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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재난 영화에 기대하는 첫 번째 요소는 명확하다. 화면 가득 느껴지는 '재난'그 자체다. 그렇게 본다면 <트위스터스>는 일단 첫 번째 단추는 잘 끼웠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토네이도가 흔한 재난은 아니다 보니 토네이도를 본 적은 없지만 <트위스터스>의 화면 속 토네이도는 확실히 실감 난다. 122분을 꽉꽉 채워서 등장하는 수많은 토네이도들은 나름의 스타일과 크기가 조금씩 달라서 보는 맛이 있다. 토네이도 그 자체로도 꽤나 볼거리지만 토네이도가 지나갈 때의 주변부 표현이나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잔해 표현 등 미술팀의 퀄리티는 모든 면에서 매우 출중해서 눈이 호강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장 의문점이었던 점은 바로 직전 작품을 22억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연출했던 감독이 과연 2,740억 짜리 재난 영화를 제대로 연출할 수 있을까?였는데 화면만 놓고 봤을 때는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트위스터스>의 화면은 편집점이나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재난 영화가 갖춰야 할 고민들이 잘 녹아있다.
좋은 점들을 두드러지게 살려둔 채 감점 요소만 잘 잡았다면 <트위스터스>는 상당한 수작이었을 것 같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중 꽤 많은 시간을 캐릭터 빌드업에 사용하는 영화는 재난 영화의 1차원적인 인물구조를 따라가지도, 드라마 영화의 다면적인 인물구조를 따라가지도 않은 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보려고 하지만 어떤 점도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주연 인물들 간의 관계적 방향성이 너무 모호하고 주인공 케이트의 행동과 결정에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서사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좋은 화면에 좋은 서사까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거기까지 챙기기 어려웠다면 차라리 인물관계는 단순하게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트위스터스>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그중에서도 시각적인 부분은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다만 감독의 전작인 <미나리>가 인물간의 미묘한 관계와 매력적인 캐릭터에 강점이 있었던 영화인만큼 <트위스터스>에서 정확히 그 부분이 충분히 살지 못한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