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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Oct 09. 2023

가을걷이

추억 수환

이맘때면

발길 닿는 곳마다 뿌리내린 구럼비나무는

흐드러지다는 말을 설명이라도 하듯이 꽃을 피운다.

간혹 모질게 뿌리까지 죽게 한다는 제초제 근삼이를 맞고도

세월을 이겨낸 생명력 보여주는 구름비나무들은 저마다 응큼한 꽃모양새를 자랑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돌담 밑에서 바지런히 꽃을 피우고

바람이 드세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까마귀보다 검은 구슬 모양의 열매를 내놓을 준비를 한다.

처처에서 향기도 없는 꽃으로 자태를 뽐내는 구름비나무들처럼


제주에서는 모밀이라 하는 메밀꽃도

향기 없이 수수한 멋을 돌담 안에서 내고

억새는 바닷바람에 하늘하늘거리며 머리를 풀어헤치는

시월 하늘 아래


까까머리로 돌아다니던 옛길을 따라 걷노니

이만하면 됐다

추억을 수확하고

가을을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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