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구박만 받던 신데렐라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예쁘게 변신하던 날.
언제나 금요일 밤엔 나혼산으로 마무리를 한다. 어제 방송은 평소보다 조금 더 기대를 하고 티비 앞에 앉았다. 기안84의 화보 촬영이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다소 엉뚱하고 순수한 모습에 누군가는 눈치와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어쩐지 나는 그가 좋았다. 앞뒤가 똑같은, 위선적이지 않은 모습에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대개 이십대로 들어서면서 학생 신분을 벗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고된 사회화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어릴 적 천진난만함이 가려지고 무게감 있는 모습만 요구하고 강요하는 모습에 때론 갑갑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는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나타난다. 이 방에는 나에게 어떠한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이 1도 없으니까. 아마 펭수 같은 캐릭터의 인기도 불특정 다수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가면을 쓰고 하루를 사는 우리들의 내면의 갈증과 결핍을 채워주었기 때문에 성립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부족하다. 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을 애써 가리고 들키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기안84, 김희민 님은 그러지 않는다는 게 충격이었다. 참 보기 좋았다. 부럽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제 너무나도 멋진 화보를 보여주었다. 환골탈태한 모습에 자정이 넘은 새벽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더랬다. 우선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기안84는 이랬다. 매주 나혼산 스튜디오 녹화할 때도 골덴 옷을 한 달 넘게 입는 사람, 비싼 미용실 커트비 때문에 화장실에서 가위로 대충 머리를 자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떻게 케어를 해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전방위적인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짠함의 대명사. 그게 기안84였다.
기안84는 화보 촬영을 앞두고 2주간의 빡센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리고 슈스스(슈퍼 스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님의 능력과 평소 동경하는 당근 형인 배우 성훈의 조력으로 더욱더 빛이 나게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다 같이 화보 촬영 현장을 지켜보는데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동안에도 기안84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넘치는 칭찬과 격려에 쑥스럽기도 했고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을 테다. 뒤이어 그가 이유를 말하는데 그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평소에 좀 사랑을 받고..
칭찬을 많이 받으면서 살았으면
(괜찮을 텐데)
먼저 든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사랑을 주는 데도 당사자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과 ‘칭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칭찬. 나는 어떨 때 칭찬하고 칭찬받는가. 누가 봐도 칭찬할 만한 것에 칭찬하고 그 외에는 당연하다 여기며 지나치진 않았을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등 아니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가 다수의 기안84 같은 발언을 하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등이 아니어도 의미가 있고, 결과가 엄청나지 않아도 훌륭한 과정을 봐줄 줄 알고,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작은 것에서도 덕담을 오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문화계의 ‘자존감’ 트렌드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어제 나 혼자 산다 방송은 디즈니 <신데렐라>를 보는 것 같았다.
아무도 관심 없던, 누추하고 보잘것없으며, 늘 구박만 받던 신데렐라가
마법사 할머니와 동물 친구들의 도움으로 예쁘게 변신하던 날.
그 모습에 감동하고 눈물이 났다.
오늘부로 기안84는 모델84다.
그것도 충분히 사랑받는 모델84.
@YOGURTRA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