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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크기를 떠나서 독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면 그 독은 다 채울 수 없는 법이다. 2015년 개봉했던 <베테랑>은 그렇게 큰 독은 아니었지만 달콤한 액션이 가득 찬 독이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독 안의 내용물이 부족한 기분이다.
류승완 감독 영화의 전매특허인 몸과 몸이 부대끼는 액션은 확실히 보는 맛이 있다. 육탄전 장면에 있어서만큼은 충무로에서 류승완 감독만큼 찰지고 다채롭게 연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그리고 <베테랑2>에도 액션씬은 곳곳에 배치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2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날렵하고 힘 있는 액션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더욱이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전편에서 무려 9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연인 황정민이 예전과 같은 수준의 에너지로 액션을 소화하기에 다소 부쳐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베테랑2>의 액션씬들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영화에 부어 넣는 액션의 양과 질이 부족하진 않지만 문제는 영화 전체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빌런의 존재감과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다. 개인적으로 전편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빌런,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의 역할이 7할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베테랑2>에 등장하는 빌런의 행동과 선택은 딱히 공감되지도 않거니와 캐릭터 자체의 정체성이 흐려서 영화가 클라이막스를 넘어서는 순간에도 이렇다 할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전편이 직진성 강한 서사로 단순하지만 깔끔하게 승부를 본 반면 이번 2편은 이리저리 이야기의 층을 나누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 덩어리를 만들어버린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베테랑2>는 류승완 감독의 장점을 백분 살린 액션을 끊임없이 부어 넣지만 여기저기 뚫린 구멍들로 다 빠져나가서 영화가 끝났을 때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작품이다. 팝콘영화로 영화관에서 보기에 아까울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장점이 확실했던 전편에 비하면 범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