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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Dec 22. 2017

운수 좋은 날


시간은 이미 늦었다. 종종걸음으로 약속 장소에 들어서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나는 복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했더니 모두들 “왜, 왜?” 지인들은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물음을 한다.      


그랬다. 오후 일정이 빠듯해서 날 듯이 차를 몰았는데 가는 도중에 학교나 마을이 있는 도로는 방지 턱이 많았고 턱은 어찌나 높은지 서서히 몰았는데도 덜컹거려서 ‘이러다 차가 망가지고 말지... ’ 걱정되던 터였다. 수업준비물을 챙기려 공방에 잠시 들렀다가 차에 오르려다 보니 세상에나, 운전석 아래 타이어가 납작하게 주저앉아있다. 찢어진 게 아닌가 싶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차를 세워둔 것이 5분여 짧은 시간이었다. 나는 꽤 둔한 편이라서 어쩌면 이런 상태로 두 시간 가까이 차를 몰았던 것이 아닌가 싶었고 더구나 새 타이어로 교환한 지가 두어 달 밖에 안 되었기에 자책하며 보험사의 구조차를 불러서 근거리 타이어 점포로 갔다.      


타이어 점포의 간판 상단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정직하겠다. 정품이 아닌 경우 300배의 보상을 하겠다.’는 크나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미 차 서너 대가 밀린 상태였는데 수업 시간이 빠듯한 나는 급한 마음에  일하는 직원에게 부탁을 두 어번 했을 것이다. 그러자  삼십 대쯤이나 되었을까, 주인 인 듯한 젊은이가 조금은 짜증 섞인 말투로 앞사람들이 안 보이느냐며 양해를 구하며 해주려고 하는데 채근한다는 어투를 한다. 얼마를 지나서 그는 내 차를 거칠게 앞으로 몰았는데 납작해진 타이어는 바닥에 까만 줄을 그었고 그는 다시 거칠게 후진을 하여 목표하는 곳에 넣었다.  바퀴는 이미 상했다치더라도 자동차 무게에 휠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지가 급할 게 뭐라고 조심성 없게 저리 몰다니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냅다 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속으로 삭이고 만다.      


바람을 넣는 연결부위가 낡아서 바람이 빠진 것이 원인이란다.  “제가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데 임시로 해 주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물었더니 '일단 연결부위는 갈아놓았는데 차의 무게를 못 이겨 타이어가 군데군데 많이 상했다.  바쁘다 하시니 보여드린다고 해서 모르실 테고 언제 터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한다. 그래서 짧은 거리이니 다녀와서 타이어를 갈겠다 했고 또 득달같이 달려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그 젊은 사장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기에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들러 상태를 점검했는데 “운이 참 좋으십니다. 바람이 빠진 상태에서 레커차로 들어 올렸으니 타이어 상태가 온전합니다. 걱정 마시고 타셔도 되겠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한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상당히 긍정적이시네요!” 내 말을 들은 지인들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겐 정말 심각한 일이었지만 타인들은 싱거운 얘기였나 보다. ^^   

  

한 10년 전 한겨울의 일이다.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할 일이 있어서 트럭을 몰고 나오던 길이었다.  눈발이 하나씩 날렸고 트럭은 눈길에 유난히 약하기에 걱정되어서 닳아빠진 바퀴들을 모조리 새 타이어로 교환을 했다. 한 2킬로 정도 달렸을까... 갑자기 ‘우드드드~~’ 하며 심하게 긁히는 소리가 나서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백미러를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타이어 두 개가 도로를 가로질러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곳은 사거리였는데 다행히도 반대편 차들은 타이어를 발견했는지 속도를 늦추며 오고 있었다. 한쪽에 차를 멈추고 내려와 보니 그게 내차의 뒷바퀴였던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타이어 점포에 전화를 해 물어보니 점원이 트럭 뒷바퀴에 나사를 안 조였다나 뭐라나.... >,. <

사장과 함께 온 점원은 죽을죄를 지은 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렸고 그 추운 날 트럭 아래에 누워 꽤 많은 시간을 손 보았고 그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나는 그가 돌아가 사장에게 얻어들을 생각에 걱정되더라.     


그리고 또 한 번은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덤프트럭에서 커다란 돌덩이가 날아와 차 앞유리를 찍었다. 그 돌은 유리와 상판 철제 가운데를 부딪치고 튕겨나갔다. 간만의 차이로 무사했지만 반대편에서 오던 덤프트럭은 이미 지나가버린 뒤였다. 나는 차를 돌려 벌써 저만큼 달아나던 덤프트럭에 경고등을 켜며 쫒아가서 멈추게 했다.  그 빌어먹은 운전사는 돌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도 냅다 달아난 것이었던 모양으로 나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던 것이다. 차를 맡겨놓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은 나와 비슷한 경우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일을 겪지만, 그때마다 나는 운 좋게 비켜나갔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꽤 큰 규모의 타이어 점포의 젊은 사장은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는 현수막을 타이어 장사를 그만둘 때까지 우려먹을 것이다. 그 숭고한 부모님을 아무 데나 함부로 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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