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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06. 2017

이외수“인간다움 쪽 서겠다는 신념이 눈치 안 보게 해”

이외수 북잼 콘서트 현장



지난 6월 28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이외수 북잼 콘서트가 열렸다. 12년 만에 소설을 발표하고 300여 명의 독자들 앞에 선 이외수 작가는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이번 북잼 콘서트에는 요즘 ‘따르릉’이란 노래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 김영철이 진행자로 나서 토크인 듯 수다인 듯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이끌었다. 북잼 콘서트라고 해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울 필요가 없다는 걸 입증하듯, 객석에서는 웃음이 빵빵 터졌다. 작가와 진행자 그리고 관객들 사이에 ‘아재 개그 배틀’이 벌어지는 북잼 콘서트는 이외수와 김영철의 조합이기에 가능한 진풍경이었다.




‘한충은과 포레스트’의 퓨전 국악 공연은 마치 시원한 숲속에 온 듯한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대금‧소금과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퍼커션으로 구성된 밴드의 선율에 스르륵 마음이 풀어져 누구의 이야기라도 귀 기울이고 싶어질 즈음, 북잼 콘서트의 주인공인 이외수 작가가 등장했다.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발표한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돼 문학 분야에서 최단 기간 42만 독자를 모으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이외수 작가는 그동안 위암 판정과 8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 3번의 폐기흉 수술, 6개월의 유방암 투병 그리고 화천 감성마을 관리 등으로 분주해 오랫동안 소설에 손을 대지 못했다고 밝혔다.




“’폰교’ 시대에 모바일로 글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웹 소설 도전”


또한 40년 작가 생활 최초로 웹소설을 연재하게 된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책을 안 읽는 시대, 수많은 재미있는 매체가 독자를 서점에서 빼앗아간 시대, 핸드폰이 종교인 ‘폰교’ 시대에 모바일로 글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작가로서 혁명 하는 기분으로 웹 소설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기운도 생기고 좋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며 즉각적인 소통을 웹소설의 매력으로 꼽았다.


이외수 작가는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가치관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약 15분 간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진행자 김영철과 함께 소설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영철의 유쾌한 수다와 이외수 작가의 사이다 발언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며 토크는 점점 흥미로워졌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식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가 식물의 도움으로 이른바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이외수 작가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잘 되길 바라는 ‘나뿐인 놈’이 ‘나쁜 놈’이 된다”“이런 욕망덩어리들이 만든 불공정한 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한을 소설로 풀고 싶었다”고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왜 하필이면 소통의 대상이 식물이었을까?


“식물은 거룩한 생명체입니다. 동물처럼 동분서주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하늘을 향해 자라고 가지를 뻗습니다. 자기 잎을 떨궈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열 살만 넘어도 20여 종의 다른 생명체를 도와줍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말도 있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적이고 거룩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이런 식물과의 소통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평소 우주 생물체와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김영철은 식물과 실제로 소통하는 능력, 즉 채널링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작가는 “가능하다”고 기인다운 답변을 내놨다. 인간과 식물은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정신적인 수행을 거친 사람만 할 수 있지만, 참관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해 객석을 술렁이게 했다.


이외수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만물과 대화하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가령 ‘허수아비에게 관절을 만들어주면 어떤 동작을 할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생겨나고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렇게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처럼 어느 날 만물의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며, 나무(木)를 소재로 한 이번 소설에 이어 앞으로 물(水), 불(火), 흙(土), 쇠(金)의 ‘오행(五行)’에 관한 소설을 계속 써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수 작가는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에서 부패 세력을 척결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 그는 교육, 언론, 예술 등 사회의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패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설 속에서 이런 사람들을 가차 없이 응징해 독자들로 하여금 짜릿한 대리 만족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4대강 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이 ‘녹조라떼’를 원샷 하고 오염된 강에 처박히는 장면은 통쾌하기만 하다. 그는 4대 강을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인간이 썩으면 자연도 썩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 “국고를 22조원씩이나 쏟아붓고 자연을 훼손하는 범죄는 강력한 응징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이외수 작가는 “정의로운 세상이란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라고 답변했다.


“생존이 경쟁이어선 안 됩니다. 약육강식은 정글의 법칙에서 통용되는 말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쓰러진 약자에게 손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 목적지까지 함께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책을 읽을 줄 알고 문자를 갖습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는 이름의 생물체만이 만물을 사랑하는 가슴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슴에 무기가 아닌 사랑을 품어야 합니다.”






이외수의 근심 제거법 ... ’저 놈은 100%로 사라질 놈이다’하고 떼어 놓는 것’


이외수 작가는 자신이 작사한 노래 ‘나이만 먹었습니다’를 담담한 어조로 부르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관객들의 현장 질문에도 그는 명쾌한 답변을 제시했다.


Q 사회 초년생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좋아하는 일이 없어서 찾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소설을 좋아하고 본격적으로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소설을 쓴 동기가 불순합니다. 방세와 가게 외상이 밀려 신춘문예에 응모한 게 계기였어요. 글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정진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 첩첩산중, 교장도 출근 안하는 폐교 직전의 학교에서 소사로 일하며 문장 공부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열심히 치열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에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남이 쓰는 것에 온 정신을 바칩니다. 그런 정신이 있으면 치열해집니다. 그런 삶을 추구하면 힘이 몇 배 강해집니다.


Q 평소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남의 눈치나 체면을 덜 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간다움 쪽에 서겠다는 신념,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눈치를 안 보게 됩니다.


Q 지난주 퇴사를 했습니다. 불안하고 중압감이 드는데 어떻게 극복하면 될까요?


누구나 근심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도 다 걱정 근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때의 근심은 다 사라졌습니다. 모든 근심은 100% 사라집니다. 그게 특징입니다. 근심은 근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저 놈은 100%로 사라질 놈이다’ 하고 떼어놓는 것, 그게 방법입니다.


Q 그동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는지요?


암 확진을 받았을 때 저는 떠나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40여 권의 책을 냈고 출판사에서는 제 고정 독자를 40만 명으로 봅니다. 작가로서 어마어마한 행복과 긍지를 느낍니다. 그동안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다시 또 오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투병 생활을 치열하게 하지 않습니다. 가면 간다고 받아들였어요.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오는 것이므로 두려워할 대상이 아닙니다. 알이 애벌레가 되고 나방이 되는 것은 한 차원씩 바뀌는 것일 뿐 죽어도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항암 투병을 하면서 제가 터득한 것입니다.


Q 연극 강사입니다. 어려서부터 좋은 책을 읽으면 커서도 중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쓸 계획은 없으신지요?


우화집은 2개 있습니다. 예전부터 동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손자가 태어나면 쓰려고 했는데 아들놈들이 낳을 생각을 안 하네요. 요즘 사람들은 자식을 돈으로 기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랑으로 크는 겁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으로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이젠 가치관을 수정할 때가 됐습니다. 그런 맥락의 동화를 써보겠습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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