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 힘
아이는 갓난아기였던 그 어리고 가는 시간에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이는 겁이 많습니다. 아이는 코로나 반응 검사가 무서웠습니다. 면봉을 코 깊숙이 푹 찌르는 건, 아이에게는 소스라치는 공포입니다. 푹 찌름을 당하는 행위가 아이한테 어떤 느낌일지, 다른 사람은 잘 모릅니다. 짐작할 뿐입니다. 아이는 코로나 반응 검사를 해야 합니다.
"꼭 해야 하는 거야? 언니도, 다른 아이들도 다 한 거야?"
"응."
"너무 무서운데."
"있잖아. 뭐든 처음 하는 건 무섭거든. 나도 그랬어. 나 어릴 때 치과를 너무 무서워해서, 치과 문 앞에만 가면 울어서 충치 치료를 못했잖아. 그래서 지금도 고생해. 그리고 나 자전거도 못 타고, 수영도 못 해."
"정말이야?"
"그럼. 그래서 지금 후회하잖아. 치과 치료를 제 때 받았다면 지금 고생을 안 했을 텐데. 어릴 때 자전거도 타 보고 수영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정말이야?"
"기억 나? 처음 뜨개질했을 때 자신 없고 겁 났잖아. 그런데 지금은 뜨개질 잘하지?"
"응."
"재작년에 작가 책 만들 때,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했잖아. 그런데 언니랑 책 같이 만들고, 작년에는 혼자서 근사하게 책 만들었잖아."
"그렇지."
"이제 코로나 검사 계속해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눈 딱 감고 해 봐.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별 게 아닐 걸."
"음, 음, 음. 나 해 볼게."
짧은 대화였습니다. 아이였으니까, 아이라서 몇 마디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이라는 존재는 신기합니다. 긴 이야기, 장황한 설명과 설득 없이 어떤 무언가를 날렵하고 가뿐하게 넘어서곤 합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몇 마디가 가능했던 뜨개질과 책 만들기 과정은 길었고, 힘들었습니다. 교사인 저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조바심을 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해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언젠가 '나다움'을 "처음에는 잘 못했던 바느질을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조금 울컥했습니다.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걸로 충분할 듯합니다.
저는 우리는 처음이 두렵습니다. 삶은 두려움의 고비를 계속 넘어야 하는 과정 같아 보입니다. 문화 예술이 그런 우리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