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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최 못 이겨 못 이겨

by 강작

안강최 못 이겨 못 이겨



최근에 손O희 아나운서가(너무 누군지 알겠잖아?) 뉴스데스크에서 출연진에게 성씨를 언급하며 그 성씨가 고집이 세다는 의견이 있던데 어떻냐라고 묻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댓글을 읽어보니 가관이 아니었다.


- 강 씨 고집 장난 아니다. 안최 못 따라간다.

- 안 씨는 강 씨와 최 씨, 박 씨의 천배는 고집 세다.

- 오히려 김 씨가 레전드다...


시아버님 생신이었나.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는데 갑자기 시아버님이 성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고집이 세다는 성씨가 안 씨도 있고, 성씨도 있는데 구태여 밥 잘 먹고 있는 며느리 성씨를 언급하며, '강 씨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미리 오해를 없애자면 나는 밥만 먹고 있었고, 그가 그 언급을 하기 전후에 내가 고집을 부린 일화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just'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모양이었나 보다.


시아버님의 말투와 표정 조합이 결코 '고집이 센 강 씨가 멋지다'라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당황과 동시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순간 욱하여 친절한 목소리를 가장한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럼 김 씨는요?'하고 되물었고, 시아버님은 그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김 씨는 아주 순하고 착하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 김 씨인 남편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강 씨가 고집이 세다라는 말을 듣는 즉시 가게 중앙으로 고기를 가지러 갔다.

여기서 문제. 문 씨인 어머님은 뭐라 하셨을까? 다행히 어머님이 '무슨! 김 씨가 얼마나 고집이 센데' 하다가 아버님과 잠시 문 씨와 김 씨 고집의 하중 논란에 빠지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버님에게 그곳에서 가장 고집이 센 사람은 역시나 강 씨인 며느리였다. 아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자, 이것은 과학적인 이야기일까?

분명 과거에 고집이 센 강 씨가 한 명 있었을 것이고, 수백 수천 년 그 위대한 고집의 유전자가 내려와 나에게까지 도달했다? 물론 성격이 어느 정도 부모로부터 유전된 것이라는 심리학적 연구가 있지만, 수백 수천 년 동안 수백 명 수천 명의 다른 성씨를 가진 모계 유전자를 다 물리치고 '최초에 고집이 센 강 씨 한 명'의 유전자가 지금의 나까지 도달한 것인가? 그렇다면 김 씨인 시아버님의 조상에 '강 씨'성을 가진 어머님은 몇천 명이나 있을까? 나보다 그 수가 많다면 그가 더 고집이 센 것인가? 참, 의미 없는 편견이다.


그런데 이번에 성씨가 가진 고집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성씨가 가진 고집의 유래와 의미가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풍자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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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 고집은 고려 말 충신 강화중이 조선 태조의 벼슬 권유를 끝까지 거부하고 고려에 대한 의리를 지킨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후 강 씨 집안의 기개와 신념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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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의미라면 꼰대적 편견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는 쌈에 고기와 밥을 가득 싸서 입에 욱여넣으며 시아버님께 말했다.


"김 씨처럼 너무 순하고~ 너무 착하면~ 못써요. 사람이 고집이 있어야죠!'


선견지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였고, 그러거나 말거나 아버님은 '음!'하고 식사를 계속하셨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최초에 고집이 센 강화중' 할아버지처럼 벼슬을 끝까지 거부하지 못할 것 같은데 어쩌지. 이 사실을 시아버님이 아셔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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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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