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가치는 아는 세대
대략 3주째 일요일마다 동탄호수공원에 출근하듯이 가고 있다.
일요일 점심 먹기 전 또는 점심을 먹고 가는데, 가급적이면 꼭 가려고 노력중이다.
일요일은 다음날이 월요일이기에 보통 집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기 마련인데, 굳이 공원으로 가서 피곤함을 더하는건 나에게 무척 낯선 일이다.
아마도 이 한 장의 사진을 보면 내가 호수공원을 찾는 이유로서 적당할 듯 하다.
날이 최고 30도까지 올라가는 여름이 아닌 계절의 여름 같은 날씨에...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곳에 각자 터를 잡고 그저 쉬고 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이들은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식사와 간식타임을 갖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략 3시간에서 6시간 이상을 이 곳에 그저 머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머무는 그 자체의 행위다.
공원의 본래 목적이 바로 이게 아니었을까? 산업혁명 이후에 공원은 도시로 몰려 든 노동자 또는 근로자를 위한 정신적인 휴식과 힐링을 통해 생산량을 더 높이는 효과를 주기 위한 바로 그 목적. 그러나, 이 곳의 공원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린다는 의미 보다는 개개인의 정신적인 힐링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조용히 앉아 있는데 근처 젊은 처자 몇 명이 놀러와 실피와 맛있는 음식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모습은 흔하다. 그런데, 그 중 누군가가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 " 아 !!! 힐링된다. "
힐링된다. 그 말이 무척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40대에서 50대를 넘어가고 있는 소위 말하는 X세대와 M세대 경계에 있는 나에게 힐링은 해외 여행 또는 홍대/대학로 처럼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로 가는 즐거움 그것이 힐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 사고방식으로 이해한다면 [도파민]에 의한 자극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세대와 달리 지금의 세대에게 힐링은 휴식 그 자체라는 말이다.
한 장소에서 밥과 간식을 먹고, 뛰어놀고, 저녁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볼 때 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쉰다는 것은 무척이나 시간 아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죽 했으면 퇴근하고 집에 가면 꼭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게임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그러다 늦게 잠드는 게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나의 세대와 다음 세대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이런 가치를 알고 있다는 점이 무척 새로웠다. 무엇보다 내가 일요일마다 동탄호수공원을 가면서 월요일마다 힘들었던 시간이 조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쉰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뭔가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쉬는 것도 정말 중요한 요소구나. 이걸 깨닫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렸다.
도시에서 공원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을 하다보면 공원은 당연히 들어간다. 도시개발사업 또는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기부채납 등 공원은 필연적인 요소다. 하지만, 정작 공원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고, 도시에서 어떤 가치와 목적성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공원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 작은 공간이라도 공원은 만들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첨언] 내가 아는 최초의 근대적인 공원은 탑골공원으로 알고 있다.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공원은 근로자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함께 만들어진 개념이다. 이전시대에는 [성저십리]라고 하여 4대문 밖 일종의 그린벨트가 전부였다. 잘은 모르지만 본래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이 푸른 산이 아닌 벌거숭이 산이었다고 알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사방사업]으로 인해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고 알고 있다. 성저십리, 탑골공원, 사방사업 등 대한민국에서 공원 또는 녹지는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근대화를 거치면서 생긴 색다른 문화이며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