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백발의 할아버지도, 오늘의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도 분별이 없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든 가질 수 있습니다. 저도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꿈은 죽기 전에 시인이 되는 것입니다.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학처럼 고고합니다. 시는 문학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시인에게는 따로 작가라는 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희곡작가, 소설 작가, 수필작가라는 말은 있어도 '시작가'라는 말은 없습니다. 시인만 홀로 人자를 씁니다.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시인들은 사람다운 사람입니다. 그 경지에 올라가야만 삶의 고뇌와 세상의 풍경을 그 짧디 짧은 몇 마디에 녹여낼 수 있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일보다 힘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서시를 쓴 윤동주에게도, 진달래 꽃을 쓴 김소월에게도, 만인보를 쓴 고은에게도 경외감이 절로 생깁니다.
시인의 경지에 오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저는 평생을 시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얼마 없는 제 깜냥이 조금은 커나가서 생을 마감하기 전 시다운 시를 써낼 수 있다면 일생에 만족할 것만 같습니다. 윤동주의 서시 같은 시 한편 읇조릴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우문기 감독 작, 영화 '족구왕'에서 주인공 홍만섭의 선배는 만 섭에게 꿈 한 번 묻지 않고 다짜고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 장면은 잔인했고, 납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더 잔혹합니다. 꿈을 묻지 못하는 세상과 꿈을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 희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꿈인 '시인'처럼 정말로 분수에 넘치는 꿈일지라도 거리낌 없이 묻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