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강작의 편지 워크숍 후기
"사랑하는 동생아, 너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서 그걸 모두 갚으려면(꼭 갚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에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반 고흐, 1888년 10월 24일
"형은 내게 빚진 돈 얘기를 하면서 내게 갚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형에게 원하는 것은 형이 아무런 근심 없이 지내는 거야. 우리 둘 다 가진 게 별로 없으니 너무 많은 짐을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하지만 그 정도만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아무것도 팔지 않더라도 말이지."
- 동생 테오, 1888년 10월 27일
지난 12월 13일 서촌에 위치한 베어카페에서 두 번째 편지 워크숍을 진행했다. 첫 번째 편지 워크숍을 끝마칠 때 "저 강작의 편지 워크숍 계속할 거예요."하고 약속하듯 말했는데 연말이 되어 이런저런 행사로 바쁘다 보니 계획을 못 잡고 있었다. 그때 마침 SNS를 통해 편지 워크숍 진행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워크숍을 준비했다.
이번 편지 워크숍은 1. 편지 쓰는 방법 2. 아름다운 편지 낭독 3. 연말 소중한 분에게 보낼 편지 만들기 순서대로 진행했다. 첫 번째 워크숍 때 아쉬웠던 부분이 편지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편지 액자 만들기 활동이 주가 되었다는 점이어서 이번 워크숍에는 총 2시간 진행에 1시간을 꽉 채워 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촌의 한옥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은 머나먼 과거에 쓰인 편지 안에 담긴 사랑의 온기를 느끼며 쌀쌀함도 잊고 스르르 미소 짓고, 따끈하게 울기도 했다.
'저 여기까지만 읽을게요. 울 것 같아서.. 다른 분이..?' 하면 '네. 제가.'하고 또 '아 저도.. 더 이상은! 울 것 같아요!' 하면 '아 그럼 제가.' 하며 편지의 온도가 뜨거워 바통을 터치하는 감동스러운 해프닝도 있었다.
소중한 분들께 편지를 쓸 때는 모두 진지했고 편지 꾸미기는 (스탬프, 잉크, 실링을 처음 해본다고 했지만) 모두가 디자이너처럼 아름답게 꾸몄다(내가 갖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멀리서 와준 분들이라 시간이 늦어지는 게 걱정되었지만, 모두가 막차를 각오하실 정도로 워크숍에 열정을 보여주어서 고맙고 고마웠다.
- 함께 한, k로부터
"참 신기하고 낯선 행복을 맛보았어요.
반 고흐, 이중섭처럼 절절한 진심을 살다 간 이들의 편지글을 또 다른 사람의 절절한 이해와 마음결을 통해 다시 한번 목소리로 듣는 일. 그동안 나는 어떤 자동적인 리액션이나, 세포에 새겨진 강박에서 벗어나 그걸 가만히 듣고 느껴보고 있었어요.
두 가지 시간과 공간과 마음들이 유려하게 섞이던 그 고요하던 찰나를 나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나마 가만히 있는 내가 낯설었지만, 거기에 또 다른 자유가 있음을 발견했지요. 어쩌면 해쳐지지 않은 나 자신을 잠시 만났던 게 아닐까요?
책을 읽는다는 것, 사람마다 고운 내면을 가졌다는 것, 그렇게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단 몇 분만이라도 가만히 마주하고 바라보면서, 그 모든 일의 가치는 조용하고 조용해야 드러나는 거구나, 가만히 있어야만 드러나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저 그래서 가능하면 더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날뛰고, 치대고, 들이대야만 하는 줄 알았고, 내가 액션을 해야만 뭐라도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사회성이라기보다 매뉴얼적인 리액션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사람들과 섞이고자 하는 비명이자 움켜쥠이었을지도요. 어떤 쪽이건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정말이지 맑고 맑게, 진실되게 소통하려면 나는 제발 부디 더 가만히 있어야겠습니다. 아무 말 없이 옆에만 있더라도 동물들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처럼 소통이란,
시간을 두고 그렇게 진실되게 천천히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공에 떠도는 소음일 수 있는지, 내가 그동안 너무 소음만 내뱉으며 산 건 아닌지, 나는 뭔가를 진정으로 듣고 바라본 적이 있었는지, 눈과 귀가 있었음에도 정말 그것을 사용했는지.
아름다운 시공간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정신을 마주하니까 그런 깨달음이 왔었어요."
편지 워크숍으로 내가 버는 수익은 없다. 대관료, 재료비, 간식비, 주유비 등을 합치면 오히려 많이 마이너스다. 하지만 저녁 10시에 끝나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3시간 동안 나는 싱글벙글이었다. 아마도 돈보다 중요한 사랑을 나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편지 워크숍을 해나갈 생각이다. 약속에 변함이 없도록 보는 사람만 있으면 선언하고 있다(웃음). 이 글을 읽은 당신도 언젠가 강작의 편지 워크숍과 함께 하게 되기를. 그래서 우리- 편지에 소중히, 소중히 담긴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마지막으로 멋진 장소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도록 기회를 주신, 베어카페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수수료를 얼마 못 드려 염치없지만... 또 할래요!
글. (웃는) 강작
insta @anyway.kkjj
3rd 강작의 편지 워크숍은 2024년 1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자와 장소는 1월 초에 인스타 계정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더 따뜻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