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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텀 Aug 09. 2023

안녕한 마음을 위해서, 요가


4남매인 우리 집의 저녁은 늘 분주했다. 저녁을 먹고, 집 뒤의 공원을 산책하고 언니들과 자기 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곤 했다. 8살 터울인 큰언니는 요가원에서 배워온 요가를 우리들에게 가르쳐주었다. 다리를 양쪽으로 뻗고, 몸을 앞으로 숙이고, 놀이처럼 요가를 따라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다.


내가 요가를 다시 찾은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한 학기 동안 교권이 추락한 교실에서 금쪽이의 반항이 나의 몸과 마음에 멍을 남겼고,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병가에 들어갔다. 학교에 나가지 말고, 요가와 같은 운동을 하며 쉬라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여 엄마 집 근처에 있는 요가원에 등록했다.


저녁마다 잠이 잘 들지 않아,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겨우 잠에 들었다. 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침잠을 못 이기고 계속 잤을 테지만, 오전 9시 40분에 있는 아침 요가에 참여하기 위해 20분 전에 겨우 일어나 눈곱만 뗀 체 요가원으로 향했다.


요가원 계단에서부터 나는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에 취해 명상에 빠졌다. 현관에 놓여있는 이국적인 화분과 인센스 스틱 향은 지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아침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통유리와 나풀거리는 흰색 커튼, 색이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파란 하늘, 요가원의 풍경은 나를 늘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내가 가장 선호했던 자리는 항상 강사님과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지 자리. 요가 초보라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 티 나지 않게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며 하기가 좋았다.


빈야사, 시바난다, 하타, 인요가 등 익숙하지 않은 요가 프로그램을 다운독, 우타나, 반다 등 생소한 요가 용어들을 들으며 눈치껏 따라 했다. 매트 위에서는 눈을 감고 나의 의식과 자세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필라테스와 헬스를 할 때와는 달랐다. 매트라는 공간이 나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이 들었고, 이 위에서만큼은 나만이 주인공이었다. 그렇기에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요가원의 아침에 익숙해질 무렵, 어느 날은 우연히 저녁 요가에 갔다. 아침의 밝은 느낌과는 또 다르게 더욱 차분했고 고요했다. 열심히 수련을 마치고 사바아사나 자세를 한 후 잠시 명상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눈물이 울컥 났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나에게 집중한 적이 있었던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집에서는 좋은 딸, 좋은 동생의 역할을 하려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예쁜 옷을 입고, 비싸게 머리를 해도 갖지 못했던 울렁거림이었다. 머리를 감지 않고, 편한 요가복 차림이어도 나는 지금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나는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를 왜 하냐고 물어보면, 마음을 위해서라고 한다. 살을 빼고 싶어서, 멋진 몸매를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건강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건강해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나는 요즘에도 무리한 자세 때문에 파스를 붙이기도 하고, 요가를 해도 불어난 뱃살 때문에 고민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안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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