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 괴로워”라는 친구의 고민이었다. 화를 내버린 순간엔 자신이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했던) 관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해 괴롭고, 또 어떤 순간엔 (자신의 모습이길 바랬던)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힘들기도 하다는 것이다.
세상엔 위선을 잔뜩 부리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꽤 괜찮은 사람들이 항상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라는 자기검열을 더 심하게 겪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상 속에 그리던 ‘좋은 사람’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하나의 완성되고 고정된 ‘상태’로 여기고 있는 게 문제는 아닐까? 좋은 사람’이라는 건 그냥.. 유니콘일 뿐인데!
나는 ‘좋은 사람’의 비연속성 이론과 행동선택 이론을 주장해 본다. 늘 좋은 사람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신 모월 모일 A라는 순간에 B라는 좋은 행동을 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좋은 사람이었던 게 맞는 거라고. 나아가 그런 선택들이 쌓이다 보면, 초당 8프레임 짜리 영상처럼 ‘다소 뚝딱거리지만 대체로 좋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 더 쌓이다 보면 초당 24프레임 이상의 스틸 컷이 모여 이미 비연속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영상처럼 유려하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좋은 인간의 ‘상태’가 아니라서 괴로워하기 보다, 연속성 강한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 순간순간의 ‘선택’을 쌓아가는 자신을 충분히 기특해 해도 되지 않을까.
(2022년 11월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