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보다가 나는 또 일에 대해 생각했어
일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자주 가져오는 비유 중 하나는 연기 생활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결혼 생활...)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최근에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던 두 가지 이야기는 이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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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건 사실 평생 동안 하나의 좋은 시나리오, 하나의 좋은 캐릭터가 찾아오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어떨 땐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어떨 땐 몇 년, 심지어 십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기다려 결국 ‘서래’라는 인물에 다다랐습니다.”
– 탕웨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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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는 다시는 못 가는 정말 좋은 곳에 여행 다녀온 느낌이에요. (중략) 지원이, 천호진 선배님, 민기, 엘이, 감독님 다 진짜 열심히 하세요. 그게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냥 현장에서 다 같이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그 느낌이 저는 좋아요. 어떤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 이거 나왔을 때 부끄럽지 않게, 오늘 잠을 좀 덜 자더라도 달려보자’ (중략)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색깔을 내면서 빛났던 한때 같아요.”
- 손석구, 유퀴즈온더블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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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동안 [내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었던 것이 일치하고, 많은 동료들이 똑같이 거기에 몰입해 있고, 심지어 결과까지 좋은 평가를 얻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이 모든 경우가 완벽하게 겹치는 경험을 해본 사람에게도, 다음 프로젝트에서 똑같은 행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진짜 내 마음이 몸을 저절로 움직이게 만들었던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몰입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그 드물고도 소중한 경험에 감사하되 또 다른 순간을 기다리며 나아가는 것, 연기자의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