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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김밥 Oct 08. 2024

철없는 아들이 어머니와 나누는 철학적 대화

 방구석 동양철학

"나이 들어서가 문제야. 너도 조심해라. 나처럼 되지 않게."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 응? 잘 걸어 다녀야 하고, 주위 사람들한테도 잘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가 유난히 작아 보인다.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아들 손을 잡고, 늙어서가 문제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한다. 아들이 평소 말을 잘 안 들으니, 뚫어져라 아들 눈을 바라보며 신신당부한다.


"어머닌 얼마 전까진 잘 걸어 다니셨잖아?"

"그러게…, 뛰어다니기도 했는데 이젠 이렇게 됐네. 그러니 넌 몸 관리 잘해. 나중에 정말 큰일 난다."


어머니는 고관절이 나빠지고 다리 힘이 빠지면서 침대에서만 지낸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걷는 다른 할머니들을 부러워한다. 잔정이 있으셔서 주위 사람들에게 뭔가를 챙겨 주고 싶어 하지만, 손재주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늘 남과 비교하면서 남을 깎아내리고 뭔가를 과시하고 싶어 했다.

나이 육십이 넘은 철없는 아들은 어떻게 나이 먹어야 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은 들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바꿀만한 마땅한 방법도 없다. 생각은 이리저리 떠돌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다.

'나이 들어서가 문제인 건 누구나 다 아는데, 문제를 알면서도 당하는 게 인생사겠지….'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무슨 얘기야, 어머니가 있으니까 나도 있는 거 아니야. 좋게 생각해."

"어서 가, 가서 너나 재밌게 살아."

"… 또 올게."

"오지 마, 뭐 하러 와, 오지 마."

모자는 손을 흔들어주는 걸로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 철없는 아들은 미적거리며 일어선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들은 생각한다.

'인간은 얼마나 무력하고 무지한가.'


인간은 대본도 없이 연극 무대에 올려진 존재 같다. 상대 배우들과 당황스러운 상황 연극을 해야 한다. 더구나 죽음으로 그 연극은 끝난다. 결말이 정해져 있다. 이 허망한 연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어머니가 안타깝다.

연극 무대가 아니라 객석에 앉아 연극 무대를 조용히 바라볼 수는 없을까?


[되짚어보기]

무대에서 연기를 하듯 허둥대며 살아가는 자신을 관찰하는 과정은 삶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배우로서의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객석에 편안하고 고요하게 앉아 있는 나 자신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 없이 관찰한다. 그저 바라본다. 중요한 것은 비판 없는 수용이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삶에서 실수나 혼란스러운 순간을 비판하고 고치려고 하지만, 이 '그저 바라봄'에서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무대 위의 나와 객석에 앉은 나 사이의 거리감은 나의 감정, 생각, 상황이 나의 본질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어떤 감정이 일어나든, 객석에서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바라봄은 그저 지속될 뿐이다. 흔들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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