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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운 Oct 29. 2022

우리는 어떻게 길들여져 가는가?

어느 40대 가장의 일요일 오후

전날의 숙취를 씻어내며

위로 받기 위해 찾아간 성당에서

만성이 된 눈밑 떨림으로

십자가를 우러러보며 느끼는

일상의 고단함


마흔 다섯,

치열하게 살았건만 변한 건 없는 현실..

점점 목을 죄여오는 아이들의 학원비와

물가와 반비례하는 소득

그리고

죽어서야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빚의 그늘


좌절 따윈 거들떠보지 않고

희망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건만,

독(毒)이 되어 돌아온 열정과

포기하는 것이 많을 수록 높아지는 삶의 만족도  


익숙한 좌절 앞에 커져가는 내일에 대한 불안

그리고 불면..

한때,

술에 의지하는 인생들의 나약함을 비난하며

그들과 다르리라 다짐했건만..

시나브로

숙취에 잠식당한 영혼


무능함을 강요하는 불평등과

불의(不義)로 쓰여진 역사조차

술기운 없인 비판할 수 없는

생계형 노예의 의지박약


그토록 혐오했던,

일요일 오후의 황금같은 무료함을

TV로 때우는

소파와의 몰아일체(沒我一體)


하지만..

이제는 지친,

깨어있기보다 쉬고 싶은

어느 40대 가장이

소파에서 찾는

마지막 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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