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d Kang May 07. 2024

스페인흔적#02

사진일기 : 바셀 '도시 산책'의 날


어제 구입한 치즈를 공복에 밀어 넣고
숙소 앞 카페를 찾습니다
아침 첫 커피는 보통 롱 블랙인 개인적인 룰을 깨고
우유가 들어간 낯선 메뉴(꼬르따도)를 주문해 봅니다
본격으로 둘째 날 일정을 시작합니다
딱히 계획이 없어 '도시 산책'이란 타이틀을 붙이기로 합니다
베토벤 덕후는 아니지만 어떤 이끌림에 의해 기념촬영을 한 곳을 지나
마냥 걷다 보니 보케리아 시장에 다다릅니다
하몽의 왕국에 온 것을 환영받는 느낌입니다
올리브도 빠지면 서운하지요
귀여운 먹거리들의 등장이 주방 없는 숙소를 아쉽게 합니다
한국의 한 방송을 탄 이곳은 자리가 마땅치 않아
오픈 전인 한 가게의 바 테이블을 잠시 빌리기로 합니다
치즈와 하몽이 살짝 짜다고 느낄 즈음
극호 트리오가 머금은 소금 농도에 감전된 기분마저 듭니다
놀란 혀를 달래 줄 짜지 않은 것을 찾습니다
고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을 뒤로하고
다시 도시 산책에 나섭니다
어서 와 스페인은 처음입니다
어서 와 스페인에서의 츄로스도 처음입니다
'시나몬 프리'인 근본이 '시나몬 헤이터'인 본인을 반깁니다
인스타에 올려질 법한 인증 촬영을 마치고
편하게 먹을만한 곳을 찾아 배회하다 보니
그곳에 가우디의 숨결이 놓여 있습니다
겉바속쫄의 츄로와 찐득한 초코로 당충전을 충분히 하고
이렇게 된 이상 바다까지 걷기로 합니다
가우디의 숨결 너머 영혼이 깃든 구엘 저택을 지나
콜럼버스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놓인 이곳은
대항해시대를 연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드넓은 해변을 마주하니 고국의 해운대가 겹쳐집니다
무수한 청춘들 틈에서 얼마간의 망중한을 즐기다
시장에서 데려 온 음료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이미 만보 이상을 달성한 몸을 위로하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근처의 한 타파스 바를 찾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명물 꿀대구를 먹기 위함입니다
와인 또한 빠지면 섭섭하지요
먼저 나온 접시에 놓인 참치가 혀를 찌르고
함께 나온 오징어 튀김이 놀란 혀를 달래줄 때
오늘의 목적이었던 꿀대구는 아예 혀를 때립니다
소금에 절여진 채로 나온 게 분명한 대구만 빼면 맛은 좋습니다(네?)
과분한 염분 제공에 황송해했던 식사를 뒤로 하고
오늘의 '도시 산책'에도 어느덧 작별을 고할 시간입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제 찾았던 마트가 마침 보여
염분이 깃들지 않은 다양한 먹거리들을 챙겨 옵니다
작용 반작용은 우주의 섭리입니다
'으른 전용'의 '엔딩 요정'을 끝으로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날을 마무리 짓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흔적#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