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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6. 2024

봄에 먹은 과일

사랑받는 내가 되어

<봄에 먹은 과일>

올봄에 먹은 과일은 모두 지인이나 가족에게 받은 것들이었어요. 카페에서 만나던 날, 지인이 제주도에서 가져왔다며 한라봉을 몇 개 주셨고요 반찬을 새로 했다며 엄마가 찬합을 들고 방문하셨을 때는 딸기와 바나나도 같이 받았습니다. 지난주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선생님이 제가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게 기억났다면서 짭짤이 토마토를 작은 상자 선물해 줬고요.


혼자 살기 때문에 과일이나 채소를 사는 게 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는 해요. 한 번 사면 일주일 안에는 먹어야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종종 소량으로 주시는 것을 얻어먹을 때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특히 저는 토마토를 참 좋아하는데요, 토마토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카프레제를 해 먹어도 맛있고, 부라타 치즈와 함께 후추,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소금을 드레싱 해 먹어도 맛있지요. 거의 모든 샐러드에 토마토가 들어가니 더 상큼하지 않나요? 씻어서 한 입 베어 먹으면 그만이니 먹기도 간편하고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한 번 입을 대면 배가 부를 때까지 계속 먹게 됩니다.


토마토는 언제나 과일이냐, 채소냐 그 정체성을 의심받는 듯해요. 제가 잠깐 검색해 뒤져보니 이러한 시시비비 때문에 대법원에서 토마토를 채소로 규정했다고 하네요.


토마토를 먹을 때면 생각나는 동요가 있지요. "멋쟁이 토마토"라는 제목의 동요인데요, 이 글을 쓰면서 한번 들어보았는데, 가사가 너무 귀엽고요 특히 마지막에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하는 부분이 킬링 포인트.....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는야 주스 될 거야 꿀꺽 나는야 케첩 될 거야 찍 나는야 춤을 출 거야 헤이 뽐내는 토마토 토마토!"


그러고 보니 저는 토마토케첩도 참 좋아합니다. 달걀말이를 먹을 때마다 케첩을 늘 뿌려 먹고, 소시지나 햄을 구워 먹을 때도 케첩이 없으면 서운하거든요.


이번 봄에 저의 토마토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선생님 덕분에 저는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그 아삭아삭한 식감과 팡팡 터지는 상콤한 과즙미에 또 한 번 더 풍덩 빠질 수 있었답니다. 토마토 철에 토마토를 못 먹고 계절을 보내버리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


저도 제가 마음 쓰고 싶은 누군가가 뭘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타이밍 적절한 때에 깜짝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던 봄이었어요.


토마토에는 비타민 C가 하루 권장 섭취량의 반이나 함유되어 있다고 해요. 누군가의 세심한 마음 씀으로 인해 저는 비타민 C를 부족하지 않게 섭취하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한 번 더 배우게 되었답니다.


어느덧 봄이 끝나가나 봐요. 여름 과일은 참 달콤하고 맛있고 다양하지요. 복숭아, 참외, 수박, 멜론, 포도... 여름이야말로 과일의 향연이지요. 이제 여름이 오면, 저도 지나가는 길에 과일 가게에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짭짤이 토마토에 대한 보답으로 탐스럽고 향기로운 과일을 고르는 마음이 풍성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과일을 선물한다면 그건 따뜻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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