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오늘에게 vol.20 Winter Letter
"모두가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하지만, 실은 저마다 슬픔을 숨기고 살고 있잖아요." - 친애하는 오늘에게 vol.20 겨울편지"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과 기운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SNS에 감정의 거름 없이 모든 마음을 풀어놓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어두운 빛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면 점점 그들과 멀어지게 될 거라고. 그런데요, 그럼 도대체 우린 어디에 온전히 우리의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작가입니다. 인풀루언서도, 좋은 사람도 아닌. 그래서 용기를 내보아요. 12센티 구두와 반짝이는 핸드백을 들고 도심을 뛰어다녀도, 아무렇지 않게 디저트를 포크로 찍어먹으며 미소 지어도- 사실은 어제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걸, 미워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미워하고 있다는 걸, 자주 어렵고 힘들다는 걸, 여러 번 나를 사랑하는 일에 실패한다는 걸- 꾸깃꾸깃 나약한 손길로 접어놓은 마음을 용기 내 펴보려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낼 필욘 없지만 사실은 무해한 아름다운 감정에게 빛을 보여주려고요. 그래요, 우리끼리니까.
비밀이라고 어두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릴 적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것들은 대부분 옅은 웃음을 짓게 하는 순수하고 소중한 것들이죠. '나 사실은 옆집 오빠 좋아해. 이건 죽을 때까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하고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편지의 추신은 왜인지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집니다. 저는 알고 있죠. 16살의 소녀 둘은 그 비밀 하나로 옆집 오빠가 군대를 가기 전까지 우리만의 우주에서 밤새 설레어했다는 걸.
결혼한 30대 중반의 여잔 '그래서는 안된다'라고 현 조'신'시대 코리아가 말하지만, 저는 가끔 농밀한 시를 읽으면 전 연인을 생각합니다. 그가 준 편지를 열었을 때 은은하게 번져오던 깊은 우드향 같은 것, 하얗고 부드러운 손과 몸 같은 것 떠올리고 있으면 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큰일 날 소리라고요? 저는 제가 큰일 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 조'신'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분들이 우리들에게 더 큰일 날 상처를 주던 걸요.
비밀이 아니고 싶은 모든 무해한 비밀들을 <친애하는 오늘에게> 스무 번째 겨울 편지에 담아봅니다. 날개 달린 나의 비밀들이 당신의 비밀과 연결된다면, 우리의 비밀은 더 이상 어둠 속에 숨겨지지 않고 강하고 아름답게 밤을 빛내는 별이 될 거예요.
2024년 1월 20일 새벽, 당신의 잠든 머리맡에 놓일 한 통의 편지를 기다려주세요.
우리, 편지할까요.
새벽 빛을 받으며
당신의 벗,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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