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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Jun 30. 2022

동네에서 기록한다는 일


공간 열무의 임대인 어르신은 여러모로 '기록'에 관한 생각거리를 제공하신다. 덕분에 지난 기록 과정에서 찝찝했던 몇 가지가 정리되는 중


1. 임대인 어르신이 일터에 가면 온갖 '물건'이 가득차 있다. 학원 운영 시절의 소식지부터, 각종 상패, 해외여행 관광 사진까지. 벽에 틈이 없고, 바닥에도 틈이 없이 느껴진다. 한 때 지하에서 운영했던 20년 넘는 놀이기구가 건물 주차장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열무 공간 밖은 심란하기 그지 없다. 


수납과 정리의 눈으로 보면, 신박한 **를 불러야 할 정도다. 심리적 관점에서도 명확히 어떤 어떤 문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기록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 적어도 한 사람, 혹은 한 사람 이상은 확실하게 그 많은 물건과 기록을 아카비스트의 눈으로 분류하고 정리하고 재해석하고 있다. 바로 당사자 본인이다. 이 사진은, 이 책은, 이 장난감은, 이 페인트통은


3. 의미가 있다. 그 분에게는.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일이다. 


4. 어떤 사람에게는? 그 분의 자식들은 어떨까? 그 분의 동거인은 어떨까?


5. 나에게 그 많은 물건은, 임대인 어르신이 임차인인 나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데 사용되는 물건이고, 사실과 거짓을 혼돈스럽게 (저 상패 아무래도 가짜인데 등등) 만드는 물건이라 불편하다. 


6. 그러므로


7. 아카이빙은 보편적일 수가 없다(사실 이 세상 뭐가 보편적일 수 있겠냐만) 


8. 보통의 예술 작업과 비교한다면, 아키비스트 '본인'의 자의식이 큰 비중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아키비스트의 관점과 지향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야 만다. 되고야 만다에 방점


9. 여기서 나 같은 초보 혹은 희망 아키비스트는 혼돈스럽고, 뭐가 뭔지 모르는 바람에 자칫 이상한 늪에 빠지기가 쉽다. 


10. "기록할 가치가 있는가?"와 "무엇이든 기록해야 한다"가 왔다갔다 한다. 


11. 특히나 동네 아카이빙 작업에서는    


......


......


.......


1. 기록할만한 가치,  기록해야 할 의무는 싹 지우고


2. 관찰, 탐색, 이해, 해석에 충실하고


3. 하나 하나의 작업에 경계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일 .예를 들자면, 임대인 어르신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르신이 모아 놓은 교육 회지를 간결하게 전시하는 것 까지만, 그 분의 치적과 성과와 따뜻한 미담은 없는 걸로


4.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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