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화면만 바라본다. 여느 때와 똑같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거나 아닌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은 각기 다른 것을 본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서로 알 수 없다. 단지 각기 다른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목디스크가 걱정될 정도로 거의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한 명 한 명 뚫어지게 응시해 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하지만 삼십 분이 지나도 나를 보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내가 너무 평범했던 것일까. 그들의 시선은 나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사과와 우주를 향해 있다.
사과와 우주…
확실히 그 시선 안에서 그들은 편안하다. 온몸의 세포가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분명 오늘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일 테다. 그 시선 안에서 그들은 비로소 웃을 수 있다. 정말로 각자 다른 형태의 미소를 띠고 있다. 아마도 오늘 하루 중 가장 많이, 혹은 처음 웃는 것일 게다. 그래서 그들은 그 시선을 거두고 싶지가 않다. 그저 이 순간만큼은 사과를 먹으며 자유롭게 우주를 거닐고 싶다. 그 안에서 계속 편안하고 싶다.
하지만 거둬야 한다. 다시 화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은 독사과이고, 그것은 블랙홀이다. 그들도 사실 알고 있고,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빨리 이것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