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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Nov 05. 2022

오늘의 감정



주인공이 첫 번째 여자를 죽였다.
그 이후 나는 책에서 손을 놓았다. 그러고도 시간이 지난 지 꽤 되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벌써 세 차례 째였나. 아무래도 외국 작가의 표현이나 문체가 다른 것들보다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오래 전의 그 책이 떠오른 이유는 언젠가 들은 수업에서였는데, 역시나 어느 부분에서였는지는 기억을 되짚어도 힘이 든다. 집에 도착하면 다시 그 책을 꺼내어 보기로 했다는 거 밖엔.


평소와 다르게 컴퓨터에 앉았다. 순서도 다르다. 평소엔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조그맣게 쓴 글을 브런치에 옮겨
 실는다. 오늘은 이 글이 첫 순서가 되었다. 밖에선 폭죽 소리 같은 게 들려온다. 그 소리 외에 틀어놓았던 영상도 꺼버리고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으니 차 한잔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 물을 올렸다. 그동안 지난 글을 나르던 나에게서 조금은 벗어난 기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에 대해 감탄한다. 여태껏 배우고 익혀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후에 너무 쉽게도 납득이 될 때. 왜 그땐 그걸 몰랐나 싶고, 여느 후회들과 비슷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번 잊고 마는 오늘의 중요성, 하루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간의 나를 다시 되새긴다. 내일을 살 수 있을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다시 들을 때마다 늘 새로워서 놀랍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순간의 감정,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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