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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6. 2024

차마 하지 못한 말

나의 미남이

차마 하지 못한 말>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수의사에게 왜냐고 묻지 못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고, 수술 전에 검사도 받았고 수술해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10년을 같이 살았던 미남이는 수술 후에 회복하지 못하고 고양이별로 갔다. 문제 삼고 싶었다. 이럴 거면 수술을 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어떻게 이렇게 가 버릴 수가 있느냐며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런데 비겁하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숨죽여 울먹이기만 했다. 문제가 분란이 되고 분란이 커질까 봐 겁이 났다. 미남이는 돌아올 수가 없는데. 나는 끝까지 내 의무와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


이후에 미남이는 꿈에 자주 나왔다.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나는 미안했다. 그 미안함을 들키는 것도 들키지 않는 것도 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제는 어떤 생명도 내가 보살피거나 나랑은 같이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존재를 책임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운 일이다.  


10년을 같이 살면서 내가 미남이를 돌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미남이가 나에게 의지가 많이 되었다. 영리하고 순하고 예쁜 아이였다. 못해 준 게 많아 미안하고, 마지막에 그렇게 보낸 게 많이 미안하다.


2019년 7월 1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장맛비가 세차게 내렸다. 미남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별로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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