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Zam Dec 26. 2021

골방 강의실로 완성되는~ "이제는 나 홀로 강의가 대세

무명 강사 노랑잠수함의 혼자 하는 강의 이야기

골방 강의실로 완성되는~ "이제는 나 홀로 강의가 대세"

- 무명 강사 노랑잠수함의 혼자 하는 강의 이야기


 4) 이제는 나 홀로 강의가 대세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덮은지도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지난해 2월, 갑자기 세상이 멈췄다. 대한민국이 멈췄고 우리가 멈췄다.

 마치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다시 시작해보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코로나 19는 귀신처럼 알아채고 세상을 뒤흔든다.

 살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직장인이 출근을 못 하는 세상은 처음 겪어 봤다. 이런 세상을 살게 됐다는 게 지금도 실감이 가지 않는다.


 2000년대 초중반, 나는 작은 웹사이트 개발 및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회사에 근무한 적 있다.

 당시 회사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던 업체 중에는 꽤 규모가 큰 동영상 강의 전문업체도 몇 군데 있었다.

 주로 자격증, 고시 관련 강좌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곳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수강생도 꽤 많아서 매출 규모도 상당히 컸고 수강생들이 겪는 불편을 해결하고 안정적으로 홈페이지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 관리 업무를 맡겼었다.


 그보다 몇 년 앞선 2000년대 초반, 사이버대학이라는 교육 시스템이 선을 보였던 거로 기억한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많은 사람이 지금도 사이버대학을 이용해 배움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 세상이 되면서 사이버대학의 인기가 더 올라갔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세상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은 그랬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세상은 천천히 흘러간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나아간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휘어잡으며 급격하게 세상이 바뀌었다. 이건 바뀌었다거나 변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여행업계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너졌고, 유흥업계는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이뿐일까?

 영향을 받지 않은 업계가 없다고 말하는 게 맞다.

 온라인을 주무대로 하는 업종만이 유래 없는 활황이고, 택배기사의 과로로 인한 죽음까지 뉴스에서 자주 목격할 정도로 배송 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 역시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여전히 대면 강의만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피 말리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강사가 있고, 남들보다 빠르게 온라인 강의를 접목해서 자리를 잡아가는 강사가 있다.


 이제는 강의의 형식과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교육마저 전통적인 출석 수업을 고집하지 못하는 세상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언제부턴가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으로 “유튜버”가 상위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제는 책을 읽기보다는 듣고 보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늘 그렇게 살아왔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해체되고 있으며 우리는 강제로 미래 세계를 앞당겨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뜨거운 올여름, 공항은 외국으로 떠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어딘가의 강의실에서 수강생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한순간 앗아간 코로나 19는 그 대신 감히 상상조차 못 한 사회구조를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들이고 우리가 써오던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


 만일 스마트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적어도 코로나 19를 막아내는 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버텨내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앞으로 코로나 19가 없는 세상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심하게 앓는 독감처럼 코로나 19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생활방식이 일상적인 세상이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구독자 수도 미미하고 조회수는 바닥을 치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내가 즐겨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강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원고 역시 정리되는 대로 영상으로 만들어 채널에 올린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분들 중에는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모으고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 못한 나와 같은 수준의 유튜버가 훨씬 더 많겠지만 말이다.


 앞서 소개한 동영상 강의를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많아졌고 코로나 19 이후로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진행하던 모든 강의가 중단된 지금,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자리 이동하는 강의 소비자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강의는 한 장소에 모여서 진행하는 게 상식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각자 편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만날 수 있으며 그렇게 강의도 진행할 수 있고 수강생들끼리 의견을 나누거나 잡담을 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제 강사는 강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다.

 집에서 사무실에서 또는 차 안에서..., 그곳이 어디가 됐든 상황만 허락된다면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세상이 됐고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여건상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다면 유튜브에 영상 올리듯 사전에 만든 강의를 제공하는 형식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이제 강사 혼자 골방에서 강의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오히려 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인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강의 경력이 많고 실력이 좋아도 변한 세상에 적응해서 나 홀로 강의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강사보다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사람이 훨씬 더 강의를 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강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얼까?

 나 홀로 멋진 강의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할 것이고 적절한 장비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강의하는 데 아주 많이 익숙해서 쉽고 편하게 강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이다.

 누가 뭐래도 이젠 나 홀로 강의가 대세다!


https://youtu.be/awOZExADr-c


매거진의 이전글 뜬금없이 출판사 사장이 됐다고? 도서출판 수이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