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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Nov 27. 2019

프리랜서 에디터의 또 다른 이름,  대(기)작가

미운 오리 새끼가 사람이 된다면 프리랜서일 거야.


많은 이들이 묻는다.

"프리랜서로 사는 건 어때요? 부러워요"



남들이 꿈꾸는, 혹은 상상하는 프리랜서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연차를 쓰지 않아도 낮에 한적한 카페에 갈 수 있다는 것, 내가 주체적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나의 하루 일과를 조율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어디에서 본 기사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공공기관을 그만둔 이유'라고 나열된 내용이었다.


1.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2.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3. 민원 응대, 서류 업무가 고통스럽다.

4. 정년 이후의 삶이 걱정된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공공기관에만 한정된 내용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고충들일 것이라고 본다. 보통 저러한 이유들로 회사를 그만둔다. 내가 한 만큼의 보상을 얻고 주체적으로 일을 하며, 사람 상대할 일 없고, 정년 이후의 삶(공무원이..? 이런 걱정을 한다고?)을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뭐, 회사를 그만두고 모두 나처럼 프리랜서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프리랜서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1. 내가 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 그런데 기회부터가 없다.


프리랜서의 삶은 다소 극단적이다. 일이 몰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때가 있는가 하면 글 한 글자를 쓸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프리랜서의 삶은 여유와 노동의 밸런스가 적절해 보이는,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치열하다. 생존의 나날, 하루살이 같은 삶이다. 안정된 삶과 맞바꾼 여유를 누리기 위해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회사에서 내 직무에 맞는 일을 하고 여타 부서들과 협업을 하여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나는 그야말로 1인 회사이기도 하다. 영업, 기획, 제작, 마케팅 등 모든 것을 감당한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인정받은 프리랜서는 그 안에서도 분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개의 프리랜서는 그렇지 않았고 나 또한 그중 하나로서 오늘도 뛰어야 한다.




2. 주체적으로 일을 하긴 하는데... 정말 주체적인가?


프리랜서는 1인 기업이다. 남의 일을 받아서 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일을 주는 클라이언트(고객)가 있고 그 고객이 요청한 바에 맞게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 물론 나의 색깔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내가 무언가를 제작할 때 고객의 입김이 들어간다는 뜻이고, 그것이 최종 통과되기 위해서 그들의 허락이 떨어져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오로지 나의 주체성이 가미된 일은 예술 창작물을 만드는 예술가만이 가능하다. (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도 마음만 먹으면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긴 하다. 다만 클라이언트가 나의 글을 좋아하는 팬, 혹은 내가 그 업계 내 높은 인지도로 실력이 보장되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일을 오랫동안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사람 상대는 누구나 한다.


회사 다니던 시절 나 또한 사람 상대하는 일이 참 피곤했다. 그렇다고 성격상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피곤한 건 피곤한 것이었다. 기분 맞춰줘야 하고 눈치라는 레이더는 늘 가동 중이었기에 늘 피곤했다. 남들 눈치 안 보면 피곤할 일 없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또 그게 어디 쉽나? 다 같이 부대끼며 일하는 곳에서 유아독존처럼 나 혼자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까. 내가 그들 눈치 안 봐서 피곤할 일 없더라도 그들이 나 때문에 피곤해질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누구 하난 분명 피곤한 일이 생긴다.


프리랜서도 '사람'에게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클라이언트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한 명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 또 누군가에게 일을 받아서 나에게 준 것이라면 관계는 복잡해진다. (갑,을,병,정... 나는 어디에 있는가)



4. 정년까지 갈 것도 없다. 내일의 삶을 '늘' 걱정한다.


요즘 너도 나도 다 내일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고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저 윗사람처럼 공공기관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모두 미래가 불안하다. 평생직장이란 단어는 부모님 소싯적 이야기에나 나오는 개념이었고 요즘은 투잡, 쓰리잡 시대다. 한 가지 일만으로는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에 프리랜서라고 뭐 특별하겠는가. 똑같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기에 더어!!!! 불안한 것뿐이다. 오늘까지 내게 주던 일을 나보다 단가가 저렴한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일을 주던 클라이언트의 사업이 휘청거려 더 이상 나에게 고료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프리랜서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늘 두 손에 쥔 작업량이 풍요롭다 하여 내일도 그러하단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돈벌이로 할 수 있는 작업은 하지 않더라도 노동은 계속된다. 여기저기에 꾸준히 글을 올려 나라는 존재감을 알린다. 그래야만 불확실 속 그나마의 기회가 생기니까. 그들에게 열심히 발악하는 거지. 나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얻고 목소리를 잃은 것처럼, 프리랜서는 불안을 더 얻고 자유를 택한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이 우아한 자유를 위해 현실에선 얼마나 지독하게 물질을 해대야만 하는지 대부분은 모른다. 아무도 그 진실을 밝히지 않으니까. 또는 보려 하지 않으니까.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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