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을 정점을 지나 내려온다
평일 낮, 시골 완행버스는 한산하리란 기대와 달리 만원으로 영동 읍내를 벗어난다.
출장길이지만 여행한다고 여기고 일찌감치 움직여 시간의 압박은 없다.
멈출 때마다 어느 정류장인지 살펴보고 스쳐 가는 풍경도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업무 미팅 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짐짓 여유를 부린다.
가만 보니 빈손으로 타는 분들이 많지 않고 대부분 나이가 좀 있어 보인다.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만은 아닌 모양이다.
학산읍에서 손님이 꽤 많이 내리고 조금 더 외곽 지역을 달리는데
앞자리에 앉으신 어르신께서 자꾸 뒤를 돌아보신다.
혹 창문을 열어둔 것 때문인가 싶어 닫았는데도 계속 그러시다.
그게 아니라 혹여나 내릴 정류장을 놓칠까 봐 하차 벨을 누를 타이밍을 보고 계셨단 것이다.
하차 벨에 불이 들어와도 여전히 불안하신지 굳이 일어나신다.
성격 급한 한국인의 피 때문일까, 젊었던 시절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일까.
모든 것들은 정점을 지나 내려와야 한다.
하차 벨이 없거나 누를 수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배려를 기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
일상도 참 쉽지 않다.