슷한 듯 다 다른 모양일 겁니다. 그래서 뭐라 말하긴 어려운데, 제 경우를 들여다보자면 ‘나의 공간’ 혹은 ‘우리의 공간’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그걸 비교적 간편한 형태로 보여주는 게 책이라고 봤습니다.

여기서 ‘어려운 시기에, 돈도 안 되는데 왜’라는 질문은 저에겐 조금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사업’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고, 마치 여행처럼 돈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북다마스를 준비하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있나요? 혹은 책방을 운영 할 때 가장 중요한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이동책방의 선례가 없어서 막막하긴 했지만 해 나가다보면 제가 모르는 어떤 영역이 보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믿음? 같은 게 도움이 좀 됐고요.

뭐든 해 보고 싶으면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누군가에겐 안 중요할 수 있고, 내가 어려웠던 게 누군가는 쉬울 수 있어서 이런 점을 조심해라! 라고 말하기 멋쩍습니다.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책방의 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그것을 찾아보며 ‘책방은 어렵겠다’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접기보다, 정말 하고 싶다면, 해 보고 접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해보고 싶은 마음을 믿어라’ 정도 되겠네요.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우선 책방이니 책을 잘 소개하고 싶습니다. 뭐든 나한텐 좋아도 남한테는 쉽사리 추천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큐레이팅이 늘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잘 하는 게 목표입니다.

북다마스를 하기 전에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요즘 소위 ‘살롱 문화’라 말하는 것들을 펼치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걸 봤고,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계속 표현했으면 좋겠고, 그걸 함께하는 곳이 앞으로의 ‘책방’이었으면 합니다. 북다마스도 그에 맞는 곳이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사진 ⓒ북다마스

*<코로나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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