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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aron May 20. 2016

[운동 칼럼] 지속되는 아름다움

인내, 기다림

돈이 있으면 원하는 목표로 빨리 가기 쉽다.

짧은 숏컷도 돈을 주면 길이 연장이 되고

나처럼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심해 손을 감추고 다니는 사람도 손톱 연장을 받으면 긴 손발톱을 가질 수 있다.

살이 찐 사람은 강도 높은 PT로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감량으로 원하는 몸매를 가질 수 있다.

난 셋 다 해봤다.

근데 결국 비싼 돈 들여 연장한 머리는 며칠 후 미용실 가서 떼어냈고,

손톱도 네일샵에 가서 일주일 만에 떼어내고 다시 짧은 손톱으로 돌아왔다.

살도 미친 운동량과 극한의 식단으로 한 달에 8kg를 빼는데 성공했지만

정확히 1달 뒤 난 전보다 더 찐 모습으로 생활에 복귀했다.

홈트 만 23개월, 홈트 시작 전 생활습관 교정기간 8개월을 합치면

31개월간 다이어트로 시작이 됐으나 이젠 생활이 된 나의 현재.

다이어트를 한다는 스트레스도 없고 몸무게, 사이즈와 같은 숫자도 신경 안 쓰고 일반식 안 가리고 골고루 먹으면서

요요도 없고 몹시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른 걸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머리를 연장하고 갑자기 길렀을 때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내 전반적인 생활과 내면은 짧은 머리에 맞춰져 있었다.

갑자기 치렁치렁 길어진 머리가 불편하고 낯설었다.

손톱도 마찬가지였다.

물어뜯는 버릇 때문에 기를 때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몇 번 기르는 걸 성공했을 때는 긴 손톱이 걸리적거리지 않았었는데,

짧은 손톱에 맞춰 뭉툭해진 손 끝을 갑자기 연장한 손톱이 덮어버리니 생활에 버퍼링이 걸렸다.

뭉툭한 손 끝으로 해냈던 일을 손톱이 덮어버리면서 힘을 줄 수도 없었고

당장 컴퓨터 자판을 칠 때부터 방해가 되기 시작했다.

살도 살인적인 계획을 수행해서 뺐는데 내 정신상태는 1개월 동안 익숙하지 않은 다이어트에 억눌려 있었으나

변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눌린 멘탈을 견뎌서 내것으로 승화시키기엔 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었다.

결국 정줄놓고 쳐먹고 안 움직이니

안 먹고 많이 움직인 만큼 빠지는 몸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만큼

한달 후 고스란히 원상복귀 +a가 되었다.

다이어트 성공 후 다시 무너지고 예전으로 회귀하는 대부분의 케이스가

외적 변화를 수용할 만한 내적 변화는 간과한 채 외적인 다이어트의 성공을 이룬 후

내적 변화가 이를 따라오는 느린 속도를 견디지 못해 자폭하는 경우다.

당장의 Moment는 바꿀 수 있다.

그러나 Moment가 Flow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했고 의식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즉 과거의 나에게는 변화가 스며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외적인 변화는 빨리 만들어낼 수 있지만 내적인 변화는 참 더디 움직인다.

돈으로 외적인 변화는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내적인 변화는 본인이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하고 공들이며 기다린 만큼 정직하게 나아진다는 것.

가장 좋은 방법은 내적 변화의 속도에 맞춰 외적 변화를 하는 것.

그래서 조바심을 버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변화에 집중하며 나아가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면 변화의 속도는 느릴지언정 결코 퇴보는 없다. 나의 몸을 병들게 하고 무너지게 했던 원인이 과연 식습관일까?

왜 나는 폭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 때 내 마음상태는 어땠고 나는 어떤 일을 겪고 있었을까?

진짜 원인을 찾아내어 도려내지 않으면 당신이 그토록 몸서리치게 싫어하고 지겨워하는 다이어트는

매년 여름에 맞춰 해야 하는 평생의 족쇄가 될 거다.

빨리 하려고 조바심내다가 폭망하는 미련한 짓 매년 반복하지 말고 작정하고

1년은 달려들어 제대로 뜯어 고쳐보자.

빈 말 아니다, 20대 10년을 날려먹고도 매번 실패만 했던 내가

2년 넘는 기간을 내 몸에 투자하고 깨달은, 진심어린 이야기다.


- 160519 외근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선문대에 잠시 내려 야매요가와 함께 예쁜 추억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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