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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Nov 22. 2022

내 모습



수십 개의 알람이 분단위로 사는 내 일상을 증명한다. 나는 치열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직업은 감정을 날카롭게 갈았다. 발갛게 부어오른 발이 물에 젖는 순간을 볼 때 그렇게 스스로가 안쓰러웠다.



몇 번이나 서점을 들락거리며 읽어 온 책을 마침내 사기로 결심한 것은 결말로부터 새끼손톱만큼의 페이지도 남지 않았을 시점. 그제야 이 책은 이대로 놓을 수 없겠구나 하며 내가 몇 개 갖고 있지 않은 욕심을 부렸다. 사실 더 이상 이곳을 찾기 어렵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을지 모른다. 반면 이 작가를 알려준 것은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던 사람. 예상치 못하게도 작가는 마음에 쏙 들었고 요즘 재미 들린 파이 그리고 커피와 함께 즐기기 위해 품에 안고 나왔다. 이 생활이 조금은 지겨워질 정도로 지내보았다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무겁고 뻑뻑해진 눈을 억지로 뜨고 밤공기 쌀쌀해질 때까지 오기로 버티다 집에 돌아와 읽었던 문장을 한번, 그리고 두 번 곱씹어 읽고, 커피 한잔을 만든다. 손에 든다. 물이 떨어진다. 컵 겉 표면에 물이 맺힌다.


노래 프로그램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책은 두 권쯤 꺼내놓고 한 손엔 펜을 들고 떠오르는 것을 바로 적는다. 책에는 그것을 살 때의 영수증을 갈피로 꽂아놓았다.


맨발, 양반다리, 손을 넣어 이를 긁는다. 코를 찡긋거린다. 몸을 접고, 쭈그리고? 말아 넣고? 틈새 안으로 들어간다. 욱여넣는다. 어딜 가든 내 모습이 그렇다.



이제야 비로소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뭐랄까,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의 오랜 꿈과 바람, 기다림들이 모여 이루어진 나만의 시간. 졸린 눈이 두 페이지를 넘겨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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