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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통제'란? 장기적인 보상을 얻기 위해, 혹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 행동, 욕망을 통제하고 단기적인 쾌락과 만족을 미루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는 과거에 꽤나 통제적인 삶에 익숙해져 살았는데요. 그것이 통제인 줄도 모르고 할머니와 엄마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죠. 저희 할머니와 엄마는 통제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저 제 꿈은 언젠가 본가를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제 안의 자제력이 부서지는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그땐 이래도 되나 혼란스러웠어요.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쇼핑을 하고, 여행을 가고, 외박을 하고, 늦은 시간 귀가하는 것들이 제겐 모두 생소하고도 처음으로 해방감을 맛본 달콤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해방의 순간들은 때로는 어지러울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신용카드를 할부로 긁었을 때, 마치 금지된 과실을 따먹는 기분이었어요. 계획 없이 비행기표를 끊고 홀로 떠난 첫 여행에서는, 내가 정말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토록 작은 자유들이었는데, 그때의 제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감격이었어요.
하지만 그 해방감과 함께 찾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불안이었습니다. 자유로워진 만큼 책임도 따라왔거든요.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래도 되나 싶은 감정이 끊임없는 의심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저에게는 제 안의 나침반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그 자유가 마치 복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모조리 해보고 싶었거든요. 새벽까지 밖에서 놀고, 충동적으로 비싼 물건을 사고,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먹고 싶은 걸 먹었습니다. 마치 억눌렸던 욕망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죠. 그런데 그런 방종 속에서도 이상하게 완전히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어디선가 여전히 죄책감이 따라다니고 있었고, 이런 내가 과연 괜찮은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한 자유란 무조건적인 방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과 자제력을 잃는 것은 다른 문제였어요. 중요한 건 누구의 기준으로 통제하느냐였습니다. 타인이 정해준 틀이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의 가치와 원칙에 따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진짜 자유로운 삶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저는 그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완전히 통제된 삶도, 완전히 방종한 삶도 아닌, 제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있어요. 때로는 즉흥적인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구를 미루기도 합니다. 차이는 그 선택이 누구의 강요가 아닌 제 의지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 책 주인공의 통제로부터의 해방감이 저에게도 통쾌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 책에서 느꼈던 해방감은 이런 것이었을 거예요.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의 자유로움. 새장에서 나온 새가 처음엔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몰라 헤매지만 결국 자신만의 하늘을 찾아가듯이, 저도 여전히 제만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