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탑재] 영화계의 러닝개런티, 흥행의 공식을 담다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본격화된 1920년대, 배우들의 출연료는 단순한 고정급이었다. 1919년 찰리 채플린, 메리 픽포드,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D.W. 그리피스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공동 설립하며 제작사와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배우들은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정해진 급여를 받았다.
현대적 의미의 러닝개런티는 1950년 제임스 스튜어트가 '윈체스터 73'에서 도입한 순이익 분배 계약에서 시작된다. 당시 그는 영화 수익의 50%를 받는 파격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1972년 말론 브란도가 '대부'에서 흥행 수익의 일정 비율과 함께 개봉 전 250만 달러를 보장받는 계약으로 발전했다.
현대 할리우드에서 러닝개런티는 더욱 정교화되었다. 2022년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기본 출연료 1,300만 달러에 더해 첫 달러부터 총 수익의 10%를 가져가는 '퍼스트달러 그로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약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백엔드 딜을 통해 상당한 추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러닝개런티가 본격화되었다. 초기에는 손익분기점 돌파 후 관객수에 따른 단계별 보너스 형태였으나, 점차 총 수익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명량'(2014)에서는 최민식이 관객수에 연동된 러닝개런티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OTT 플랫폼의 성장은 수익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일정 비율의 프리미엄을 더하는 '코스트 플러스' 모델을 도입했다. '그레이 맨'의 라이언 고슬링(2천만 달러), '레드 노티스'의 드웨인 존슨(2천3백만 달러)이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더 로드'의 크리스 프랫에게 기본 출연료 1천5백만 달러와 함께 스트리밍 시청 지표에 따른 보너스 계약을 체결했다.
러닝개런티의 산정 방식도 더욱 복잡해졌다. 극장 매출, IPTV, OTT 판권, 해외 수출 등 수익원이 다변화되면서, 계약 형태도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에 따른 새로운 수익 배분 모델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스칼렛 요한슨은 '블랙 위도우'의 디즈니플러스 동시 개봉과 관련한 법적 분쟁 끝에 4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았다.
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는 플랫폼의 진화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창작자의 권리와 제작사의 수익성, 그리고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나는 접점에서, 러닝개런티는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어, 향후 러닝개런티 체계도 이에 맞춰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