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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J Jun 30. 2023

오지 않는 시골버스

화본역 버스정류장

화본역을 통해 군위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곳은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였다. 인터넷에 검색 한 번만 하면 나오는 고즈넉한 시골집. 누구나 탐낼법한 방문장소였다.

뚜벅이 여행자가 기차역에서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로 가는 방법은 택시와 버스가 있을 텐데, 편하고 쉬운 택시보다는 지역 버스를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화본역 근처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정류장에는 친절하게 운행 시간표가 붙어있었는데 그 내용은 친절하지 않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대체 어느 노선을 봐야 하는 건지 이 정류장에 언제 오고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는 어디서 내려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버스 시간표와 눈싸움을 하다가 시간표 상단에 있는 군위교통 전화번호를 보고 그쪽으로 전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의 직원분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아마 종종 이런 전화를 받으신 듯했다. 그리고 버스 운행 시간표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버스 운행 시간표에서 두 번째 테이블 "백학 → 군위" 노선을 살펴봐야 한다. 화본역 앞의 정류장에는 차고지 출발시간으로부터 10~15분 정도 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계산하면 된다.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는 "우보" 전 정류장인데 버스 탑승 시에 기사분께 목적지를 말하는 게 편할 거라고 했다.)


전화로 친절하게 내용을 안내받았지만, 버스는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5~10분 뒤면 올 거라는 버스는 2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정류장에는 우리 말고도 할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버스가 오지 않자 함께 초조해하셨다. 우리는 혹여나 버스를 놓칠까 봐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정류장으로 왔는데 이곳에서 버스대기 시간으로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웠다. 얼른 이동하려고 했던 욕심에 오히려 소중한 낮시간을 소비되고 있었다. 버스가 지나간 적이 없으니 놓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도착시간에서 한참 지난 지금 배고프고 목마른 상태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리틀 포레스트를 가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이동반경이 화본역 근처에 한정되겠지만 날씨가 좋으니 뭐든 되지 않겠냐며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우리가 버스를 포기하고 이동하려 하자 혼자 남게 된 할머니는 더 초조해하셨다.)


이게 여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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