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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모티브 Dec 26. 2018

5.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 자원   

커뮤니티 매니저가 활용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자원에 대하여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일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을 얻거나 협업을 할 수 있는 동료, 즉 인적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인 차원을 넘어선다면, 그와 관련된 정책 및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느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는 단지 물질적인 자원만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자원도 포함됩니다. 이를테면 어떤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도 역시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방식과 내용, 범위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소인 거죠. 


그렇다면 새로운 직업으로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7명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은 주로 어떤 자원을 활용해 일을 하고 있고, 반대로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자원을 필요로 할까요? 


이번 편의 주제는 바로 '커뮤니티 매니저'가 활용하고 있는 혹은 필요로 하는 자원입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만을 위한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 있다면 어떨까요? ⓒRuss Ward on Unsplash



7명의 현직자들에게 물었습니다. 현재 소속된 회사 혹은 조직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일함에 있어서 제공받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혹은 그밖에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네트워크 등이 있는지, 원활한 직무 수행과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등 여러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을 종합 지어보았을 때, 간단하게 한마디로 결론을 지어볼 수 있었습니다. 딱히 활용할 자원이 없다는 거죠. 즉, 전반적으로 자원의 빈곤이 '커뮤니티 매니저'의 현주소였습니다. 


(일을 함에 있어서) 참고하거나 활용할 만한 것들이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요. 그 공간은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에 따라 각자 매니저들이 맡은 역할들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까요. 

- 인터뷰이 B (문화예술기업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스튜디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2년 차)


주변에 저랑 비슷한 일을 하거나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친구는 없는 편이에요. 매일 같이 일하는 동료와도 주로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나누지, 커뮤니티 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직업으로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죠. 

- 인터뷰이 C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청년 공간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3년 차) 


회사에서 어떤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받는 수준은 아니에요. 같은 일을 하는 주변 지인들 역시 많지 않고요.  

- 인터뷰이 E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5년 차)        



그렇다면 직업의 정의와 역할도 불분명하고 활용할 자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다양한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쌓아온 경험이야말로 '커뮤니티 매니저'의 가장 큰 자원이다. ⓒ DJ Johnson on Unsplash


7명의 현직자들의 대답은 다양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관련 책이나 강연 등을 찾아서 참고하는 것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자체적인 스터디 모임을 했다는 답변도 이어졌습니다. 


관련 책이나 강연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요즘은 기획이나 지역을 키워드로 한 주제에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그쪽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이에요.  

- 인터뷰이 C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청년 공간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3년 차)    


제 경험상 제일 좋은 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인 것 같아요.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저도 그런 고민이 깊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공간’, ‘사회학’ 관련 공부를 같이 할 친구들을 만나서 스터디 모임을 꾸렸어요. 그리고 같이 하나씩 풀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며 공부했어요. 때론 ‘공간이란 대체 뭘까?’하고, 일을 하면서는 정작 깊게 파고들지 못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고요. 

- 인터뷰이 D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문화센터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4년 차) 


책이나 리서치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주로 저는 커뮤니티와 관련된 책이나 외국 사례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에코빌리지, 지구 공동체를 꿈꾸다』라는 책을 보면서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국의 '버닝맨(Burning Man)'사례를 통해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 인터뷰이 E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5년 차)  



참고

 

『에코빌리지, 지구 공동체를 꿈꾸다』

버닝맨(Burning Man) 



특히 무엇보다 현직자들의 답변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서비스업 등 비슷한 업종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었는데요. 


다시 말해, 그 공간이 어떤 성격과 형태를 가진 곳이든 질 높은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 공간이 운영되는 방식과 그것을 지휘하는 사람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그것을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본인의 일과 공간에 창조적으로 변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무한 자원, 그래서 더 빛나는 ‘창조적 변용’   


저는 요즘 자주 가는 위스키 바의 바텐더를 보며 자주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그 외에도 외국 여행을 갔다가 인상적이었던 호스텔 컨시어지를 통해서도 느낀 바가 많죠. 그렇게 서비스 측면에서 두각을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을 유추해보고, 저의 경험으로 끌어와 적용해 보는 경우가 많죠. 

- 인터뷰이 E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5년 차) 


공간 운영자로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건 단골 가게 사장님이에요. 뭔가 일부러 교육을 받는다거나 배우는 것보다는, 뉴욕에 있을 때 자주 가던 브런치 레스토랑 사장님,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 등 제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공간의 운영자들을 관찰하는 게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되죠.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맞이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엮는지, 그런 것들을 보고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 인터뷰이 G (프리랜서를 위한 코워킹스페이스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차)



이렇게 책을 통해서든 사람을 통해서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철저한 사례 조사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몸으로 부딪히며 겪은 무수한 시행착오와 그를 통한 문제 해결 경험이 현장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에게 가장 큰 자원이 됩니다.  


결국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일


사실은 부딪히면서 깨닫는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그리고 고객들과 꾸준히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거죠. 

- 인터뷰이 E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5년 차)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보면서 배우는 게 제일 큰 거 같아요.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도 해봤다가 저렇게도 해봤다가,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만의 데이터를 축적해나가는 거죠.      

- 인터뷰이 F (민간 복합 문화공간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1년 차) 


인터뷰를 통해 만난 '커뮤니티 매니저'는  탐험가처럼 곳곳에서 단서를 찾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완성해가는 사람들이었다. ⓒAndrew Neel on Unsplash



7명의 현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현장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마치 탐험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허벌판과 같은 현장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여러 실험과 조사를 거쳐 곳곳에서 단서를 찾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직업의 정체성을 스스로 완성해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곳곳의 공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얼마나 역량 있는 사람이, 다시 말해 얼마나 부단하고 치밀하게 탐험가의 기질을 발휘하여 본인의 일과 운영하는 공간만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전문 인력이 공간에 투입 및 배치되어있는가에 따라 '얼마나 그 공간이 원래의 목적과 취지대로 운영되면서 질 높은 서비스와 결과를 구현해내는가' 역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어디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연결되는 지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한 명의 '커뮤니티 매니저', 즉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는 거죠. 


아무리 뛰어난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해도 개인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들이 많고(특히 구조적인 문제의 경우), 만약 그 인력이 이탈했을 때 공간 운영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개개인들의 경험이 연결되고 교차되어 재해석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질 높은 공간을 위한 검증된 노하우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에피소드에 그치기 쉽습니다. 


결국 외로운 싸움보다는 함께 연대하고 성장하기가 필요한데, 그를 위해서는 ‘OO회사의 직원’, ‘OO공간의 매니저’라는 벽을 없애고 '커뮤니티 매니저'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의미 있는 경험 자원들의 공유와 축적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정의도, 표준화된 매뉴얼도 없는데, 그럴수록 직업으로서 저평가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리서치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커뮤니티 매니저를 막연하게 꿈꾸는 사람이나,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거 같아요.  

- 인터뷰이 E (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코리빙하우스의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는 중, 경력 5년 차)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함께 연대하고 성장하기가 필요한 시점 ⓒrawpixel on Unsplash



실제로 현직자들은 원활한 직무 수행과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커뮤니티 매니저'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꼽았습니다. 서로의 경험이 모이고 엮어, 더 넓고 깊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서로 교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일하는 방식, 내용, 공간 등이 다 다르잖아요. 혼자서 이 일을 정의하고, 공간 운영에 적용하기엔 조금 어려우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고,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어요. 만약에 “거긴 어떻게 일해?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 혹은 “이런 건 어떻게 하고 있어?”라고 서로 생각을 나누고, “우리 공간에 이런 사람이 있는데, 너희 공간의 그 사람이랑 연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면서 더 너른 연결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커뮤니티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한번 기획을 했었는데, 실패했어요. 보통 1명이나 2명이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공간을 비우거나 문을 닫고 워크숍에 참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다들 그런 교류나 협업에 대한 욕구는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고민하다 보면, 어디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연결되는 지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이 A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의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3년 차) 


저는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요. 그 공간은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에 따라 각자 매니저들이 맡은 역할들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까요.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연결을 하는 사람으로서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할 테고, 그보다는 사람들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면 그런 공간 만들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커뮤니티 매니저가 역할을 하겠죠. 그런 점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를 하나로 정의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건 분명한 것 같아요.  

- 인터뷰이 B  (민간 코워킹 스튜디오의 커뮤니티 매니저, 경력 2년 차)        







이번 편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활용하고 있는 자원에 대해서 짚어보았습니다. 어떤 규격화된 혹은 표준화되어 제공받는 자원에 의존하기보다는(일단 그럴만한 재료가 없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주소이기에), 적극적으로 자기에게 맞는 자원을 다양한 곳에서 끌어와 각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현직자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량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 역량이란 무엇일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이 공간 운영을 하면, 보다 질 높은 공간을 구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업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보다 적합할까요? 다음 편에서는 현직자들이 말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핵심 역량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다음 편 소개 

6. 핵심 역량에 대하여 



BY 나무  CCO & Co-Founder

다양한 삶의 방식과 공존 사례를 연구하고, 실험합니다. 루시드폴의 노랫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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