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임기자 Oct 06. 2022

193마력이 새삼

BMW S1000RR 2012 콧바람 쐬기

   

연천 어딘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내 소유의 알차, 소위 말하는 레이서 레플리카를 타보았다.

아, 물론 서킷에서 죽자 사자 달린 것 제외하면 오늘처럼 자유롭게 그냥 취미인 것처럼 탄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마치 20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잠깐은 그랬다. 허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당기고 여러모로 온몸의 근력과 체력을 요하는 레이서 레플리카. 20년 전에는 그런 게 힘들었다기보다 그냥 달리는 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정처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이유가 없으면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달렸던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뭐가 힘들고, 저렇게 하면 뭐가 힘들고...


전처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이런 고민은 연애할 때도 해봤던 것 같다. 핑계를 대는 자신을 제삼자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20년 만의 감회를 느끼고 나니 새삼 '아 이거 재미있었지' 하면서 갑자기 문득 신이 나버렸다. 


193마력이나 나가는 이 1리터짜리 엔진을 품은 가볍고 촐랑대는 모터바이크는 이를테면 난폭하다기보다는 용산역을 떠난  KTX처럼 느껴졌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건 맞는데 뭔가 너무 빠르다. 3단인데 벌써 시속 200킬로미터를 찍는다니...

(청계산 등산나온 아저씨의 셀카 느낌)

물론 200마력 이상의 바이크를 흔하게 시승하는 직업을 가졌긴 하지만, 내 바이크로, 이렇게 헐렁한 마음가짐으로 나와보니 새삼 바이크가 대단하게 느껴지고 좀 두렵기도 했다.


이제 40대 문턱을 밟은 내가 할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심호흡하고 타야 하는 이런 슈퍼 스포츠 머신들을 잘 , 제 때 정확하게 시승하기 위해서는 이런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가끔씩 타고 나가야겠다. 긴장감을 늦츠지 않기 위해, 몸의 근육들이 기억하게 끔 만들기 위해서라도.


10년이나 지는 슈퍼바이크가 이렇게 강해 보일 줄은...

종 창피한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파나고니아식 발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