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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J Apr 25. 2017

봄의 중턱에서 만난 나비


만개한 봄의 어느 가운데쯤에서

마주친 나비는

이미 꽤나 지쳐있었다

꿈이 휘날리던

당찬 날갯짓은 잃어버린 채

눈앞의 완연한 봄에 불구하고

나비의 지친 날갯짓은

이미 봄의 종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봄날을 기다리는

염원을 담고 저 높이 날다

지쳐 내려 앉아

그 버거운 무게를

견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덧

다신 높이 날지 못할거라는

최면에 빠졌는지도


혹은

아름다운 꽃밭이 아닌

침몰의 늪 위에서만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이 나비였는지도 잊은 채

그저 늪에 빠지지 않으려

바퀴가 굴러가듯

의무적인 비행을 하고 있었는지도...


봄의 중턱

아름다운 계절

그 계절안에서 마주친 나비는

봄을 즐기지 못했다

제 인생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억지로 받아내고 있었다

어렵사리 어렵사리

슬픈 곡예비행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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