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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파도, 불확실성을 웃음으로 항해하다

by 조우성 변호사


[존재의 파도, 불확실성을 웃음으로 항해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든 웃으며 맞이하리라." 모비딕


바다 위 작은 배 한 척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간다. 항해자의 환한 웃음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웃음은 감정의 비자가 필요 없는 세계여행이며, 슬픔의 국경에서도 통용되는 유일한 화폐다. 우리 영혼의 등대로서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비추는 빛이다.


웃음이란 무엇인가? 장자는 소요유의 무심한 표현이라 했고, 프로이트는 억압된 불안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라 했다. 진정한 웃음은 알 수 없음을 알아버린 역설, 미지와의 만남에서 오는 두려움을 껴안는 인간만의 무기이다.


모비딕의 에이헙 선장은 웃지 못했기에 깊은 바다에 가라앉았다. 반면 이스마엘은 수용적 태도로 살아남았다.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닌 심연의 어둠을 비추는 등불이며, 불가능한 항해를 가능케 하는 생존의 부표다.


우리는 매일 '오늘'이라는 망망대해에 노를 젓는다. 미소 지으며 출항하는 이유는 '알 수 없음'을 인정하는 지혜이자 '알려고 함'의 용기다. 불확실함을 웃음으로 맞이할 때, 우리는 운명의 승객에서 자신의 항해를 이끄는 선장으로 변모한다.


선조들은 웃음을 '하늘의 소리'라 했다. 동양은 웃음에서 비움을, 서양은 채움을 발견했다. 이 지혜는 가장 진지한 순간에 웃음을 짓고, 가벼운 순간에 깊이를 발견하는 역설을 가르쳐준다.


미래는 가장 낯익은 낯섦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이헙의 집착이 아닌, 이스마엘처럼 파도마다 처음인 것처럼 맞이하는 웃음이다. 미지의 세계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용기다.


확실함은 안주하게 만들고, 불확실함은 항해하게 한다. 우리는 웃음이라는 유일한 방향감각을 따라 미지의 심연으로 나아간다. 웃음을 간직한 자는 내면에 북극성을 품은 것과 같아 어떤 폭풍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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